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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
이진송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평점 :
누구나 생각해보았을 이야기지만 그만큼 쉽게 행동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운동이다. 나도 매일같이 언제, 어떻게, 어떤 운동을 할지 고민한다. 이 시간에 시작하면 이미 몇달은 더 했을 정도의 오랜 고민시간. 하지만 내 몸에 맞는 운동을 한번에 찾기는 힘들기에, 운동 유목민 생활을 하며 고민을 계속 해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 (한번에 너무 오랜기간을 등록하여 기부천사만 되지 않는다면..)
"자주 절망하고 경박하게 즐기면서 정해진 운동만 반복하고 싶다. 단기간에 확인할 수 있을 만큼 근력이 오르거나 체지방량이 줄지 않아도, 그러니까 핫바디를 약속하지 않거나 될 수 없다고 해도, 그저 꾸준한 마음으로." (p124)
자신이 아닌 언니 결혼식에 올 많은 사람들응 위해 다이어트를 하여, 딸로서 나름 부모의 기를 세워드린다. 하지만 이 때 들은 칭찬들은 전혀 고통을 참아가며 다이어트를 해낸 나를 기쁘게하지 않았고, 그저 한쪽을 잘보이기 위해 다른 한쪽을 희생한 것같은 느낌이 들 뿐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라면을 두 개 끓여서 먹었다는 부분에서 나도 모르게 희열이 느껴졌다. 남들에게 짧은 시간동안 보여지는 나는 외형적인 부분이기에, 나의 모습을 가꿀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나의 만족이 아닌 남의 시선을 위해 시도한 다이어트는 절대 계속될 수 없고, 새로운 기폭제가 나타나지 않는 한 쭉 원래의 나로 돌아가게될 것이다.
"문득 지금의 운동 담론은 신체를 '바로잡을 수 있는' 대상으로 전제하고, '정상적이고 곧은 몸'으로 만드는 데 쏠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연약한 몸을 '극복'하고 운동을 통해 '더 나은 몸'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자는 응원 앞에서 나의 취약하고 민감한 발이 머뭇거렸다. 누군가는 보자마자 징그럽다거나 기형이라면서 뜨악해하지만, 사회가 규정하는 정상성의 테두리에 간신히 나를 비끄러매 놓는 발. 또 다른 생각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p130)
대부분의 여학생들은 남학생들이 축구하는 시간에 뒤에서 놀고있는 체육시간만이 기억날 것이다. 몇몇 활발한 여학생들이 모여 피구를 하는 장면을 빼면. 나도 축구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다. 해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도, 뭔가.. 축구는 남자들의 운동이라는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점심시간마다 밥먹는 시간을 아껴 축구하는 친구들을 보며 이해하지 못했고, 그시간에 나는 공기놀이를 하거나 책을보는 등의 정적인 활동만 하고 있었다.
"몸은 예쁘거나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있는 게 아니며, 시대와 사회문화적 요건에 따라 바뀌는 정상성에 맞춰 태어나지 않는다. 내 몸은 그저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이 세상에 불시착했듯 우연히 나와 함께하게 되었고, 환불이나 교환 없이 발맞춰야 하는 공동체다. 나와 내 몸은 공존과 돌봄과 협동 속에서 다정하게 팔짱을 낄 것이다." (p191)
하지만 체력에는 요령이 없다는 말이 맞듯이, 그렇게 움직임을 멀리했던 나는 평생 상체에 병을 안고 살아오고 있다. 오래된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내게 의사선생님께선, "어렸을 때 자주 안움직이셨죠? 운동같은거 안좋아하셨죠?" 라는 질문을 하셨다. 어찌 이리 내 몸속을 잘 아실까하고 놀라기도 전에, "여학생들 중에 상체에 근육이 별로 없는 경우 대부분이 어린시절 별로 뛰놀지 않았던 경우가 많아요." 라는 대답을 해주셨다. 평생에 운동을 즐겨하지 않음에 대한 후회를 해보지 않았는데, 정적인 삶의 결과로 고통받는 내 몸을 보며 반성하게되었다. 그러던 중, 기가막힌 타이밍에 이 책을 접하게 되어 더욱 공감하며 읽을수 있게된 것이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고 체력에는 요령이 없다." (p250)
그냥 친한 언니같은 말투와 어디에나 있을법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뭔가 내가 쓴 책이 아닌데 계속 내 모습이 보이는 듯한 느낌. 이것만해도 이 책이 쉽게 읽힌다는 것에 대한 이유는 충분하다. 매 페이지마다 공감하며 읽다가 결국 운동의 즐거움을 발견하고 자신의 체력을 쌓아나가는 작가님을 보며, 그렇다면 나도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무턱대고 아무 곳에나 들이대지 말고, 나 자신을 알고, 그런 내 몸이 진정 필요로하는 곳으로 달려가야겠다. 아- 이제 천천히 운동하러 나가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