바위 아래 눈도 채 녹지 않고 거친 모래흙조차 가난하게 쌓여 있는 곳에 녹색과 흑갈색의 이끼가 어엿이 자라고 있었다. 애니메이션 <월E>에서 본 폐허가 된 지구에서 찾은 풀 한 포기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자연이 숨겨둔 작은 보물을 하나 찾은 것 같았다. 남극의 이끼, 정말 너는 강인하구나. 이 작은 생명의 꿋꿋함에 아라온호에서 멀미하며 약해졌던 의지와 사라졌던 감사의 마음이 되살아났다. 남극 현장은 나를 키우는 대지와 같다. 생텍쥐페리의 이야기처럼 대지는 우리 자신에 대해 세상의 모든 책들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 P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