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
레이철 커스크 지음, 김현우 옮김 / 민음사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일명 베드타운인 알링턴파크에 사는 전업주부들의 가슴답답한 이야기이다.
미드나 헐리웃영화에서 그리고 여러 소설들에서 많이 등장하는 전형적인 배경이 등장한다.
남편들은 돈벌러 자가용을 타고 시내로 출근하고
고급 인테리어와 세련된 차림의 부인들이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같은 처지의 여인들끼리 모여 차 한잔과 수다를 떨고
저녁엔 서로 식사에 초대하며 그렇게 살아가는 곳...
말그대로 완벽해보이는 그녀들의 삶은
잃어버린 처녀시절의 꿈과 커리어, 말썽피우며 고집스러운 자녀들,
더이상 부인에게 관심이 없는 남편과 끝없는 집안일,
허세스러운 차림과 가식적인 행동거지뿐인 일상으로 점철되어 지쳐간다.

 
이야기는 그녀들의 그런 삶의 한토막이다.
알링턴파크에서 오늘도 지겨운 하루를 사는 여자들의 이야기이다.
이게 아닌데 하면서 어떤 행동도 취하지 못하고
감히 변화를 추구하지도 못하는 그런 하루다.

 
이는 비단 그녀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떤 동네에 살고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이름으로 살던지간에
여자들, 특히 결혼한 여자들의 일상과 생각은 다 비슷할거다.
현실자체도 깝깝한데 굳이 소설로까지 옮겨 두번 죽일 필요가 뭐 있겠냐만은
적어도 이 책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아직 그런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을 거라 생각된다.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이런 책까지 읽는다면
화병으로 죽거나 자살율이 확 증가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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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는 작품에 대해서도 나는 어느쪽이다라고 밝히기가 어렵지만
많은 사람들, 특히 평단과 독자들이 다 좋아하는 작품이라 하면
그 어려움이 배가 된다.
이는 내 능력이 모자라서일수도 있고
나의 마이너적인 취향에 자신이 없어서일 수도 있다.
레이먼드 카버의 작품은 워낙 유명하고 인기도 많다.
오래전부터 그의 이름과 작품에 대한 명성을 익히 들어왔던터라
꼭 읽어봐야지 하며 기대했던 작품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반적으로 내 취향에 맞는 정도는 아니라고 하겠다.
그의 단편들에게서는 정말 사람사는 냄새가 난다.
특정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감정적인 이야기, 행동, 편집증적인 반응들...
미국인 특유의 약간 과장스러워 보이거나 지나쳐보이는 언어와 몸짓...
그게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12개의 단편 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과 [대성당]이다.
첫번째 이야기는 아이의 생일에 동네 빵집에 케이크를 주문했지만
사고로 아이가 죽어 괴로와하는 부부의 이야기이다.
갑작스런 아이의 죽음에 괴로워하며 사고부터 장례를 치르기까지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는 부부에게 괴전화가 자꾸 걸려온다.
케이크를 주문한 것을 깜빡 잊고 있던 부부는 장례를 모두 마치고 나서야
괴전화의 주인이 케이크가게 주인임을 알고 찾아간다.
아이의 죽음을 알리고 화를 내며 감정을 폭발시키는 부부에게
빵집주인은 커피와 함께 오븐에서 갓구워낸 따뜻한 빵을 권한다.
달콤하고 따뜻한 빵은 힘겨웠던 부부의 마음을 부드럽게 달래준다.

 
두번째 이야기는 부인을 찾아온 맹인에게
대성당이란 것을 설명하기 위해 손을 맞잡고 대성당 그림을 그려 설명하는 이야기이다.
남편은 그림을 통해 맹인이 대성당을 이해해가는 모습을 보며
그와 교감하게 된 자신을 발견한다.

 
자의든 타의든 자신을 외부와, 혹은 자기자신과 단절시키고
고립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억눌린 모습들이
작은 사건과 계기로 자유로와지고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그런 과정들을 어떤 수식어나 미사여구없이 있는 그대로
군더더기없는 문체로 묘사된다.
아마 이게 작가의 매력이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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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포 더 머니 스테파니 플럼 시리즈 1
자넷 에바노비치 지음, 류이연 옮김 / 시공사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믿기 어렵겠지만...
일단 추리소설이다.

