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했으니 너도 할 수 있어."라는 말이 가져다주는 힘은 대단하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미지의 세계를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일상의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주문 같다. 휠체어 탄여자들이 건네는 말들은 그래서 소중하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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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당연한 일. 가고 싶을 때 가고, 가고 싶지 않을 때가지 않는 것은 내게 당연한 일이 아니었는데, 그 순간 내게도가능한 일임을 깨달았다. 함께하려면 뭔가 ‘더‘ 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사람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사람으로 존재할 수 있는순간이었다.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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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게 부정적인 입장을 취할 때 그것은 당신의 오해이며, 나는 정당한 방식으로 삶을 살아왔고, 옳은 일을 했다고 끊임없이 말해야 하는 삶이다. 그 ‘오해‘라는 것이 타인의 삶을전혀 이해하지 않으려는 그저 힐난일지라도 흥분하지 않고 점잖게 ‘설명‘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감정적인 모습을 보이면 곧바로 ‘피해망상‘이라든가 ‘예민‘이라는 말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소수자의 경험과 감정은 자꾸 공적인 논의에는 포함될 수없는 주관적이고 별거 아닌 것으로 치부되곤 한다. - P107

‘도움받은 주제에 불평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는 도움 안 받고도 해낼 수 있으니까 계속 불평할 거야"라고 쏘아붙이고 싶을 때도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 해명이 전제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해명하는 순간 나는 자연스레 ‘도움받는 이들은 목소리 내지 말아야 한다‘라는 전제 위에서 말하게 된다. 나 역시언제든지 경험할 수 있는 취약성으로부터 슬쩍 발을 빼는 셈이 될 뿐이다. 그 해명은 다시 내게로, 또 다른 이들에게로 돌아오는 화살이 된다. 여전히 해명해야 하는 이들은 생기고, 외려 나의 해명은 더한 책임을 지우는 일이다. 동조자가 되는 것이다. - P107

이름을 지은 연유도 별생각 없었다. 휠체어가 구르니까 ‘구르리‘라는 이름을 이미 오래 쓰고 있었기에 ‘리‘만 빼고 ‘님‘을 붙였다. 좋은 선택이었다. 악플을 다는사람들도 구르님이라고 존대하는 것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 P111

그래서 누구나 연대와 공감이 가능한 영상이라는 이유를꺼내온다. ‘장애이해교육‘ 수업에서 틀어주는, 장애학생은 볼거라고 생각도 하지 못한 듯한 극적 서사 드라마 말고, 장애인의 어려움을 부각시켜 보기만 해도 심장이 조이는 실험 카메라 말고, 그냥 우리 얘기. 때로는 우울하고, 때로는 빡치고, 또때로는 재미있는 그냥 경험. 잔잔하고 사소한 장애인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서, 별일 아닌 이야기가 궁금해서, 무사히 할머니가 되고 싶어서 영상을 만든다. 그것뿐이다. - P116

나는 내가, 그리고 나와 같은 이들이 극적인 슬픔으로만 소비되지 않길 바란다. 장애와 함께 살아가며 당혹과 수치를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 있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그러나 나의 삶은 누군가에게보여주고 그에게 삶의 힘을 얻게 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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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왕따를 당하기 위해서 태어난 로봇, 모델명 PB 34(Prevent Bullying 34th)‘라고 해."

최동필은 자기가 나라에서 만든 최첨단 인공지능 로봇이라고 했어. 갈수록 늘어나고 심각해지는 왕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박사가 발명한 제품이래. 스스로 왕따를 자기한테 집중되도록 유도해서 일진 아이들의 구타와 폭언을 당하되, 동시에 다른 아이들을 ‘왕따로부터 지켜주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했어.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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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야. 사장님은 속으로 내가 괘씸했던 모양이야. 아니, 그게 아니면 왜 생뚱맞은 외국인 여자를 카운터 알바로 뽑았겠냐고. 옐레난지 옐로운지 하는 그 누님이 새 알바로 들어왔었을 땐 어찌나 황당했던지. 아니, 조선족도 아니고 눈빛 매서운 러시아 누님이라니? 이국에서 온 여인에 대한 로망을 가진손님들도 그녀의 살얼음 같은 눈빛을 마주하고서는 모두 불알을 걷어차인 것처럼 힘을 잃고 돌아가야 했어. 이상하게 정면으로 못 쳐다보겠다데. 말? 희한하게 그건 문제가 없었어. 대화가제법 되더라고. 뭐, 좀 이상하긴 했지. "내래 콤퓨타를 세척하자시요", "컵라면 재고는 일없습네다"라며 이북 말을 쓰더라니까?
대체 어디 어학당을 다닌 건지 물어보면 말을 슬쩍 흐리더라고. - P222

"답도 없는 메텔빠야, 도와줄까."
한 사내가 손을 스윽 내밀자,
"1시간. 딱 1시간만 휴전이다, 개차반"이라며 맞은편의 사내가 손을 꽈악 붙잡았지. 크. 그건 기적이었어. 알로에 피시방의앙숙인 사자와 호랑이가 용을 때려잡기 위해 전략적 제휴를 이뤄낸 거야! 배신한 여친이 준 돈을 철저히 낭비해 버리겠다는쪼렙 엘프의 괴이쩍은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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