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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러스트
필립 마이어 지음, 최용준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_ 이 시냇물은 다른 시냇물을 만나 강이 되었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강은 오하이오 강을 만나고 오하이오 강은 미시시피 강을 만나고 미시시피 강은 걸프 만과 대서양으로 흘러가, 포는 생각했다. 모든 게 연결되어 있어. 모두가 연결되어 있는 거야. 그 모든 것에 뭔가 의미가 있었다_









anecdOte.1 필립마이어_ 아메리칸 러스트  






아이에게_


지금 나는 생각을 하고 있어, 그러니까
이 세상에 녹이 슬지 않는 것들이, 있을까_

시간은 `흐르고` 있어,
이것은 물이야, 너의 마을을 둘러싸는 강이지, 그 곳에서 사슴들이 목을 축인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어,
시간은 모든 것의 숨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고 있어, 나는
그 심연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무엇이 뱉어내는 산소와 무엇이 뱉어내는 이산화탄소와 그 무엇들의 수분들로 가득차있어,

나는 그 안에서 호흡을 해, 그러니까 살기위해 호흡하는 나는, 그로인해 녹이 슨다고,
생각해,

나의 숨에 너의 녹이 번지고
너의 숨에 나의 녹이 번지고,

산다는 것은 녹이 스는 것일까,
녹이 슨다는 것은 내가 살고 있다는, 그러니까 숨을 쉰다는_ 증거,

녹이 많이 슬어 있다는 것은, 호흡을 많이 하고 있는 거라고,
그러니까 너는 단지, 너 보다 조금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사람들 틈에 섞여있는 거라고, 그로인해 너는 단지, 그들 보다 조금 더 가쁜 숨을 몰아쉬어야 했다고, 생각을 해
그러니까 어쩌면 말이야,

너는 너의 이야기를 `녹'이었다고 말을 했지만,
나는 너의 이야기를 `숨'이었다고 듣고 있었어,



간은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자기도 확실히 몰라. 그때 내 판단엔 어떤 생각들이 얽혀 있었을까? 무의식적으로 어떤 생각들을 했던 걸까? 난 내 마음의 가장 바깥쪽에 흐르는 생각도 간신히 인식해. 그 아래에선 더 많은 생각이 내내 흐르고 있어, 그냥 잤으면 좋겠다. 하지만 난 그럴 수 없어,


그러니까 누가 살인을 한거지, 나일까 너일까, 그냥 잤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라고
너는 생각을 하지, 종이 한장으로 표현할 수 없는 두꺼운 너의 자각의 조각들,
흩어진 너의 자각의 조각을 끼워 맞추면 어떤 그림이 될까, 어쩌면 관념 속에 싸인 너를 만질 수 있을 지도 모를 일_

나는 저기 떠다니는 조각을 하나 집어내었어, 아_ 이것은 너의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조각이야,



국 진실을 아는 것은 불가능했다. 헨리 잉글리시와 결혼했지만, 어머니는 좌절했거나 외로웠거나 세월의 무게를 못 견뎠던 게 분명했다.



어머니는 5킬로그램이나 되는 돌을 주머니에 넣고 두 주나 가라앉아 있었어. 외투주머니에는 돌멩이가 가득했지, 마음은 심연으로 몸은 수면 위로,
몸과 마음은 결국은 분리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 어머니는 알고 있었어, 
5킬로그램의 돌멩이를 가만히 감싸모으면,
그 무게만큼 너의 어머니는 심연으로, 그 무게만큼 너의 아버지는 수면으로 세월의 틈은 벌어지고 있었어, 어머니는 심연 안으로 고립되었고 아버지는 수면 밖으로 발버둥을 치고있었지, 서로는 외면하고 있었어, 각자의 손짓은 다른 방향이었다는 것을,
결국 서로를 연결하는 사슬은 부식되고 말았어, 그리고 끊어졌지, 어쩌면 당연한 결과야, 사슬은 부식될 수밖에 없었어

서로가 뱉어내는 숨들과 너의 마을을 둘러싼 공기로 인하여
`산화`되고 있었으니까,



으로 미국적이었다. 운이 나빴다고 자신을 탓하기. 사회적 힘이 자기 삶에 영향을 미쳤다고는 생각지 않으려 했다. 큰 문제들을 개인의 행동 탓으로 돌리는 것. 아메리칸 드림의 추악한 이면이었다.



아메리칸 드림의 추악한 이면이 녹아 있는, 녹이 슨 동전의 뒷면이 되어버린 너의 마을, 너의 아버지는 동전의 앞면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어, 동전 전부를 손에 쥔자가 아니니까, 현실은 그런 걸꺼야,
헨리 잉글리쉬라는 너의 아버지의 이름을 가만히 읊조려보니, 참으로 미국적이군, 이름도, 삶을 보는 시선도


다시, 부유하는 조각들,



지만 난 머물렀어. 난 원래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야. 심지어 노인네 같은 사람에게 더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야. 아니야. 아이작은 생각했다. 단지 그것뿐이 아니야. 난 노인네의 허락을 받고 싶었어. 내가 필요하다고 노인네가 인정하길 바랐기 때문이야.

