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국 1 - 안드로메다 하이츠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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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게...이게 뭐야~"

왕국의 첫인상은 솔직히 말해서 볼품없었다. 어쩜 이리도 얇고 등치도 작을까...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을 한번도 접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유명하다는 말에 그냥 살짝 기대를 걸어보고 있던 중이었는데...

하지만 첫인상에 실망한 나머지 책을 펴는 데는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그냥 마음 내키는 데로 페이지를 펴서 읽어보았는데 그 부분이 가에데와 시즈쿠이시의 첫 만남이었다.

46p

그는 조금은 끈끈한 발음으로 그러나 한마디 한마디를 정확하게 말했다. 그의 말투에 담긴 묘한 울림은 사람을 안심시켰다. 그리고 그가 늘 현재라는 시간에 확고하게 뿌리 내린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서로를 알게 된 후에도 그는 딴청을 부리는 일이 거의 없었고, 다른 생각을 할 때는 그렇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늘 눈앞에 있는 사람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내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게 있다면 첫인상, 첫만남이다. 아주 다는 아니지만 사람을 판단하는데 지표가 되곤 했다. 물론 외모도 보기 때문에 색안경이 씌여질수도 있겠지만, 만남이 지속된다면 풀릴 수도 있는 일이고..(첫인상이 좋지 못하다고 해서 만나기를 거부하는 일은 없으니까...) 무튼 내가 말하고 싶었던건 그들의 첫 만남이 정말 인상적이었다는 것이다.

 

산에서 살다가 그 기운을 머금고 도시로 내려온 시즈쿠이시의 관점으로 보는 세상은 느낌자체부터가 달랐다. 유난히 후각이 남달랐던 그녀의 코는 그것으로 세상을 직관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66p

나는 짝사랑에 빠진 사람이 뿜어내는 악취가 정말 싫었다.

산 속에서 살 때부터 변함없이 그렇다. 그것은 독한 냄새로 쇠사슬 처럼 상대를 얽어맨다. 나는 산에서도 자신에게서 그런 냄새가 나면 당장에 상대를 만나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가에데는 아무리 좋아해도 내게서 그런 냄새가 나지 않았다. 가에데를 생각할 때 내가 풍기는 냄새는 늘 할머니를 생각할 때 풍기는 냄새와 똑같았다.

그런데도 가타오카 씨는 나를 처음부터 의심하고 들었다.

그렇다고 "이것봐요 . 쇠사슬 냄새가 아니고, 할머니를 생각할 때 나는 마른 햇살 냄새잖아요!"하면서 냄새를 맡아보라고 할 수도 없어 오해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가에데도 약간은 흥미를 주는 사람이었지만 성격 때문이었지, 그가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는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서 동성애라는 것자체를 혐오하는 나로서는(세상에는 바뀌지 말아야 할 본질도 있는 법인데, 이 세상은 너무나 많이 변해가는 것 같다)약간의 거부감도 들었다.

시즈쿠이시의 불륜도 그렇다. 자신의 만남을 벌써부터 자기가 불륜이라는 말로 인정하지 않았던가.하지만 이 책에서 이런 부분이 나왔다고 해서 내가 뭐라고 할수도 없고, 그렇게 참견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안다.

 

아주 잠시동안의 외출(독서)이었지만 (책이 유난히 짦아서..) 시즈쿠이시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라든지 할머니, 가에데와 술집부부의 따듯한, 애정어린 관계는 내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아직도 잘 모르긴 하지만, 바나나의 유명세를 조금은 이해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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