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 1 - 시원한 한 잔의 기쁨
하라다 히카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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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말일지 모르지만, 책이라는 것도 맞는 시기가 있는가보다. 요즘 읽어보려고 드는 책마다 어쩜 그리 읽혀지지가 않는지....예전에 그리 좋아하던 장르의 책들도 짜증을 내면서 내던지기 일수다. 그런 와중에 아무런 기대없이 집어든, 나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분야인 " 낮술" 아마도 첫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집어 던지겠지란 예상을 뒤업고, 그냥 술술술 한자리에서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더군다나 나는 술을 좋아하지도 않는데...좋아하지도 않는데가 아니라 알레르기까지 있는데--감정적인 알레르기가 아니라, 몸에 이상이 생기는 알레르기- 그런데 낮술을 찬양하는 이 작가의 책에 그만 몰입하고 말았다. 엄청 좋았다거나, 나도 이렇게 하고 싶었다거나, 뭐 그런게 아니라는걸 이해하시길....나는 아직도 낮술이건 밤술이건 술은 별로고, 이 책도 잘 읽힌다는 것이지 엄청 감동을 받았다거나 작가의 이름을 외우고 싶을 정도라거나 그런 것은 전혀 없다. ㄱ저 내가 놀란 것은 내가 이 책을 아주 재밌게 읽었다는 것이다 . 짜증내지 않고 말이다. 흠....이게 뜻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아마도 다른 작가에게서는 흔하게 보이는 단점들이 이 작가에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일 것이다. 지나치게 장황하거나, 별것이 아닌데 호들갑을 떤다거나, 전개를 이상망칙하게 꼬아서 읽다보면 절로 한숨이 나오는 그런 단점들 말이다. 다시 말해 이 작가가 아주 단백하게 글을 쓴다는 것이다. 


그게 별게 아니게 생각될 수도 있을지 모르는데...사실 작가군이라는 에고만 만땅인 사람들모임에서 이렇게 단백하게 서술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이 작가에게 점수를 줄 수 있었다. 그러니까 ,뭘 좋아하지 몰라서 이것저것 다 준비했어, 라고 말하는 듯한 작가들과 달리 .이 작가는 내가 가진 것들 중에서 흔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게 이거야, 라는 듯한 것이었다. 자의식이 없다고나 할까. 자신을 과대포장해서 보여주려 노력하지 않는 듯한 문장들이라서 나는 아무런 거부감없이 읽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누군가의 맨 얼굴을 보는 듯한 기분이랄까. 아무것도 덧바르지 않는, 그런 모습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 작가의 책을 술술술 읽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야기 자체는 단순하다. 얼떨결에 아이가 생겨 결혼을 했지만 적응이 쉽지 않았던 주인공은 결국 불화를 이겨내지 못하고 이혼을 하게 된다. 이혼을 하면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주인공은 밤에 지켜주는 알바 자리를 얻게 되면서 다시금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게 된다는 .... 그런 이야기. 주인공이 여러 사연들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상처에 갇혀 있는게 아니라 세상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장치들이 훌륭하다. 더불어, 자신의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낮술이라는 성찬으로 자신에게 보답하는 것도 이 책의 한 줄기를 이룬다. 술을 할 줄 아는 < 고독한 미식녀> 라고나 할까. 고독한 미식가보다 좀 더 인생을 정면으로 다루고, 이야기가 음식만이 아니라 사람들에게도 포커스가 맞춰 있다는 것이 다른 점이라 하겠다. 하여간 <심야 식당>이나 <고독한 미식가>를 좋아하시던 분들이라면 무리없이 즐기실만한 책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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