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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거기에 놓아두시면 돼요 - 2024 서울국제도서전 주관 '한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
캉탱 쥐티옹 지음, 오승일 옮김 / 바람북스 / 2023년 11월
평점 :
엄마를 요양원에 모시게 된 후로 노년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우리 인간의 끝이란게 고작 이런 것인가 싶다고나 할까. 나야 가끔 가서 보게 되는 풍경이지만, 그걸 매일 매일 보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심정으로 살고 있는 것일까, 궁금했었는데, 이 책을 보고서 아마도 이런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요양원에서 간호사를 하고 있는 주인공, 33살의 나이밖에는 안되었는데, 그동안 마주한 시체만 수백구다. 그것도 애정을 가지고 돌보던 사람들의 시신. 죽음을 향해 한발 한발 내딛고 있는 사람들을 돌보는 사람들이라,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으나, 우리 인간은 로봇에 아니라서, 돌보는 누군가에게는 정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렇게 하나 하나 떠나 보내면서, 그들이 겪게 되는 상실감과 우울을 담아 낸 책이 바로 이 작품이다.
일단 이 책은 노년을 지켜보면서 깨달음을 얻거나 하는 작품이 아니라는걸 아셔야 한다. 그저 객관적으로 보고 현실을 그대로 그린 책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 면에서 좀 한없이 우울하다. 삶의 생기나 즐거움, 기쁨, 행복, 이런 것이 빠진 채 죽음으로 향해 하는 사람들의 우울함과 슬픔만이 담겨 있다. 회한, 미치지 않기 위한 일탈 , 그것이 그렇게 끔찍하다는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무기력함까지...보고 나서 좀 우울했다. 내 생각보다 요양원에서 근무하는건 더 힘든 것이로구나 싶으면서. 이렇게까지 아무런 삶의 즐거움이나 기쁨이나 생각할 거리는 없는 것일까? 좀 지나치게 암울했다는 점이 별로다. 이것도 한편의 진실일 수는 있으나, 거기에도 사람 사는 곳이고, 무언가 인간다운 뭔가가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 때문이다. 어쩌면 내가 지나치게 나이브 한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제발....요양원이 이 책에 서술하는 것 같이 암울한 곳이 아니길...거기에 계시는 분이나, 근무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말이다. 그런 생각으로 책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