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은 선우를 잃어버린 피해자가 아니었다. 선우가 당연하게 받았어야 할 사랑과 평안한 일상을 빼앗은 가해자였다. - P70
선준은 기도하는 심정으로 선우를 보았다. 살짝 벌어지던 선우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며 다시 닫히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이내입을 열었을 때 아이의 꾹 감은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난 악귀야...……. 날 만나면 엄마 아빠가………… 죽어." "무슨소리야! 그런 거 아냐, 그런 거 아냐, 선우야!" 예원이 선우의 몸을 힘껏 껴안았다. 선준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분노로 몸이 떨렸다. 늘 의문이었다. 전화번호며 주소를 모두알고 있는 영특한 아이가 어째서 나타나지 않는지 알 수 없었다. 그 원인이 이것이었다. 아이가 스스로 부모를 찾지 못하게 세뇌시킨 것이다. 아이의 영혼까지 옭아맨 저들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 P236
그의 아내도 그랬다. 아이를 처음 낳고 모든 것이 생소했다. 그녀도 아이의 엄마가 되어본 것은 처음이었다. 낯설 수밖에 없었고, 실수는 예견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로부터 완벽한 모정을 당연하게 강요받았다. 화는 낼 수 있지만, 화풀이가되어서는 안 된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스스로를 검열했다. 아이를혼내고도 단순히 화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교육 때문이었는지를계산하며 남몰래 괴로워했다. 손…………. 절벽 앞에 선 상황이라면손을 놓을 수도 있지 않을까. 아주 잠깐이었다. 그녀는 다시 아이에게로 갔다. 그사이 유괴가 벌어진 것은 지독한 불운이었다. - P255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는 아이가 죽었다는 걸 확인하기 전까지는 절대 자살하지 않으니까요." - P258
선우가 사용하던 물건은 단 하나도 버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선우의 나이가 여덟 살이 되던 해 시트를 제거했다. 선우가 돌아올 자리를 마련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울음을 멈출 수 없었던 차가운 주차장을 기억한다. 만약 선우가 있었다면, 이제 너무 커서 시트가 필요 없게 됐음을 기뻐하며 떼어냈을 것이다. 그들은 선우만을 빼앗은 것이 아니었다. 아이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울고 웃었을 부모의 시간과 추억마저 빼앗은 것이었다. - P272
모든 문제는 단 한사람만의 잘못이 아니다.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이 쌓이고 쌓여 정신을 차리고 보면 잘못된 정거장에도착해 있는 것이다.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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