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 아이야, 가라 1 밀리언셀러 클럽 46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리뷰를 쓰는 게 어려운 경우는 대략 두가지인 듯 하다.
평론가들에게, 혹은 대중적으로 높은 지지도를 받은 작품이 내 취향이 아닌 경우가 그 첫째라 할수 있고
둘째는 작가가 내놓은 결말이 씁쓸할 경우인 듯 하다.
애매한 표현( ~ 인 듯 하다)을 쓰는 이유는
옳고 그름, 정의와 악(?)의 경계가 애매한 현실 때문일 듯 하다.

계속 불확실한 표현을 쓰는 이유는
누군가와의 토론상황이 아닌 나 혼자만의 생각에서조차
어느 쪽이 옳다고 할 수 없는 나의 우유부단함 혹은 비겁한 눈가림이
양심과 사회의 잣대를 웃돌기 때문이라 변명하고 싶다.



유명작가인 데니스 루헤인의 작품이며
켄지&제나로 시리즈 중의 한편이라해서
처음부터 차근히 접하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할 필요는 굳이 없으리라 본다.
내용 이해에 무리가 가는 편도 아니고 주인공들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을 채울 시간적 여유는 충분히 있을테니 말이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책 뒷표지에 씌여진 것처럼 실종된 4살배기 아이를 찾다보니, 갱단과 미약거래조직에까지
깊숙히 관여된, 아니 그보다 더한 얽히고 섥힌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는 것이 골자이다.
과연 무엇이 최선이고 무엇이 정의인지 알 수 없는 결말이다.

 
이른바 사회파 미스테리 혹은 스릴러 장르는
같은 동시대의 현실을 사는 우리들에게 커다란 의문을 남긴다.
밀실 살인이나 동굴같은 고대 유적, 빛바랜 양피지에 적힌 암호문, 중세 시대의 그림 등과 같은
신비로운 매개체가 끼여 들어간 추리소설들과는 다르게
주위에서 있을 법한 사건들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은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오랜 시간동안 전해내려온 동서양의 고전과 동화들은 우리에게 간결한 교훈을 주었다.
최근엔 물음표를 가질 줄 아는 아이, 창의력과 호기심이 풍부한 아이같은
신인류(?)를 키워내야만 하는 사회 풍토에 따라
곱고 순수하던 옛이야기조차 조각조각 뜯기워져 분석되는 것이 현실이다.
장르소설 역시 세대의 흐름에 편승하는 것인지
아니면 직면한 현실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깨달음 덕인지
외면할 수 없는 곤란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이래저래 고민하게 만든다.

 
몇년 전부터 갑작스레 더위를 심하게 타는 체질로 바뀌어 잠 못 이루는 며칠을 보내다보니
자극적인 소설이 읽고 싶었다.
밤부터 내린 장대비로 인한 서늘한 기운에 새벽부터 맘이 설레다
눈 뜨자마자 집근처 카페로 가 통유리창 앞에 자리잡고 앉아
빈속에 커피를 두사발 들이켜가며 읽어내려간 이 책은
되려 내 마음을 덥게 만들어 버렸다.
근본적으로(?) 그들의 선택은 옳은 것인데 왜 내 맘은 이리 혼란스러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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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캘린더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박사가 사랑한 수식"의 작가인 오가와 요코의 단편집이다.
위 책이 너무 마음에 들었던 지라 구입한 책인데 이래저래 읽기를 미루고 있었다.
지난달인가, 아니 지지난달이던가...
어느 신문사에서 다가올 여름을 맞이하여 읽을만한 미스테리 추리 소설을 선정해 놓았는데
몇개 되지 않는 선정작(내 기억으로 5개였다) 중에 이 책이 있었더랬다.
내가 이 책을 구입했을 적엔 그런 장르소설이라 생각지 않고 구입했던 것이기에 적잖이 놀랐다.
그래서일까...미루고 있던 책을 펼치게 된 것은...

