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백수로 있을게 - 하고 싶은 게 많고, 뭘 해야 좋을지 몰라서
하지혜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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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학만 나오면 취직 잘 되던 때가 있었다. 먼 이야기다.

사대문 안에 있는 대학 나오면 취직 잘 되던 때가 있었다. 멀지만 조금 더 가까운 이야기다.

스카이 나오면 취직 고민 안 해도 되던 때가 있었다. 지금보다 멀지만 좀 더 많이 가까운 이야기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스카이도 모자라 석사와 박사 학위가 필요하고 각종 스펙이 필요해졌다. 그걸 해 놓고도 불안하다.

대학 가는데도 시험 한 번, 논술 한번이 아니라 각종 스펙이 필요했다. 나름대로 괜찮은 대학을 나왔지만 지금 이 제도로 다시 도전하라고 하면 도저히 못할 만큼 해야할 것 많고 복잡하기 그지없는 입시제도이다.

그러니 학생들이 어디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생각할 틈이라도 있겠나 싶다. 바둥대지 않으면 기회마저 박탈당할거라고 옆에서 들들 볶아대는데.

 

해야할것 많은 자식이 안스럽고 이 모든걸 잘 해내서 좀더 편하게 살았으면 하는 부모 마음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스펙 쌓도록 사회생화, 사생활, 마음 갈무리는 부모가 대신해 준다. 그러니 겨우겨우 직장 잡아 출발하는 사회에서 견뎌내고 치유하고 치열함을 뚫고 소통해 내는 법 역시 배울수 없이 커야 했다. 그런 이들이 지금의 청춘들 아닐까 싶다. 공부에만 견디면 다른 것들은 견뎌야할 것이 있고 견뎌야 한다는 의식 자체도 없을것 같다.

 

그러니 앞만 보고 달려왓고 주변의 시선과 환상에 사로잡혀 방송쟁이를 꿈꾼 자기고백자 하지혜를 누가 탓하고 움츠러들게 할수 잇을 것인가1 앞만 보고 대학에 골인하면 다 되고 스펙만 쌓으면 다 되니 딴생각 하지 말고 달려가자고 부추긴 것은 우리 교육제도와 기성세대들 아니겟는가!

학생 때 멈춰서서 환상과 실재를 구별해 내려 노력하고 자기를 들여다보아야 했다는 자기고백이 왠지 그들만의 문제로만 다가오지 않는다. 언젠가 사회에 나가고 백수가 될지도 모를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라서 그럴 것이다.

 

이제라도 멈춰서서 자기 길을 찾아 해매고 남과 함께 걷고, 공동체를 들여다보려 노력하는 백수는 참으로 자기를 배우는 공부하는 인간이다. 고미숙이 말햇듯이 인간은 공부하는 사람, 호모 쿵푸스라고 하지 않던가! 소림사에서 수십년 자기 연마를 하는 것이 쿵푸이고 그것을 우리는 공부라는 말이란 사실이 참말로 충격이었다. 대임과 공부, 시험과 점수가 공부인줄 알았는데 말이다.

 

늘 하고 사는 생각이지만 아이들과 청년들에게 멈춰서 멍때리는 시간을 주고 뒹굴거리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 책을 보며 절감한다. 그래야 내가 진짜 원하는 것,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행복하고 재미있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해볼수 있기 때문이다.

진로고민은 직업만 두고 하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스스로 제 밥벌이를 하며 사는 직업을 가져야 하기에 밥벌이 궁리는 해야 하지만 밥벌이와는 별개로 나는 인생을 어떤 취미, 어떤 활동, 어떤 관계로 채우며 재미있고 행복하게 만들 것인가를 총체적으로 고민하는 것 또한 진로고민이라고 배웠다.

기와 시작한 백수 하지혜가 이 고민을 얼른 끝내고 다시 자기 길을 가도록 응원을 보낸다. 진심으로.

그러려면 미안함과 고마움은 안고 살되 당당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멋진 커밍아웃을 하는 이라면 충분히 그럴수 있겟지!

다음에는 멋진 백수 탈출기 아니면 새로운 길에서 같은 책으로 만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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