*

가 떠나지 않았던 건 동정심 때문이 아니었어. 나에 대해 노인네가 깨닫게 하려고 그랬던 거야. 그렇지만 난 상황을 더 악화시키기만 했지. 노인네는 하루는 저녁식사를 차려줘 고맙다고 하더니, 이튿날엔 자기 연금을 갉아먹으며 산다고 비난했지. 날 시험하고 있었어. 어머니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짓이었어. 우리 중 아무도 노인네에게 대들지 않았어. 어머니는 자기가 실수를 저질렀단 걸 알고 있었을 거야. 어떻게 빠져나올지 몰랐을 뿐. 참고 살려 했지만 실패했어.

*

니, 나도 노인네를 용서해. 그게 노인네가 하는 연기니까. 노인네는 그 연기를 해야 하니까. 노인네의 내면은 그렇게 보여야 하니까. 내가 스웨덴인에게 한 짓과 똑같아. 상대를 이해하지 않기 위해서 내 일부가 죽는 거야.





상대를 이해하지 않기 위해서 내 일부가 죽는거야,
아니, 내 일부를 죽이더라도 상대를 이해하기 싫은 거야,
인정은 하지만 애써 푼 고리를 매듭짓고 싶진 않아, 라고 말해둘게, 나는 아직 돌아가지 못하겠어,
그게 나의 노인네가 쓰는 소설이야, 그 소설은 그렇게 끝날지도 모르겠어,


다시, 부유하는 조각들,




레이스는 어째서 그 전까지는 버질의 그런 성격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는지 의아했지만 곧 자신이 그걸 계속 보면서도 무시해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 그레이스는 마음을 바꿨다. 또는 저절로 바뀐듯이 느껴졌다. 그 순간엔 버질을 사랑했다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느껴졌다. 아마 충격을 받아서 그런 걸 거야. 그레이스가 생각했다. 아냐, 스위치를 끈 것처럼 내 마음이 닫혀버린 거야.

*

레이스는 빌리를 데리고 오래전에 이곳을 빠져나갔어야만 했다.
삽을 발로 꾹꾹 눌러가며 땅을 판 그레이스는 토마토와 피망 모종 여섯개를 전부 심었고, 격자 시렁을 설치한 다음 힘주어 밟아 단단히 고정시켰다.




빠져나갔어야 했어,
그리고 토마토와 피망 모종 여섯개를 전부 심고있어,
그레이스는 나의 누군가를 생각하게 해,
토마토와 피망 모종 여섯개는 실낱같은 희망이라는 말과 다를 바가 없어,
실낱같은 매듭도 풀지못하는 그 미련함을 생각한다면 실오라기가 안구에 달라붙은 기분이야,
그레이스는 그래서 나의 누군가를 생각하게 해,


다시, 물을 먹은 조각들,




시말해, 모든 일엔 이유가 있었다. 포는 비록 도노라에서 온 소년을 거의 반 죽여놓았지만 아이작 잉글리시를 구했다. 이건 계시였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엿이나 먹으라지.

*

는 아이작 잉글리시를 구했다. 그게 포가 여기 들어온 목적이었다. 우연이 아니라 포의 계획대로였고 포의 모든 인생은 이 순간을 위해 존재했다.





어쩌면 너를 만난 것도 우연이 아니라 계획되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어,
니가 포를 만나고 포가 너를 만난 것 처럼,
이 순간을 위해 존재했다고 느끼는 그 순간을 위해, 나는 살아가고 있어,
그것이 나의 노인네일지, 그레이스일지, 리일지 포일지가 궁금할 뿐이야,


자각의 조각을 찾아내어 아귀를 맞추어 가는 일은 상당한 사색과 엄청난 인내의 시간을 필요로 하겠지,
나는 볼 수 있을까, 짜맞추어진 완성된 그림_




떤 나이가 되면 사람은 자기 고유의 궤도를 갖게 되었다. 그때 다른 사람이 해줄 수 있는 건 그자가 다른 궤도로 갈 수 있도록 슬쩍 밀어주는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그래 봤자 결국 대부분은 마천루에서 떨어지는 사람을 받으려고 시도하는 것과 비슷한 결과가 났다.




너는 삶의 궤도를 한비퀴 돌아서 다시 처음 그 자리에 서 있는 거라고 말하겠지, 분명한 것은 그때와는 마음가짐이 완연히 다르다는 것이고, 알겠어 잘 알겠어,


오늘은 정말 반가웠어,
너의 `녹`으로 오늘 나는 `숨`을 쉬고 있었어,


그리고 상실이라는 것은, 언제나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고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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