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 1 : 얼굴을 보고 마음을 읽는다 - 허영만의 관상만화 시리즈
허영만 지음, 신기원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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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은 유명 포털사이트에 연재되는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허영만 화백이 온라인에 만화를 연재한다 하였을 때 기대 반 우려 반이었는데, 온라인은 역시 작가에게 맞지 않는 연재 매체인 듯하다. 지정된 날짜에 꼬박꼬박 업데이트를 하시는 것까진 좋았으나 끝없는 스크롤이 특징인 온라인 만화에 비해 <꼴>은 회당 분량이 너무 짧고, 대중적 서사가 있는 다른 연재작에 비해 너무 단편적이다. 

물론 1회성 에피소드로 채워진 다른 만화들도 많긴 하지만, 그런 작품들의 재미와 빠른 호흡, 넘치는 젊은 감각들과 <꼴>은 전혀 무관해 보인다. 『꼴』은 엄청나게 재미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학술적이거나 진지하지도 않고, 눈부신 대중적 서사가 있지도 않다. 컬러링은 조악하고 관상에 대한 풀이도 공감대가 느껴지기 보다는 반발심이 들 때가 오히려 더 많다.

온라인에 연재되던 작품이 책으로 엮여 나왔는데, 차마 민망하여 지갑을 꺼내기가 어렵다. 온라인 연재분에서 한발도 나아가질 못했다. 작품들이 영화화 되고, 드라마화 되고, 작가 본인은 내로라하는 연예인들도 출연을 학수고대한다는 개그 프로에 나오기까지 하셨는데, 주변에선 이현세 등에 가려진 만년 2인자가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하는데, 어찌 <꼴>이 작가의 최고 전성기에 나온 작품이라 말할 수 있을까.

관상에 대한 풀이는 극단적이고 편협하다. 그러면서 '변수'를 감안하여 항상 빠져나갈 구멍은 마련해 두었다. 펜터치는 매너리즘에 빠져있고 컬러링은 조악하여 안쓰러울 지경이다. 문하생이 아니라 컴퓨터 학원 수강생이나 아르바이트생을 써도 이보단 낫지 않을까. 평면적인 그림과 불성실한 컬러링을 보면서, 이 작품을 두고 과연 거장의 작품이라 말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신화화의 아우라를 걷고, 대중적 성공의 눈부심을 걷어내고 냉정하게 보았을 때, 이 작품이 과연 대작으로 불릴 수 있을까. 관상에 대한 소품이라고 말해주면 적당하겠다.

작가의 모든 작품에 혼을 담아달라 말할 수 없고, 작가의 춘추도 무시 못할터이니 체력이 예전만 못하다 말할 수도 있겠으나, 차라리 <꼴>이 허영만 화백의 작품이 아니었다면 좋겠다. 책은 분명 '허영만'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등에 업고 팔리고 있는데, 나온 책은 브랜드 가치에 한참 못 미치니 이 부조화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그래, 차라리 허영만 화백은 아직 거장의 반열에 들지 못했다고 말하자. 그 편이 속 편하겠다. 그러면 기대하지도 않을 것이고, 그러면 실망하지도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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