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커피일 뿐이야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02
이선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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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기대를 하지 않고 읽었던 책인데 잔잔한 감동을 주는 책을 만났다. <단지 커피일 뿐이야> 이 책의 겉표지만 보면 꽤나 자극적인 소재 같다는 오해를 받기 쉽지만, 청소년 성장소설 답게 따뜻하게 전하는 메세지가 뚜렷해서 너무 좋았다. 삶의 온기가 느껴지는 따뜻한 성장소설이지만 흥미로운 전개라서 쉼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창밖의 아이들> 작품으로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작가활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다수의 청소년 소설을 쓴 작가답게 청소년의 심리를 풀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야기에 빠져들만한 재미요소들도 곳곳에 녹아내어 뒷 내용이 궁금해서 손에 놓지 않고 끝까지 읽어낼 수 있는 매력이 있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아빠를 잃은 고등학생 강산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아빠가 돌아가신지 1년만에 새아빠를 맞이하게 되어 혼란스러운데, 새아빠에게서는 항상 커피향이 난다. 알고보니 새아빠의 실체는 아빠가 살아계실 적에 자주 갔던 카페의 사장이었던 것이다. 새아빠의 등장부터 강산은 커피향을 극도로 혐오하게 되었다. 엄마는 왜 그렇게 급하게 카페집 사장과 재혼을 했을까? 나또한 읽으며 궁금했고 후반부에 그 이유를 알았다. 이야기속에 빠져있다 보니.. 엄마의 상황도 이해가 되었다.

잔을 입에 대고 커피를 한 입 마셨다. 코로 숨을 쉬자 커피 냄새가 나를 압도했다. 몸이 커피 냄새에 감전된 것만 같았다. 어릴적, 전기선을 밞은 적이 있다. 다행히 애들이 말한 것처럼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거나 정신을 잃지는 않았지만, 크게 통증이 일었다.

그래, 통증.

엄마가 브랜든과의 재혼 이야기를 꺼냈을 때부터 커피 냄새를 맡을 수가 없었다. 자꾸 헛구역질이 나왔으니까. 우연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제야 완전히 알 것 같았다. 그건 통증이었다.

p11

주인공에게 커피냄새는 통증이었다. 과연 주인공은 그 통증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이야기속에서 주인공은 내면의 자아와 끊임없이 마주하려 노력하였고, 다양한 등장인물들과의 소통을 통해 서서히 알아간다. 그 통증은 극복할 대상이 아니라 받아들여야 할 대상이라는 것을...

뒤에 보면 작가의 말이 나오는데, 그 이야기도 참 귀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에게나 '커피 냄새' 같은 존재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도 있다. 있었다가 사라진 커피 냄새도 있고, 없었는데 생겨난 커피 냄새도 있다. 가끔은 커피 냄새에 질식해서 숨이 막힐 때도 있었다. 살면서 행복한 경험만 할 수 없으니 앞으로도 여러 커피 냄새를 만나게 될 텐데, 어떤 커피 냄새는 백 미터 밖에서 맡아도 생생한 고통으로 다가올 거라는 것도 안다. 두렵지 않다고 말하고 싶지만, 실은 두렵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인기가 많고 돈이 많고 권력이 많은 사람이라도 '커피 냄새' 같은 고통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고통은 인간의 존재 조건이다.

존재하지 않는다면 고통 따윈 느낄 수 없을 테니까.

(중략)

아무리 커 보이는 존재도 '단지~일 뿐'이라는 마음이 우리를 지켜 주지 않을까 하는 소망을 제목을 통해 품게 됐다. 제목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힘을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p185, 작가의 말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 강산, 강산의 절친인 재범이, 잠깐 삼각관계였던 오로라, 강산이 다니는 고등학교 변쌤, 그리고 엄마와 여동생 별이, 새아빠 브랜든, 브랜든의 전여친, 브랜든 카페의 단골손님 등 등장인물들간의 케미도 이 책의 재미와 감동을 주는데 한 몫한다. 당장에 크게 보이는 어려움도 알고보면 '단지 ~일 뿐이었구나' 라는 깨달음과 함께 따뜻한 위로, 그리고 불쑥불쑥 등장하는 재미까지 곁들여진 성장소설이라 우리 청소년들에게 살며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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