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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멩코 추는 남자 (벚꽃에디션) -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허태연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9월
평점 :
품절
<플라멩코 추는 남자>
허태연 지음
책제목을 보고 플라멩코와 남자라는 어색한 조합에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펼쳤지만
초반엔 책장이 선뜻 술술 넘어가지 않고 감정이입이 조금 어려웠다.
남훈씨는 흔히 말하는 꼰대같다.
소설속에서는 남훈이라는 이미지가 미화되어 가족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노인으로 나오지만 말 그대로 때늦은 노력이다.
나이가 들고 자신이 힘이 없어져서야 삶을 뒤돌아보며 가족을 찾는다니...
아무리 예쁜말로 포장해주려고 해도 34년간의 무관심이 갑자기 애정으로 표현되니 거부감이 느껴졌다.
남훈은 자신이 꼬인 실타래를 잘 풀고 있다면 만족할지 모르지만 소설에 감정이입을 이미 깊게 해버린 바...
마냥 아름다워 보이지만 않았던...조금 불편한 소설이었다.
내가 이 책에 나오는 딸 보연이었더라면, 30년동안 자기를 찾지 않던 아빠를 그렇게 빨리 용서할 수 있었을까?...
자기 핏줄을 그렇게 몇십년씩이나 무시한 채로 살아가는 부모가 해도 해도 너무한 건 아닌가?
그래도 남훈씨가 늦게라도 딸을 찾는 노력과 화해를 시도했으니 그것도 쉽지않은 판단이었으리라.
그 동안 그 속이 어찌 편하기만 했겠냐만은... 나도 이제 한 아이의 엄마이다 보니까 여러 복합적인 생각들이 들었다.
은퇴하고 자신의 마지막 버킷리스트를 위해서 새로운 스페인어와 플랑멩코 춤을 배우는 남훈씨의 노력만은 본받고 싶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낯선 것에 도전하는 게 결코 쉽지 않음을 느낀다.
그래도 코로나 시대를 반영하여 가족의 관계를 희망적이고 긍정적으로 그리는 점에서는 좋았다 .
조금 성급하게 이야기를 전개하는 점은 어색하긴 하지만...
기억나는 좋은 문구들은
"기억하세요. 새로운 언어형식이 새로운 관계를 만듭니다." (p.56)
"곁에 있어야 아버지죠. 궂은 날도 좋은 날도." (p.124)
"아버지를 만나서, 아버지 때문에 행복해지진 않았어요." 카를로스가 말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하고 행복해질 수 있었죠." (p.153)
"아시죠? 스페인어는 '주어-동사-목적어' 순으로 말합니다. '내가 그동안 이러저러한 사정이 있어 오늘에야 너를 찾았네. 미안하다.'
이게 아니라, '내가 미안하다. 오늘에야 너를 찾아서.' 그렇게 말해야 하는 거에요." (p.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