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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는 작품에 대해서도 나는 어느쪽이다라고 밝히기가 어렵지만
많은 사람들, 특히 평단과 독자들이 다 좋아하는 작품이라 하면
그 어려움이 배가 된다.
이는 내 능력이 모자라서일수도 있고
나의 마이너적인 취향에 자신이 없어서일 수도 있다.
레이먼드 카버의 작품은 워낙 유명하고 인기도 많다.
오래전부터 그의 이름과 작품에 대한 명성을 익히 들어왔던터라
꼭 읽어봐야지 하며 기대했던 작품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반적으로 내 취향에 맞는 정도는 아니라고 하겠다.
그의 단편들에게서는 정말 사람사는 냄새가 난다.
특정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감정적인 이야기, 행동, 편집증적인 반응들...
미국인 특유의 약간 과장스러워 보이거나 지나쳐보이는 언어와 몸짓...
그게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12개의 단편 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과 [대성당]이다.
첫번째 이야기는 아이의 생일에 동네 빵집에 케이크를 주문했지만
사고로 아이가 죽어 괴로와하는 부부의 이야기이다.
갑작스런 아이의 죽음에 괴로워하며 사고부터 장례를 치르기까지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는 부부에게 괴전화가 자꾸 걸려온다.
케이크를 주문한 것을 깜빡 잊고 있던 부부는 장례를 모두 마치고 나서야
괴전화의 주인이 케이크가게 주인임을 알고 찾아간다.
아이의 죽음을 알리고 화를 내며 감정을 폭발시키는 부부에게
빵집주인은 커피와 함께 오븐에서 갓구워낸 따뜻한 빵을 권한다.
달콤하고 따뜻한 빵은 힘겨웠던 부부의 마음을 부드럽게 달래준다.
두번째 이야기는 부인을 찾아온 맹인에게
대성당이란 것을 설명하기 위해 손을 맞잡고 대성당 그림을 그려 설명하는 이야기이다.
남편은 그림을 통해 맹인이 대성당을 이해해가는 모습을 보며
그와 교감하게 된 자신을 발견한다.
자의든 타의든 자신을 외부와, 혹은 자기자신과 단절시키고
고립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억눌린 모습들이
작은 사건과 계기로 자유로와지고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그런 과정들을 어떤 수식어나 미사여구없이 있는 그대로
군더더기없는 문체로 묘사된다.
아마 이게 작가의 매력이 아닐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