 
직장에서 짤리고 가재도구를 하나씩 팔아서 입에 풀칠하며 일자리를 찾던 스테파니 플럼은
사촌의 회사에서 재판일에 법정에 출두하지 않은 사람을 찾는 일을 하게 된다.
보석금의 10%를 수수료로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눈이 멀어
다소 위험한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그녀의 첫번째 임무는
고등학교 시절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준 그녀의 첫남자를 찾는 일이었다.

 
법에 대해서도, 사람을 찾는 일에 대해서도, 어둠의 세계에 대해서도
그 무엇하나 알지 못하던 그녀가 탐정스러운 면모를 갖추기까지
여러가지 문제들이 일어난다.
꽤나 심각한 범죄상황과 연루되어 있었던 일의 전모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추리소설답지않게 가벼운 분위기와 생소한 분야에 뛰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잘 풀려나가는 그녀의 운이 살짝 억지스럽기도 하다.
그래도 뭐랄까...로맨스소설과 칙릿소설같은 상쾌 발랄한 분위기를 갖추고 있어
기분전환삼아 읽기에 좋다.

 
ONE FOR THE MONEY 라는 제목에서 짐작이 가듯이
돈 때문에 시작한 첫번째 일이다.
스테파니 플럼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란 말이다.
계속 연달아 시리즈가 있는 걸 보아하니 첫임무로 벌어들인 1만달러의 매력이 어지간히 컸나보다.

 
이 책엔 스테파니가 피자와 맥주를 먹는 장면이 여러번 나온다.
내 친한 지인은 이 장면들 때문에 무척이나 피자와 맥주를 고파 했었다.
난 그 얘기를 듣고 순간 당황했었다.
내가 주류에 탐닉한 세월과 거기에 쳐들인 돈이 얼마인데
단 한번도 맥주와 함께 피자를 먹은 적이 없었다.
그거참 희한하지...
얼마지나지 않아 지인과 함께 피자와 맥주를 즐겨주었지만
그다지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었던 듯 하다.
배가 너무 불러서... ^^;;

 
얘기가 다른 길로 빠진 듯 하지만...
내가 하고픈 얘긴 그거다...
시원한 한잔의 맥주같은 소설이라는... 
 

이 얼마나 어색한 급마무리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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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 셰익스피어 & 컴퍼니
제레미 머서 지음, 조동섭 옮김 / 시공사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나는 사랑에 빠져버렸다.
고혹적인 매력이 듬뿍 묻어나는 표지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았었다.
저 자신만만하고 도도한 고양이의 뒷모습을 찍어놓은 센스가
독자로 하여금 한번 이 책을 집어들면 헤어나올 수 없게 만들 자신이 있다는 듯 보이지 않는가...
제목조차도 어찌나 멋지구리한지...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이라니... 입속으로 다시 한번 되뇌는 이 순간에도 맘이 설렌다.

 
대학 시절 도서관에서 참 많은 시간을 보냈었다.
단순히 레포트를 쓰려고 자료를 찾으러 간다거나
시험을 대비해서 공부를 하러 간 것은 아니었다.
내가 도서관에서 보낸 그 많은 시간들은
그저 책이 가득 꽂힌 서가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데 보낸 것이었다.

