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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재미있게 읽는 법 - 발견하고 창조하는 소설 읽기 ㅣ 더행의 독서의 궁극 시리즈 2
조현행 지음 / 생애 / 2021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설을 읽고 다른 사람들이 쓴 서평을 보면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나는 그저 재밌다, 시시하다 정도로만 생각했던 이야기에서 사람들은 묵직한 무언가를 얻는 모습을 보았을 때가 바로 그렇다. 같은 글을 읽고 어쩜 이리도 얻어가는 것이 다른지.
《소설 재미있게 읽는 법》의 저자 조현행은 이를 ‘정서적 독서’와 ‘사유적 독서’라고 정의한다. 책이 재미있다, 재미없다, 라는 느낌 혹은 책을 읽으며 받은 위안이나 감동, 이러한 정서적 차원의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독서가 ‘정서적 독서’이며, 개인적 감정에서 확산하여 이 세계와 인간을 이해해보려는 사회적 차원의 독서가 ‘사유적 독서’라는 것이다. 무엇이 더 좋다, 나쁘다는 문제는 아니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로 지친 현대인이 소설을 읽으면서까지 머리를 쥐어 싸맬 필요가 있겠는가. 지겨운 현실에서 소설 속 세계로 도망쳤는데 사회를 사유해보라니.... 가혹하다고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10을 얻어갈 수 있는데 겨우 3만 가져간다면 조금 억울한 상황이다.
작가 조현행은 블로그에 서평도 쓰고 에세이도 쓰며 활동하는, 문학 서평가이자 자유기고가이다. 블로그 대문 글이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독서’이니, 책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것 같다.
《소설 재미있게 읽는 법》의 주제는 크게 네 가지이다. 소설 읽기란 무엇인가, 소설을 왜 읽는가, 소설을 어떻게 읽는가, 그 방법을 어떻게 적용하는가. 저자는 ‘소설 읽기’란 소설의 주제를 우리 사회에 확장해 질문을 던져보고 이를 사유해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독서 방법으로 그동안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실제로는 어떤 의미를 지닌 문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 나를 그 질문의 중심에 세워 내 삶에 영향을 미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우리 시대를 탐사할 수 있고, 나를, 그리고 나와 다른 현대인을 알아갈 수 있다.
그렇다면 왜 하필 소설인가? 현대인이 어떤지, 우리 사회가 어떤지 설명해주는 책은 널리고 널리지 않았는가? 여기서 저자는 먼저, ‘능동적 사고’를 언급한다. 누군가 설명해주는 내용을 가만히 앉아 듣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러나 들은 내용이 ‘내 것’이 되기란 참 어렵다. 그러나 소설을 읽고 스스로 질문하고 그 답을 찾다 보면 이는 ‘내 것’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 어떤 질문을 하기 위해 타인을 자세히 관찰하다 보면 공감 능력도 키울 수 있다. 그리고 소설 읽기는 겪어보지 못한 세계를 미리 경험할 수 있게 해주며, 제3자의 입장으로 등장인물과 만나며 ‘자기 객관화’까지 할 수 있다. 소설을 안 읽을 이유가 없구나!
자, 그럼, 소설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앞서 언급한 대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소설을 읽으며 공감을 했다면 내가 어떤 문장과 감정에 공감했는지 질문을 던져보아야 할 것이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었다면 그 부분에 질문해봐야 한다. 소설을 다 읽었다면 우리네 사회에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그렇다면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해석해보고 정리해봐야 한다. 방법만 들으면 쉬워 보이지만, 적용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소설을 읽다 보면 내용에 푹 빠져서 와 재밌다, 하고 보게 되니 말이다.
그렇다면 대망의 네 번째 단계, 적용하는 법. 국내 현대 소설들로 저자가 직접 방법을 보여주는데, 이는 묘미이기도 하거니와 설명할 방도도 없으니 관심이 있다면 꼭 구매해 읽어보기를 바란다.
소설을 읽고 ‘사유’를 해보고 싶은 독자, 책만 덮었다하면 무슨 내용인지 잊어버리는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하지만 나도 자신은 없다.... 몇 달도 안 걸려 ‘아유 재미있네’하며 소설을 읽고 있지는 않을까.
‘개인의 고통과 불행은 사회와 어떤 관련이 있는가, 그 사회는 개인의 절망적인 상황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 인간은 이러한 불행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져보고 그에 대해 사유해보는 독서 방식이다. - P27
소설 읽기는 해석의 작업을 수반한다. 세상의 모든 소설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은 인간과 세계에 관하여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들이 대부분이다. - P32
구체적인 삶의 모습을 하나라도 더 알아내는 노력으로 인간을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현대인들은 어떤 존재들인가. 그들은 어떠한 생각을 하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 P39
지금의 소설은 이제 거대 서사를 말하지 않는다(못한다). 국가와 역사, 독재 등과 같은 사회의 문제로 개인들이 저항하는 시대는 지나갔고, 이제 사람들은 바깥 세계의 문제보다는 ‘그 자신‘이 가진 문제에 관심이 많다. 그러니 국가와 민족, 해방과 같은 거대한 주제 의식을 담은 소설을 주로 써왔던 원로 소설가들은 지금의 소설가들이 써내는 글은 그저 자폐적이고 신경증적인 이야기, 흥미 위주의 소설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 시대적으로 왜 그러한 소설이 나오게 되었는지를 살피는 것이 먼저다. ... 이 세계에 대한 비판의식을 담은 소설, 거대한 주제 의식을 담은 소설만이 훌륭한 소설이라고 보는 시각은 균형된 시각이 아니다. 소설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현실을 철저하게 탐색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설은 인간의 삶에 밀착하여 그들의 구체적인 삶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소설을 읽는다‘라는 것은 소설의 ‘안과 밖‘을 두루두루 탐사하고 그 시대적 의미를 파악한다는 것과 같다. - P47
소설은 ‘삶의 리허설이다‘라는 의미는 소설을 통해 내 삶에 과잉된 것은 무엇인지,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살펴봄으로써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줄 안다는 뜻이다. 준비의 시간이 있다면 삶이라는 본 무대는 그만큼 더 잘 살아낼 수 있지 않을까. - P90
소설을 깊이 읽는다는 것은 소설에 담긴 내용을 바탕으로 인간과 사회 현상을 이해하고, 그로 인한 움직임의 특징들을 포착해내고, 숨겨진 이면들을 짚어내고, 그 현상에 대한 작동방식을 규명해 나아가 그것의 사회적 의미를 해석해 내는 작업이다. - P124
질문을 하는 행위는 인간만이 가진 유일한 능력이다. 어떤 동물도 자신이 보고 느낀 것에 대해 질문하지 않는다. 그저 받아들일 뿐이다. 인간은 질문하고 답하면서 인류 역사를 발전시켜왔다. 마찬가지로 잎으로의 세상도 질문하기를 통해 만들어갈 것이다. 이렇듯 질문하는 일은 더 나은 세계를 상상하고 직접 만드는 일과 같다. - P164
질문하는 방법은 배워서 익혀야 하는 훈련이다. 최초의 질문을 다듬어서 좋은 질문으로 발전시키는 훈련이 좋은 질문을 만드는 능력을 키우는 일이다.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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