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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神신 엄마가 만든다 - 수학으로 서울대 간 공신 엄마가 전하는 수학 매니지먼트 노하우!
임미성 지음 / 동아일보사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쿠, 저랑은 극단의 대립점에 있는 책입니다. 나름 지역사회에서 가장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모인다는 고등학교에 시험 치르고 입학했는데, 수학은 '미분과 적분'과 조우한 후 깔끔하게 포기했거든요. 문과도 아닌 이과생이 말입니다. ㅠㅠ
그저 주둥이로 먹고 살아온 인생인지라 말하기, 듣기에 능하여 국어 공부는 그닥 안 해도 상위권이었는데, 수학만큼은 저와는 도저히 가까워질 수 없는 존재이더군요. 수학의 신은 엄마가 만든다는데, 저희 어머니께서는 아들을 국어와 그림에서는 신으로 만드셨는데 수학 쪽에선 그저 평범한 인간으로 남길 바라셨나 봅니다. ㅠㅠ
이 책은 아들에게 수학 공부에 대한 재미를 붙여준 후 결국 서울대에 진학시킨 어느 어머니가 쓴 책입니다. 그런데 머릿말부터 저랑 궁합이 안 맞더군요. 저랑 아내는 아들을 그저 튼튼하게, 열심히 놀면서 자기 할일 일찍 찾아 미친듯 재미를 느끼며 살게 하고 싶을 뿐이거든요. 그런데 이 책을 쓴, 수학의 신을 아들로 둔 어머니께서는, 저희 같은 부부를 '무책임한 부모'라고 질타하고 계시더군요. 그저 잘 키운다, 열린 교육한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뭐 그런 식으로 초등학교에 자녀교육에 관해 방관하다가 뒤늦게 후회하고 진도 맞추기에 급급해진다, 그렇게 방치했다가 뒷수습이 안 돼 자기한테 상담받으러 온 학부모 많다고 말씀하시네요.
뭐, 그런데 머릿말부터 공감이 안 되니 책을 읽는 내내 몰입이 어려웠습니다. 저나 친형님이나 방관하듯 풀어 키워진 편인데, 다들 사회에서 제 역할 다 하며 엄청나게 잘 살고 있거든요. 게다가 학교 다닐 때 선생님들 그러잖습니까. 공부 열심히 해 봐야 선생밖에 더 되냐고. 옛날 공부 죽어라 안 하던 놈들 지금 만나면 다 사장 되고 뭐 돼서 떵떵거리고 잘만 살더라고.
선생님을 폄하하자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문제는 공부보다는 인성, 그리고 리더쉽이라는 것이죠. 현재 직장에 스카이 출신부터 저 지방대 출신까지 다양하게 포진되어 있는데,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고 인사고과는 학벌 순서가 아니더군요.
제 아이가 수학을 좋아하고 수학에 미친다면야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야겠지만, 아직은 세 살 된 아이가 무얼 좋아하는지 모르니 무조건 많이, 즐겁게 놀게 할 생각입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신이 되게 만들어야겠지요. 아들을 뜻하는대로 키웠으니 자신감이 충만하고 욕심이 생기는 것은 알겠지만, 다른 부모들의 철학이나 교육관도 존중해주는 모습을 보이면 좋겠네요. 심한 말로, 서울대 수학교육과 우등생인데 나중에 고등학교 수학교사 되려고 그러느냐?라고 묻는다면 정말 무례한 말이잖습니까? 수학의 신을 만든다는 접근보다는, 아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에 미친듯이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 주장하는 책이라면 더 좋았을 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