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광선의 책들은 전엔 잘 알려져있지 않았던, 그렇지만 정말 흥미로운 작품들을 엄선하여 펴내기에 항상 책을 받자마자 단숨에 읽어내곤 했다. 그런데 이번 책 <빛 속으로>는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매 작품이 읽고 나서 마음을 많이 아프게 했기 때문이다. 네 번째 작품인 기행문을 제외하고는 정체성의 문제라는,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와 그 문제에서 비롯된 갈등을 치열하게 다루는데, 어떤 진지한 인간이 이 문제를 대충 지나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이 문제가 그저 픽션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네 작품의 주인공에서 작가의 실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더욱 마음이 아팠다. 상당히 희화화된 인물조차도, 김사량의 실제 모습하고는 동떨어져 있었을지는 몰라도 그 시대의 누구든지 그렇게 될 수도 있었을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우스꽝스러움이 커질수록 독자의 슬픔은 더 커진다. 그런데 이런 소재를 적의 언어로 쓰고 발표했다니, 김사량은 도대체 얼마나 용기 있는 사람인가? 이런 작가를 아름다운 장정과 좋은 번역으로 만날 수 있는 것은 분명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