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소설의 시대 1 ㅣ 백탑파 시리즈 5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19년 5월
평점 :
품절


언제부터인가 김탁환이라는 작가를 검색해서 그의 소설들을 찾아 읽는 나를 발견했다. 정도전을 다룬 <혁명>이야 드라마를 보고 찾아아읽었지만 개항기 대한제국의 근대 은행 설립을 다룬 <뱅크>와 러시아 공사관이 들어오며 러시아 역관이 개입된 사기극 <노서아 가비>는 작가를 검색해서 읽게 된 책이다.

 

책장을 덮을 때까지 흥미진진했다. 한국사에 애정을 갖고 공부한 역사마니아라 우리 역사를 얼마나 생생히 되살리고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좋고 셜록홈즈 전집과 아가사 크리스티 전집을 소장할 만큼 추리소설을 좋아하는데 잘 짜여진 플롯을 통해 펼쳐지는 추리소설이라 좋았다. 광활한 역사와 조밀한 추리를 모두 다루자면 장편일 수 밖에 없으니 분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오히려 더 흥미진진하지 않을까 싶어 기대가 되는 것도 김탁환 작품들의 특징이라 생각하며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이번에 민음사에서 김탁환의 두 권 짜리 책이 나왔다는 블로그 글을 읽고는 냅다 책을 잡았다.

 

국가의 부가 증가하여 먹고 삶에서 벗어난 이들이 많으면 그들은 자연스럽게 지적 호기심을 채우려고도, 단순한 여흥으로도 책이라는 걸 찾게 마련이다. 조선후기에 농업이 발달하고 생산활동이 증가하면서 그림에서는 민화가 유행했고, 판소리 가면극도 유행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한자야 워낙 어려운 문자니 서민들이 배우기 어려웠으니 밑으로 파급되는 효과가 적었지만 그 틈새 시장을 언문소설들이 채워가기 시작했다.

 

단편들은 시시하다고 열 권, 스무 권, 오십 권 이상의 장편소설, 그러니까 대소설도 유행하기 시작했다. 특히나 재주 있으나 그 재주를 풀어낼 기회를 차단당한 집안의 여자들과 평생 궁궐이라는 감옥에 갇혀 살아야 했던 궁녀들의 공간 궁중에서는 홀로, 또는 여럿이서 대소설을 읽는 풍조가 널리 퍼져 나갔다. 일종의 대리만족이라고나 할까?

 

그럴수록 소설의 중심 이야기도 가문의 혼사와 번영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게 되었다.  이 분야야 말로 여성들의 권한이 막강하기도 할 뿐더러 주요 관심사이기도 했으니 독자를 겨냥한 변화라고 볼 수 있겠다.

 

<대소설의 시대>는 이런 조선후기,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할 만큼 커진 여성들의 목소리와 폭발적으로 늘어난 소설, 그것도 대소설(장편소설)에 대한 이야기이다.

 

셜록 홈즈의 활약상을 전해주는 왓슨처럼 추리에도 보통 사람들보다는 뛰어나지만 두각을 나타내지는 않은, 소설에는 관심이 많아서 습작도 하고 있는 의금부도사 이명방이 조선의 셜록 홈즈 김진이 사건을 해결해 가는 활약상을 독자들에게 생생히 이야기한다.

 

그림이든, 음악이든, 글이든 완벽한 것을 창조하고 싶은 욕망과 생노병사에 갇힌 인간의 한계가 드러나고, 모차라트를 질투한 살리에르처럼 천재를 질투하지만 도저히 그 경지에는 이룰수 없어 좌절하지만 천재가 누리는 영광은 갖고 싶은 이류 예술가의 욕망도 드러난다.

 

의형제를 살해하고 스승의 업적을 가로채려는 음모가 밝혀지는 과정에서 조선후기에 청나라로부터 들여온 <천주실의>라는 책을 통해 자생적으로 천주교를 믿게 된 영정조 시대의 역사적 격동 상황도 드러난다. 박제가의 건의를 받아들여 서얼허통을 비롯한 많은 개혁이 이루어지게 된 이야기들도 살짝 엿보이고.

 

이렇듯 격변의 역사를 살아낸 실재와 가상의 인물들을 동원해 인간사의 희노애락과 질곡을 스펙터클하게 그려내면서도 끝까지 범인의 궁금증을 남겨두어 책장을 덮을 때까지 긴장감을 늧추지 않은 작가 덕분에 <대소설의 시대>를 읽는 한 주가 참으로 행복하고 즐거웠다.

 

가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동경이 더해져 대소설을 그토록 애독했던 조선 여인들의 삶을 통해서는 아직도 현실에 존재하는 유리천정과 육아와 일을 왔다갔다 하느라 허덕이는 요즘 여자들을 비추어봤고, <산해인연록>을 쓰면서 가졌던 노작가 임두의 소설에 대한 생각, 김진의 목소리를 통해 드러난 사회를 반영하는 소설의 의미와 작가의 노력에 대한 문학적 비평을 통해서는 작가 김탁환이 소설을 쓰며 독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자신의 목소리를 담지 않았을까 싶어 좀더 유심히 읽게 되었다.

 

대작가의 스물 넷 시절, 인생의 가장 밝았던 시절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소설은 함께 읽고, 즐겁게 읽고, 그 즐거움을 나눌 때 진정한 빛을 바라니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 아니 모든 소설을 읽는 독자들이 스물 넷 임두처럼 하기를 바란다는 독자들에 대한 당부처럼 읽혔다.

 

역사가 삶으로 와닿고, 소설이 나눔으로 와닿는 즐거운 경험이었으니 나도 내가 본 책을 좋은 사람과 나누어야겟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의빈과 혜경궁 한씨가 ,산해인연록>을 다 읽고 나서 허전함과 동시에 다음 작품을 기대했듯 나도 김탁환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