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그리고 테오 - 반 고흐 형제 이야기
데보라 하일리그먼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마천의 <사기열전.을 읽다 보면 어느 소설보다 재미있다. 한 시대를 최선을 ㅏ해 살아낸 인물을 보지도 않았는데 이토록 생생하면서도 사실적으로 그려낼까 싶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러면서도 가끔은 눈물 찔끔, 가끔은 분노에 손을 부르르 떨기도 하니 왠만한 소설책보다 재미있었다. 

 

<빈센트 그리고 테오>의 책장을 넘겨가다 보노라면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 점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 빈센트 반 고흐와 테오 반 고흐의 편지들, 그들이 주변 사람들과 나눈 편지들을 바탕으로 위대한 화가와 그 화가를 있게 한  동생의 삶을 지극히 사실적으로 그려내려 했다는 역사학자적, 또는 다큐맨타리 작가 같은,또는 진실을 추적하는 기자 같은 집념을 본다.

 

 편지나 주변의 증언이 없는 사건들 앞에서는 철저히 중립을 유지한다. 예를 들어 고흐가 아를에서 고갱과 다투고 자신의 귀를 잘라 ㄹ이첼이라는 창녀에게 보관하도록 한 사건에서는 고갱의 일방적 증언이라는 점을 밝히며 사건을 서술하면서도 다른 가능성들을 싣고, 이것들은 증명되지 않은 가설이라고까지 밝힌다.

이런 사실에 대한 탐구가 있기에 이 책이 빈센트 반 고흐의 생애를 가장 잘 조명한 논픽션이라는 찬사를 받는게 아닐까?

 

절데되고 중립적인 작가의 관찰과 복원에 더해 이 책에는 간결하고 절제된 문장, 적제 적소에 자기 얘기가 아닌 주인공들의 편지를 인용한 대목들을 통해 빈센트와 테오의  삶에 깊이 공감하고 안타까워하는 작 가의 감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어느 소설보다도 더 풍부한 감성을 표현하려는 절제된 문장과 군더더기 없는 사건 전개, 다음에는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싶은 독자의 조바심을 자아내는 사건 서술과 잘 짜여진 플롯은 500여 페이지의 두꺼운 책도 거뜬히 읽어내게 하는 밀도 높은 몰입성을 유지하게 한다.

이 책을 문학성 높은 평전이라고 한들, 인간 심리를 절묘하게 묘사한 명작 소설이라고 한들 한 치ㅊ의 모자람도 없는 책이다.

 

 

빈센트는 살아 생전 세상이 그 천재성을 충분히 알아주지 못하고 불운하게 생을 마감했지만 그래 도 그는 행운아였다.

처음에야 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자식된 도리로,형제라는 이름으로 억지로 떠맡은 짐이었던 빈센트에 대한 지원은 나중에는 형의 예술 세계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꽃피워주고 싶어하는 진정성으로 나아간다. 미술상을 하면서 테오 자신도 남의 그림을 파는것 뿐만 아니라 자신이 직접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를 꿈꾸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자신에게는 그런 재능도 없고,그만ㅌ한 감수성도 없다고 생각하며 그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형을 통해 자신의 이같은 욕망도 실현하려고 한 것은 아닐까?

 

테오의 편지에서 '형이 이만한 경지에 이루기 위해 민감한 감수성으로 얼마나 높은 ㅕㅇ지ㅁ에 올라갔고, 그 감수성과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이 싸우고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는지를 ㅅ생각하면 아찔하다'고 하는 부분을 통해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아무리 기꺼이 주려 해도 받는 사람이 그것을 늘 당연시하며 고마워할줄 모르면 주는 것은 한두번으로 그치고 만다. 꿈 참고 주고 주고 주더라도 그 행위는 상대방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신뢰로 이어지지 않고 상대를 원망의 대상으로, 억지로 지고 가야할 짐으로 여기게 되어 마지막에는 관계는 틀어지고야 만다.

빈센트와 테오가 마지막까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할수 있었던 것은 빈센트가 자신에게 배풀어주는 테오의 무한한 물질적 지원과 자기 예술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에 대해 늘 고마워하고 감사했으며 테오의 일에, 가정에 어떤 도움이라도 주려고 끊임없이 노력했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동생에게 방해되지 않으려고 생의 마지막 순간에는 끝내 스스로 동생을 부르지 않으려 했다. 물론 빈센트가 처음부터 이렇게까지 성숙하지는 않았고, 테오 역시도 빈센트에 대한 사랑이 이렇게 깊지도 않았엇다. 작가는 두 형제가 삶의 무개가 더해지는 동안 서로가 서로에게 서서히 물들어 가는 과정을 잔잔한 물결이 어느 순간 내가 서 있는 호숫가 내 발에 닿아 나를 적시듯 그들 삶의 그 속도대로 그려나간다. 그래서 우리도 처음에는 테오에게 기울어져 있던 형의 삶을 짊어지고 힘겹게 걸어가는 동생의 삶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두 형제의 진정한 형제애에 대한 감동과 믿음으로, 그리고 아찔한 정신적 위태로움과 너무 민감해서 삶과 부딛히는 빈센트의 힘겨운 삶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시점을 옮겨갈 수 있다.

 

그리고 남편을 지극히 사랑했고,남편의 일부를 이룬 빈센트의 예술세계를 끝까지 지켜내려 했던 테오의 아내 요한나를 보며 두 형제가 누린 고달픈 삶을 하늘이 보상해주고 있다는 안도감을 느ㅁㄱ낀다. 형제는 그렇다 쳐도 짧지 않은 결혼 생활 동안 만난 남편과 남편이 사랑한 형의 예술세계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도 아니고 흔한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한 예술가가 그린 작품의 목록을 알고, 그가 어디어, 어떻게 살았는지를 안다는 것은 중요하고 우ㅁ리 삶의 품격을 높여주는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그 예술가가 가족과 사회, 주변인들과 맞으며 갈등하고 기뻐하며 자기 작품에 사연을 담는 내밀한 과정을 들여다보는 일은 작품을 감상하 고, 그가 어느 파에 속하는지를 아는 것보다 더 값진 일이다.한 인간의 고뇌와 사랑을 통해 우리 삶을 들여다보고 내가 주변인과 관계맺는 방식과 사회와 관게맺고 사회를 바라보는 방식을 조망하고 나를 더 성숙하고 나은 삶으로 이끌어주기 때문이다. 진정한 삶의 품격을 높여준다고나 할까.

 

내게 이 책은 내 가족과 나를 다시 돌아보게 해 주었다. 감성과 정샌이 펄펄 살아있으면섣ㅎ 사회와 가족과 행복하게 잘 지낼수는 없을까? 우리 주변에 빈센트 같은 감성이  예술적 정신이 펄펄 살아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포용하고, 올바른 이웃으로 살게 할수 있을 것인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많은 것을 알려주고,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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