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피난소
가키야 미우 지음, 김난주 옮김 / 왼쪽주머니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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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피난소

 

 

 

 

 

 

 

배경은 대지진과 해일이라는 재해가 휩쓸고 간 일본의 시골 마을. 재난 속 여성의 역할과 여성으로 살아가는 일을 그린 소설이다.

 

다양한 나이와 성격의 세 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선다. 남편을 잃고 6개월 된 아들을 홀로 지켜내야 하는 도오노는 눈에 띄는 외모 때문에 주위 남성들의 폭력적인 시선을 견딘다. 이혼녀에 술집 여자로 통하는 나기사는 폭력적인 남편을 떠나 아들과 생활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여성이다. 무능력하고 교양 없는 남편을 재해로 잃자 내심 해방감을 느끼던 후쿠코는 남편이 살아있음을 알고 절망한다.

 

당장 물 한 모금과 작은 빵 하나에 감사하는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벗어나자, 사람들은 피난소에서 공동체를 만들어 생활한다. 비상상황이니 어쩔 수 없다고 정당화하는 목소리 속에서, 살아남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속 목소리들이 너무 절절했다. 또 너무 사실적으로 느껴져 슬펐다. 내가 가키야 미우라는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다.

 

주인공인 세 여성은 각자 너무 다르게 보이지만 서로를 절실히 공감한다. 남성의 눈요깃거리가 되던 여성은 가부장제를 벗어나면 이혼녀라 멸시당하고 순응하면 목소리를 잃는다. 세 여성은 지금의 나와도 많이 다르지만, 내가 그들에 공감하고 안타까워하는 일은 그들이 나의 과거 또는 미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해일에 휩쓸리더라도 조개를 줍겠다. 지금껏 읽은 작가의 소설 중 단연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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