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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바위 게임 - 불평등은 일상 속에서 어떻게 재생산되는가
마이클 슈왈비 지음, 노정태 옮김 / 문예출판사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도 한때 신분제 사회였던 때가 있었다. 노비의 자식은 노비가 되었고, <동의보감>을 쓴 허준 같은 출중한 능력을 가진 이도 반쪽짜리 양반인 중인이었기에 능력과 상관없이 차별받았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이런 얘기를 하며 많은 어른들이 말한다. 능력만 있으면 교육 받아서 부모는 험한 뱃일하고 가난하게 살지언정 자식은 판사도 되고 의사도 될수 있는 세상이라고. 머리 나쁘고 게을러서 그렇지 다 될수 있다고.
이런 말을 듣는 공부 못해 별 볼이 없는 월급쟁이로 근근이 살아가는 자식들은 속이 쓰리다. 자기가 못나서 그렇다고 인정은 하지만 왠지 게운치 않다.
이 책 <야바위 게임>은 이런 말을 듣는 우리네가, 죽어라 공부햇어도 백수 신세가 많은 청년들이 왜 게운치 않은지 설명해주는 책이다.
멀리서 관찰해 보면 속임수라는 것을 알지만 온갖 현란한 말과 등떠미는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속아 시장통의 야바위 게임판에 돈을 걸었다 홀랑 날리는 것이 비단 나만의 잘못은 아니다. 그 게임을 어떤 조작도 없는 운빨과 잘 보기만 하면 알수 있는 개인의 눈썰미만 있으면 돈을 딸수 있다고 속이지만 교묘하게 사람 눈을 속이는 야바위꾼에게 당해낼 재간있는 이가 몇 명이나 되겠는가!
너나 나나 다 학원 보내고 따야 할 스펙도 많은 교육 전쟁에서 승리하는 건 학생 혼자 잘나서 되는 일이 아니다. 예전에는 간혹 그럴 수도 있었지만 요즘은 사교육 한번 안 받고 좋은 대학 들어가기는 영 쉽지 않다. 대학 들어가도 그렇다. 옛날에는 아르바이트하며 좋은 학점 딸 수도 있었다지만 요즘은 교수가 내주는 과제를 제대로 다 해내려면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도 모자라는 경우가 허다하다. 거기에 취직하려고 따야 하는 각종 스펙도 해결해야 하고.
교육 환경이 이렇게 바뀌었는데도 사회 이데올로기는 아직도 60년대 그대로인 경우가 많다. 공부 못하는 건 다 네 탓이라고, 남탓하지 말라고. 각종 언론과 교육계 등 이데올로기를 생성해 내는 가진 자들이 자기네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입시제도를 복잡하게 바꾸고 투입해야 하는 자본의 양을 늘리고, 각종 인맥을 동원하여 자기네들끼리 좋은 일자리를 나눠먹는 불평등한 게임의 규칙을 감추기 위해 불평등한 규칙의 중요성을 깎아내리고 보지 못하게 하려고 착취당하는 대중을 세뇌시킨 것이다.
이 책을 제대로 읽으면 지금의 우리 교육 현실에 대해 이런 해석을 할수 있게 된다.
교육문제 뿐만이 아니다. 회사가 살아야 노동자도 산다는 명목으로 이윤이 남는데도 임금을 동결하는 기업주들,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진 비정규직을 늘려간 노동제도,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성역할의 고착화도 대자본가와 기득권 남성들의 자기 권력 유지를 위해 이루어졌다는 것을 들여다볼수 있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되면서 우리가 불변이라고 또는 최선이라고 믿었던 여러가지 법과 제도, 도덕적 이데올로기가 사실은 기득권층들의 불평등 유지 전략에 불과햇으며, 그렇기 때문에 좀더 평등한 방향으로 바꿀수 있고 바뀌어야 한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게 된다. 슈월비가 말하는 게임의 규칙은 바꿀수 있게 바뀌어야 한다!
기득권층은 폭력과 구금 등 물리적 억압은 대중을 다스리는데 한계가 있는데다 오래 가지도 못하기 때문에 대중이 자발적으로 그들이 만든 게임의 규칙에 순응하며 스스로 유지해 나가며 나아가 재생산하도록 만든다.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조금이나마 이익을 나눠주어 규칙을 따르는 것이 얼마나 현명한지를 알려주며 서로 단결하여 규칙을 바꾸는 음모를 꾸미지 못하도록 인종과 성별, 경제적 계층 등으로 대중을 조각조각 분열시키기도 한다.
그 중에 제일 무서운 것이 아마도 상상력의 결핍과 한계를 통해 대중들이 다른 대안은 없다고 스스로를 현 체제의 감옥에 가두고 패배의식을 심어주는 게 아닐까 싶다. 이런 상태라면 스포츠와 가정, 자기 노동에 매몰되어 사회의 불평등한 규칙을 쉽게 잊을테니까.
책 속에서 이런 대목과 마주하자니 모골이 송연해 진다. 잘못된 법도 군홧발을 앞세운 독제도 무섭지만 언론과 오랜 세월 동안 이루어진 잘못된 교육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더 무섭다는 것을 확실이 깨닫는 대목이었다. 1퍼센트가 99퍼센트를 먹여살린다는 세놔에 속아 대기업에게 무조건 잘해주어야 한다는 굳건한 믿음,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부자 돼서 다 잘될거라는 믿음이 대기업 지상주의와 탄핵 정국까지 불러오게 했겠지? 이제는 절대로 속지 말아야지.
그리고 결심해 본다. 나는 최대한 많이 읽고 소통하며 내 상상력의 범위를 넓혀나가야지. 사교육이 무너지지 않을거라는 믿음 대신 조금이라도 없애기 위해 어떤 상상을 해야 하지? 부자가 안 되더라도 행복하게 살수 있고 노후걱정, 의료비 걱정 없이 살수 있는 세상이 불가능할거라는 상상의 한계도 뛰어넘어 새로운 꿈을 꿔봐야지. 남자와 여자가 번갈아가며 아이를 키울수 있도록 누구 한 사람은 아이가 커가는 미성년 시기에는 집에 있으면 좋겠어. 그래도 경력 단절, 생활비 부족으로 쪼들리면 안될텐데, 여자만 집에 있어야 한다는 법은 없을텐데, 그런 세상을 상상해봐야지.
저자가 말한 것처럼 이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지금 있는 불평등의 규칙을 찾고 조금이라도 평등하게 바꾸려는 노력을 해봐야지.
지금의 문제점을 들여다보고 밑줄도 긋고, 앞으로 나아갈 에너지를 주는 책은 참말로 좋은 책이다. 3월에 우연히 읽게 된 이 책이 그런 득템한 책이다. 함께 읽고 나눌 이들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