 
우리 학교는 비교적 신간도 많이 가져다 놓았었고
새로 책을 신청하는 경우에도 2주 안에 도착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 돈 안 들이고 새 책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지만
무엇보다 나를 들뜨게 한 것은 다른 것이었다.
서가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면 생각지도 못 했던 책들을 발견하는 일이 종종 있다.
언젠가 봐야지 하고 잊고 있던 책들이나
보려고 하던 책이 꽂힌 서가에서 내 구미에 꼭 맞는 새로운 책을 발견하는 일도 왕왕 있었다.
그럴 때마다 카타르시스랄까... 그런 발견이 주는 재미와 오래된 책 묵은 냄새가 나를 꽤나 흥분하게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내가 주로 수업을 듣던 건물과 도서관 건물이 꽤 시간이 걸리는 거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강시간이 1시간만 생겨도 쪼르르 쫓아가곤 했었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나이 먹은 것도 취업을 해야하는 것도 어느 것 하나 아쉽지 않았지만
더 이상 그 도서관에 출입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속상했는지
그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이 책은 그 시절을 생각나게 한다.
책에 둘러싸여 행복했던 시절들 말이다.
어린 시절 집이 유난히 가난하던 때에
월세를 내지 못해 1년에 몇번씩 도망치듯 리어카에 짐 싣고 이사를 다니면서도
자식들 읽을 책을 꼭꼭 챙기셨던 분이 울엄마다.
창고같은 다락에 책을 올려 두시면 거기에 올라가 낮은 천장 탓에 허리도 제대로 못 피고
두다리 쭈욱 뻗어 거기에 책을 올리고 읽었던 시절이 떠오른다.
그 어려웠던 시절을 어두운 기억으로 갖지 않게 된 것은
책을 읽는 재미를 알게 해 주신 울엄마 덕이라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방학 때는 학교 수업이 없는 때임에도 매일 학교에 갔었다.
학생들에게 개방되어 있던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교무실 담임선생님 옆에서 책을 읽었었다.
내가 다니던 학교엔 책이 그다지 많은 편도 아니었고
도서관에 앉을 만한 의자도 별로 없었다.
커다란 플라스틱 바구니 같은 곳에 책들이 주섬주섬 담겨 있었고
나는 그곳을 휘저어 책을 고르고 교무실 선생님들 책상에서 그걸 읽었었다.
톰소여의 모험, 비밀의 화원, 몬테크리스토 백작 등...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너무 많아 가슴이 벅차고 행복했었다.
이 책이 내게 그 시절을 다시 떠올리게 해주었다.

 
셰익스피어&컴퍼니는 파리 노트르담 성당의 맞은 편에 자리잡고 있다.
방대한 양의 책들도 놀랍지만 많은 위대한 작가들과 작가 지망생, 그리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곳을 거쳐갔다.
서점주인인 조지는 가난한 글쟁이들을 서점에서 묵게 해 주고 글을 쓰게 했다.
이 책은 그곳에서 머물다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문학을 사랑하고 예술을 아낄 줄 알며 사람의 선한 본성을 믿어주는 세상이 거기 있다.
파리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매혹적인 도시이다.
패션, 음식, 거리, 미술... 어떤 것으로 설명해도 다들 최고라 꼽는 그런 도시에
어찌 이런 서점까지 자리하고 있는지...
마냥 부럽고 내가 있는 한국에 이런 곳이 없다는 게 한없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 책은 내 책장에 오래오래 자리하게 될 것이다.
어린 시절의 추억들과 함께 할 것이며
어떤 비판을 하기 앞서 책과 이야기 그 자체를 사랑했던 내 순수했던 마음까지 함께 말이다.
이 책이 나와 함께 나이가 들어가면 좋겠다.
내 얼굴에 주름이 하나씩 늘어갈 때마다
책장 하나하나도 같이 빛이 바래가며 그렇게 나와 함께 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알게 되고 읽을 수 있어서 난 지금 무척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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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정원 - 버몬트 숲속에서 만난 비밀의 화원 타샤 튜더 캐주얼 에디션 2
타샤 튜더.토바 마틴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워낙 인기가 많은 책인지라 리뷰쓰기가 두렵다.
이렇다는 것은...좋지 않다는 얘기를 꺼내려는 것이 아닌가 하겠지만...
뭐,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우선 그림 많고 글 적은 책은 안 좋아하기에 별로 안 보고 싶었던 책이었다.
나이를 꽤 먹었음에도 아직도 마음의 갈피를 못 잡고 사는 인간인지라
이렇듯 득도한 듯이 자신의 삶을 찾고 자신의 세계를 구축한 사람들을 보면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해지는 편협한 한낱 미물같은 불과한 인격을 가져서 그렇다.

 
그녀의 삶처럼 책을 펼침과 동시에
마치 다른 차원의 세계가 펼쳐지는 듯 하다.
직접 가꾼 30만평의 정원에서 온갖 꽃과 과일. 채소 등을 가꾸고
염소도 기르며 직접 옷도 지어 입으셨다.
동화책의 삽화도 그리고
그 동화 속의 주인공인 것처럼 골동품에 둘러싸여 살아오셨다. 

 
좋은 가문에서 태어나 예술과 문학적 감성을 풍부하게 키울 수 있었던 성장배경이 부럽고
말로만 그치지 않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었던 의지와 노력에 감탄한다.
생전에 그리 사랑했던 형형색색의 꽃과 19세기풍 드레스, 오래되고 아름다운 그릇 등등에 싸여
지금도 저 하늘 어딘가 자신만의 공간에서 행복하시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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