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계획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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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월 중순, 따뜻한 휴양지로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을 갈 땐 마음 편히 읽을 수 있는 책을 들고 가는 편이라 주저 없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골랐다.

조인계획띠지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청년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본격 스포츠 미스터리”. 청년 작가...? 1985년에 데뷔한 1958년생 청년 작가라.... 의아해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알고 보니 조인계획1989년에 출간된 작품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1989년을 배경으로 진행된다.

 

조인鳥人이라 불리는 핀란드의 천재 스키점프 선수에 필적할 선수라며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니레이 아키라. 이 선수가 합숙 훈련 중 아무도 없는 경기장에서 연인 유코가 바라보는 가운데 돌연 사망한다. 사인은 독살. 누가 이 천재 선수를 죽였을까. 그의 실력을 질투한 다른 팀인 닛세이 스키점트팀 선수일까? 아니면 같은 하라공업 스키점프팀 선수일까? 천진난만한 성격으로 다른 사람의 미움을 살 것 같지도 않던 니레이 아키라가 죽어야 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조인계획의 차례는 징조-사건-경고-해명-체포-복제-계획-동기이다. 차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범인은 소설 중간부터 모습을 드러내며 그 동기는 마지막에 나타난다. 범인은 니레이 아키라의 코치인 미네기시 사다오였으며, 동기는 복제를 멈추는 것. 닛세이팀에서 조인을 만들기 위해 기계를 고안했고, 이 기계에 자신의 기록을 입력하며 실력을 향상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니레이 아키라도 이에 힘을 실었던 것이다. 그리고 미네기시는 자신이 선수로서, 코치로서 몸담고 있는 스키점프계에 일어나는 이러한 일을 바라보고 있을 수 없었던 것이리라.

 

우리는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시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리고 이는 스포츠계에서 더욱 가혹하다.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들은 결과가 얼마나 무겁고 무서운 것인지 여지없이 실감할 터이다. 그러다 보니 잘하는 선수를 따라 하려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그 사람의 기술을 흉내내보고, 그 사람의 훈련 루틴을 따라 해 본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한다 한들, 아니 그렇게 하다 보면 그 선수처럼 될 수 없단 것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좌절하리라. 그런데 다른 것 다 필요 없이 기계만 이용해서 그 기술을 쓸 수 있다니. 어찌 탐나지 않을까.

 

그런데 우리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 누구를 따라 하기보다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나아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200’이라는 별칭보다, ‘00만의 시그니처 기술이 더욱 가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과정이 깨끗하지 않더라도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말을 어린 세대에게 하고 싶지는 않다. 결과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물론 아니다. 내가 쓸고 닦은 길, 내가 뚫고 지나온 방해물들, 그 성취감들을 토대로 앞에 위엄있게 드러난 결과가 나 자신을 지탱한다는 사실을 꼭 염두에 두길 바란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과가 어찌 되든 노력하고 고생한 사람들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위로, 따뜻한 마음을 전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 아닐까.

 

1989년에 출간된 책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과거에 둘러싸여 있지도 않았고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공상과학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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