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기억 두 번째 이야기 - 여우 코르넬리우스의 수첩 어린이작가정신 어린이 문학
미카엘 브룅 아르노 지음, 사노에 그림, 이정주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리즈 1권이 볼만 하길래 기대 잔뜩 하고 보게 된 2권이다. 결론만 말하자면 실망. 이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 여우는 작가의 아바타인게 분명해 보이는데, 그래서 인지 이 작품속에는 그의 경험에서 우러난 일들을 중심으로 줄거리가 엮여진다. 1편에서는 치매로 비롯된 기억 상실이 주안이었다면 2부에서는 뇌졸증으로 의심되는 증상으로 반 식물인간으로 살아가는 주인공 여우의 할아버지가 나온다. 거기에 서점이 자신의 것이라면서 서점 되찾기에 나선 늑대 때문에 여우 할아버지의 과거가 드러난다는 이야기. 흠....사실 이 책은 재밌거나 괜찮으면 내 조카에게 읽히게 하려고 읽어본 책이다. 1편에서도 괜찮은데 싶으면서도 굳이 조카에게 --6학년인--그 책을 들이밀지 않은건, 과연 어린이에게 치매나 뇌졸증 같은 걸 알게 해 준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 때문이었다. 그것이 존재한다는 것 정도는 아는 건 당연하지만, 굳이 이렇게 전문적으로까지 알아야 해? 싶은....그리고 그건 2편을 읽으면서 더 확장이 된다. 이 책을 보면서 이 작가의 책들은 완전히 아동 도서로 분류되면 안 되는 책이라는걸 확신했다. 뭘, 또 아동 도서에 이런 것까지 우겨 넣어야 한다고 생각한 건지...


예전에 일본에 좋은 선생님으로 유명한 교장 선생님의 다큐가 나온걸 본 적이 있다. 그는 평생을 아이를 위해 헌신해서 유명하신 분이었고, 그분의 말씀이나 행동 거지를 보건데, 그가 유명한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되시는 분이었다. 그런데 그분은 암으로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었고, 암으로 투병 중임에도 그는 병원에 누워 있기를 거부하고 초등학교 교장으로 아이들을 볼보면서 하루를 보내겠노라고 아침마다 출근을 하시고 있었다. 거기까지는 충분히 나도 충분히 감동을 먹을 장면이었다. 그런데 그 장면 이후 감동이 와장창 깨지는 것이 있었으니, 그가 말하길 " 내가 죽음을 목전에 두고 보니 죽음에 대한 교육이 너무 안 되어 있다. 죽음에 대해서도 가르쳐야 한다" 고 하시는 것이다. 그러고는 초등학교 2학년을 앞에 두고 죽음에 대해 일장 연설을 늘어 놓으시더라.그때 교장이 하는 이야기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황당해 하는 모습이라니...왜 아직 사는 것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아이들에게 자기가 당면한 상황인 죽음을 알려 줘야 한다고 생각한 것인지. 그의 치명적인 나르시즘(?)에 어안이 벙벙했다. 과연 그는 좋은 선생님이었던 것일까? 그런 나르시즘이 좋은 선생님이 되는 걸 가능하게 했을까? 아니면 단지 죽음을 앞두고 그는 정신이 나간 것에 불과할까? 하여간 그 장면을 찍고 며칠 뒤에 돌아가셨다고 하던데,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 생각이 났다.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알려 주려 하지 마라. 더군다나 그것이 당신 자신의 독특한 경험에 기인한 것일 때에는...그건 아이들이 커가면서 필요할 때 습득하면 된다. 우리는 기본만 가르치면 되고, 그 기본을 가르치는 데도 시간이 부족하다. 그리고 그 기본만 있으면 나머지는 살아가면서 아이들이 배워가고 이겨내고 살아가리라. 그러니 제발... 아동들에게 모든 것을 필터없이 알려 줘야 한다는 생각은 그만 두시길. 60이 다 되어가는 내가 읽기에도 민망한데, 과연 아이들이 이런 내용을 읽어야 하는 것인지 심하게 회의가 든다. 아니, 회의가 아니라 그럴 필요 없다고 본다. 이 작가가 다음에는 아동용이 아닌 어른용으로 책을 내셨음 하는 바람이다. 수준에 맞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