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 스트리트
산드라 시스네로스 지음, 권혁 옮김 / 돋을새김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동화책 '알라딘'에서나 나올 것 같은 분위기의 표지. 언뜻 제목만 봐서는 성인이 볼 것이라 생각이 되었는데, 표지를 보고서는 마음이 조금 달라져 버렸다.  조심스럽게 손수건으로 주전자를 조금만 닦아주면 정말로 커다란 알라딘이 쏘옥 빠져나올 것만 같은 분위기. 그런 분위기에 나도 조금씩 조금씩 취해가는 것만 같았다.

 

정말로 기대했던 것은 조금은 더욱더 성숙한 소녀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처음 에스페란자의 이야기를 들을때는 실망을 좀 했다. 너무나 순수해보이고, 어린아이의 티가 풍성하게 흘러 나에게도 느껴졌기 때문에.... (물론 그녀가 나이를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 없었지만..) 또한 처음에는 이 아이가 그닥 좋지 않은 환경에 있지 않은 것 같아서 더욱 의아했다. 왜냐하면 내가 예상하기로는 빈민촌 비슷한 곳에서 자랐으리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성장 소설을 그리는지 더욱 궁금해져 가기만 했다.

 

내 생각은 점점 바뀌기 시작했다. 순수한 그녀의 말투는 변하지 않았지만 일상생활을 떠나서 내가 느껴보지도 못한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꾸밈없이 이야기하는 그녀는 나에게 약간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녀의 깊은 마음도 자신이 드러내지는 않지만 나에게는 다가오는 것 같았다. 한 부면만 소개해 보겠다. '바르가스 아줌마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소주제로 그녀가 가지고 온 문제는 바르가스 아줌마와 그녀의 아이들의 이야기였다. 남편은 가정사를 돌보지 않고, 바르가스  부인은 지독한 말썽꾸러기인 아이들을 돌보아야만 한다. 그 아이들은 나무막대를 차와 차 사이에 끼워 넣고 무릎만으로 거꾸로 매달려 있다가, 영영 고칠 수 없을 정도로 다치기도 한다. 그런 것들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면서 하는데, 그런 아이들을 걱정해 주던 사람들도 무심해져 버린다는 것이다. 지붕위에서 아이들이 누가 더 용감한지 가리는 내기를 했을때 베니 아저씨가 걱정에 가득차서 내려오라고 하였지만, 그 아이들은 그저 퉤, 하고 침을 밷을 뿐이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려고 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 다음 문장들을 보는 순간에 나는 마음이 미어져 버렸다. 그래서 어린 에프렌이 주차장의 미터기에 부딪혀 앞니가 부러져도 사람들은 멀거니 바라보고, 레퓨지아의 머리가 뒷문의 문짝 사이에 끼었을 때에도 멈춰 서는 사람들 조차 없고, 엔젤 바르가스가 하늘로 날아가는 법을 배운답시고 설탕 도넛처럼 떨어져 내리던 날에는 어느 누구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악'하는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별똥별처럼 땅 위에 떨어져 버렸는데....말이다. 그냥 아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일들이 (그렇게 말하기 때문에 더욱더 무섭게 다가온다) 어쩌면 가슴에 찌릿찌릿하게 다가오는지....

 

미국에서 작문이나 문예창작 교재로 사용될 만큼의 가치를 지닌 책이라는 말을 읽고서야 알 수 있었다. 소녀가 차분하게 바라보고 느끼는 것들을 이야기 하는 순간 순간 마다 내 마음도 따라 멈칫 멈칫하고 만다. 그래도 비교적 너무나 나은 환경에서 자란 나에 비해서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난 그녀의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일들.... 지금도 자라고 있다고 믿는 나에게 생생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더불어 내가 처해 있는 환경들에 대해서 감사함을 느끼고 더욱더 성숙해져만 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나도 성장해가고...그녀도 성장하고..'나만의 집'을 읽을때의 가슴아픔이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