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 다 괜찮다 - 공지영이 당신에게 보내는 위로와 응원
공지영.지승호 지음 / 알마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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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소설은 몇 권 읽은 게 없다. 단순히 호불호의 문제인데, 작가의 숨결이 나와는 잘 맞지 않는 느낌이었다. 나는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어 복숭아를 먹으면 두드러기가 나는데, 공지영의 작품이 그와 비슷하달까? 복숭아는 분명 맛이 있고 탐스러운 과실이며, 손오공이 하늘까지 올라가 어렵게 딴 금단의 과실이기도 하지 않은가. 하지만 나에겐 맞지 않는 과일이니 그 과즙의 풍성함이라던가 고운 빛깔은 다가서기엔 조금 꺼려지는 것이다.

하지만 소설도 아닌 인터뷰집인 이 책을 읽으며, 내 취향의 편협함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소설보다 더 직설적이고 적나라한 작가의 속내를 읽으며 이랬었구나, 이래서 그랬던 것이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감동을 받기까지 했다. 그녀의 억센 삶과 굽히지 않는 태도는 보수적인 나에게는 여전히 걸림이 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괜찮다, 다 괜찮다'라는 구절을 접하며 영혼의 묵은때가 마주보기 힘들 정도로 눈부신 흰 빛으로 표백되는 기분이었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달까. 작가 본인이 수많은 상처를 지닌 사람이었기에, 치유를 경험한 속내 깊은 이의 위로는 그 어떤 말과 행동보다도 충분히 더 감동적이고, 짠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여전히 열심히 살아가고 있고, 그녀를 사랑하는 이에게 웃음을, 나같이 미련하고 편협하여 그녀를 오해했던 이들에게도 변함없이 웃음과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는 그녀, 공지영. 단순히 베스트셀러 작가 공지영을 넘어 인간 공지영을 만날 수 있었고, 치유된 공지영, 그리고 더 나아가 치유하는 공지영을 만날 수 있음이 큰 기쁨이었다. '괜찮을까요? 저도 정말 괜찮을까요?'라고 아닌 척하며, 강한 척하며 살아오던 보수적인 30대 남성인 나도, '괜찮아, 다 괜찮아'라는 그녀의 말에 나의 부족함을 솔직히 인정하며 무너져내린 것이다.

따뜻한 위로 그 하나로 충분히 접해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삶을 살아본 자의 살아있는 위로, 눈물이 담긴 위로, 왜 억세고 강하게 살 수밖에 없었는지 담담히 풀어내는 강한 자의 여유있는 위로, 참 멋진 사람이다, 공지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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