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너희 엄마랑 동성동본 결혼을 했어. 외할아버지 반대가 심해서 내 본관을 다르게 말하고 다니기도 했고.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 누가 동성동본 얘기를 하냐? 동성 결혼도 30년 뒤에는 아무것도 아닐 거야."
처음 들어보는 얘기였다. 하지만 나는 부모님의 결혼 비밀보다는, 이 결혼을 지지해주기 위해 아빠가 자신과 동성 커플의 공통점을 찾아서 해줄 말을 열심히 골랐다는 점에 놀랐다. 정말 맞는말이기도 했다. 동성동본 혼인 금지, 호주제와 같이 지켜야만 할절대적 가치로 보였던 일들이 2, 30년이 지난 지금은 정말 별것도아니지 않나. 우리의 결혼도 30년 뒤에는 그렇게 될 것이라니, 결혼 승낙 발언으로 들을 수 있는 가장 근사한 말이었다. - P104
"부장님, 첨부한 도표와 같이 각종 혼인 관련 혜택 적용 여부를인사팀에 문의하려고 합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이게 무슨 얘기지. 큰일을 만들지 말라는 뜻인가? 조금 서운한마음이 들려는 찰나, 부장님이 말을 이어갔다.
"청첩장만 첨부하라고 규정에 적혀 있는데 규진이라고 굳이 따로 허락을 받을 필요는 없어요. 나는 승인할 테니까, 기안하세요."
순간 울컥했다. 맞는 말이었다. 내가 동성애자라고 해서 남들이상으로 증명을 할 필요는 없었다. - P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