 
언니네 부부와 함께 사는 동생이 친언니의 출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지켜보며
복잡미묘한 심경을 적은 이야기가 "임신캘린더"이다.
이 외에 "기숙사", "해질녘의 급식실과 비 내리는 수영장" 이 실려있다.
나름의 다가올 어떤 시점의 결말을 기다리는 3가지 이야기는
지루하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평소에 느낄 수 있는 나른한 지루함, 탈출하고픈 일탈감, 묘한 짜증 및 새로운 일에 대한 불안감 등을 공감할 수 있도록 씌여져 있다.

 
내가 일본소설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이런 거다.
자극적이지 않고 담담하게 담아내는 일상의 냄새와 묘미들,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의식하지 못하고 쉬어지는 숨처럼 살며시 잡아내는 것...
우리네 정서는 꼭 끝을 봐야 한다.
교훈조이든 신파조이든 간에 결론을 내야만 한다.
삶의 한 부분을 버여낸 듯한 이야기... 그게 일본 소설이 가진 재미가 이닐까 싶다.
오가와 요코는 그런 재미를 한껏 살릴 줄 아는 작가다.

 
의식하지 못하는 일상의 이야기들을
무릎치며 동조하게 하는 것이 아닌,
아~ 그렇지... 하는 나즈막한 탄식의 동조를 끌어내고
남들에게 드러내지 못한 나의 한자락 감정선을 지그시 눌러주는 듯한 감동이라고나 할까...
어떤 따스한 위로나 현명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님에도
그저 알아준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그런 온기를 전해줄 줄 아는 이야기꾼의 말솜씨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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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만 가지 죽는 방법 밀리언셀러 클럽 13
로렌스 블록 지음, 김미옥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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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유명한 탐정들을, 예를 들어 셜록 홈즈같은...
싫어라 하는 지인이 무척 맘에 드는 탐정을 처음으로 발견했다며
내게 권해준 책이다.
대체로 이 지인이 권해준 책은 내 취향에도 거의 들어맞았으나
이 경우는 예외가 되어버렸다.

 
아는 탐정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나 역시 딱히 맘에 드는 탐정은 없다.
담배 냄새 찌들은 셜록 홈즈도 별로고
드루리 레인은 너무 느끼해서 별로고
피비린내 나는 참상이 다 지나간 후에야 다 알고 있었다며 뒷북치는 긴다이치 고스케도 별로고
꼬꼬마 코난도 별로다...
근데 이 책에 나오는 탐정은 알콜중독자이다... --;

 
창녀 일을 그만두고 싶은데
직접 말하기를 꺼려하는 여인의 의뢰를 받아들여
포주를 찾던 중 그녀가 살해된다.
용의자라 의심되던 포주와 손잡고 그녀의 죽으에 관한 비밀을 파헤친다.
 

가슴이 두근대는 긴장감이나
자극적인 묘사는 전혀 없다.
그냥 담담히 진행하고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나쁠 것도 좋을 것도 없는 수준의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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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결혼 시키기
앤 패디먼 지음, 정영목 옮김 / 지호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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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릎을 치며 공감할 이야기이다.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책을 많이 접해온 저자는
똑같이 책을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였으나
자신이 결혼할 때 가져온 책들과 남편이 가져온 책들을 합치지 못 하다가
결국 서재를 정리하게된다.
이 책에는 책을 사랑하는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이 책을 사랑하는 이야기와 에피소드들이 가득하다.

 
읽는 속도가 빠르지 않은 탓에 많은 양의 책들을 읽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가진 것 없는 내게 책들은 재산목록 1호이다.
나보다 더 책을 사랑하는 내 지인처럼 책커버나 책장 안에 흠집이 생길까 조심스러워하거나
문장 밑에 밑줄을 긋는 등의 파렴치한 짓은 절대 하지 않을만큼 아끼지는 못 한다.
그러나 책을 사랑하는 방식은 다양하고 내 방식 역시 그 중에 있으리라 생각한다.

