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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아내가 있다 - 세상에 내 편인 오직 한 사람, 마녀 아내에게 바치는 시인 남편의 미련한 고백
전윤호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5월
평점 :
제목을 보고는 욱해서 그래 좋겠다!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습니다. (그날 힘들었었나?)
그리고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들었죠^^
책 띠지에 [접시꽃 당신] 이후 29년이라 되어있는데
읽어보지도 않은 시에, 검색해보면 도종환 시집만 검색되네요...
아~~ 궁금합니다.
이 책은 전윤호시인의 아내를 위한 시, 산문집입니다.
시와 시인이 직접 시에 대한 이야기, 해설을 해주고 있죠.
살짝 디스하는 듯한 시도 있지만
시에서 표현하지 못한 아내에 대한 마음을 해설에서 에둘러 표현하고 있네요.

<아들의 나비>
나는 여태 구두끈을 제대로 묶을 줄 모른다
나비처럼 고리가 있고
잡아당기면 스르르 풀어지는 매듭처럼
순순한 세상이 어디 있을까
내 매듭은
잡아당겨도 풀리지 않는다
끊어질지언정
풀리지 않는 옹이들이
걸음을 지탱해왔던 것이다
오늘은 현관을 나서는데
구두끈이 풀렸다며
아들이 무릎을 꿇고 묶어주었다
제 엄마에게 배운 아들의 매듭은
예쁘고 편했다
일찍 들어오세요
버스정류장까지 나비가 따라왔다
어느 날 아들이 내 신발 끈을 고쳐 매주었을 때, 나는 내가 모르고 있었던 사실을 깨달았다. 내 어두운 세계가 지금까지 그럭저럭 다른 사람들에게 탄로 나지 않았던 것은 아내 덕이었다.

<숲의 구성>
소나무는 소나무끼리
참나무는 참나무끼리
숲을 이룬다
두 아들과 아내가 등산로 계단에 서서
손을 흔든다
잘 자란 나무들 같다
아빠 빨리 와
사진 찍어줘야지
나는 손을 흔들고
식은땀을 흘리며
배경이 되려 뛰어간다
아내와 아이들의 유대감은 내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을 정도로 촘촘하다. 가족 소풍을 가서 사진을 찍을 때 그들은 하나의 숲 같다. 노을이 물들고 새가 우는 아름다운 숲. 나는 그 숲의 뒤에 있는 배경으로 만족한다.
소극적인 생각이라고 비난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진해서 배경이 되는 마음도 쉽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걸 모른다면 사랑을 안다고 할 수 없다.


<서울이 외롭다>
서울이 외로울 리 있겠는가. 보이는 건 다 내 속의 풍경들이다. 혼자일 때는 외로운 것이 당연하다 여겼지만 결혼을 한 후에도 외로우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 혼자서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얼마나 외로울까 하는 생각에 울컥해 이 시를 썼다.
시간만 나면 휴대폰을 꺼내들고 몰입하는 사람들을 본다. 그들은 모두 외롭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중이다.
시의 은유, 비유를 높이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시를 읽으면서 내가 느낀 나의 해석과 다른 시인의 해설을 보니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지가 확실해서 좋았습니다.
딱 부러져서 좋았습니다.
나에겐 아내가 있다 / 세종서적 / 전윤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