 
저자처럼 좋은 책을 소개해주고 책 사는 비용에 돈을 아끼지 않으며
생일 선물로 헌책방에 가서 9Kg의 책을 골라줄 남편은 없지만
내가 책을 읽는 것을 좋게 생각하는 사람이 곁에 있고
내가 읽고 싶은 책들을 이미 다량 보유한 지인이 곁에 있으니
이만하면 행복하다 하겠다.

 
책을 읽다가 해당 페이지를 펼처서 책을 엎어 두기도 하고
때때로 한 귀퉁이를 접어두기도 하며
책 겉표지를 읽던 페이지에 끼워 넣어 표시를 하기도 하고
침대 옆엔 못해도 서너권의 책이 늘상 쌓여 있고
과거엔 책에 끄적끄적 내 생각을 적기도 했으나
이는 결코 책을 험히 다루는 것이 아니라
아끼고 더 가까이 하기 위함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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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설이다 밀리언셀러 클럽 18
리처드 매드슨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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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니름 포함, 책을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은 피해가세요]
 
윌 스미스 주연의 영화로 개봉되었던 [나는 전설이다]의 원작소설이다.
핵전쟁이후 발발한 변종 바이러스로 인해
인류는 흡혈귀로 변해버리고  세상은 황폐해진다.
최후의 인간인 네빌은 낮에는 흡혈귀들을 없애고
밤에는 자신의 은둔처에서 그들로부터 자신을 지키며 살아간다.
혼자 살아남은 두려움과 외로움, 절망 속에서 괴로워하다
사람들을 흡혈귀로 변하게 한 전염병을 연구해간다.

 
영화와는 다른 결말이다.
그가 전설이 된 이유 역시 영화와는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보다 원작의 결말이 마음에 든다.
영화에서 여자와 아이들이 찾아간 곳...
어딘가에 정상적인 사람들이 살아남아서 변종 바이러스를 피해 만든 지역...
전세계를 강타하고 빠른 속도로 퍼져나간 전염병 얘기와 상반되는 설정이 맘에 들지 않았다.
밤에 난동을 부리는 흡혈귀들을 어찌 피해 거기까지 사람들이 모인 건지...
어째 온갖 첨단시설을 갖추고 라이오방송까지 해서 살아남은 자들을 찾으려 했던
네빌에겐 그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고 양쪽에서 서로 몰랐던 것인지...
암튼 이래저래 말이 안된다...

 
생물이 환경에 적응하는 놀라운 이야기들은 알려진 이야기만도 무척 다양하다.
간단히는 천적에게 몸을 지키기 위해 보호색을 사용하는 파충류나
깊은 심해에서 사는 물고기들은 눈이 퇴화된다던지
암수가 수적 균형이 맞지 않으면 한쪽의 성이 바뀌어 수정에 하는 이야기같은 것 말이다.
원작에서 네빌은 최후의 생존자로서 원래 인간이었던 흡혈귀들과 대적한다.
어찌보면 흡혈귀는 새로 등장한 신인류의 모습인 것이다.
그런데 흡혈귀보다 발전된 새로운 종족이 등장한다.
햇빛도 어느정도 견딜 수 있고 병원균도 견뎌내는 종족이 나타난 것이다.
그들의 눈에 이전 세계의 인간인 네빌은 눈엣가시다.
흡혈귀들로부터도 몸을 지켜낸 네빌이지만
새로운 종족의 습격은 피해가질 못 했고 그들의 손에 사라지면서
네빌은 흡혈귀 등장 이전의 인류 최후의 생존자로 전설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류의 소설에서 주인공이 죽었다는 이유로
비극이니 어쩌니 하는 걸 따지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다만 영화에서 네빌이 백신을 개발해 살아남은 인류에게 희망을 주고 끝난 것과는 반대로
이쪽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 뿐이다.
자손을 남기고 생명을 이어가려는 강력한 의지로 신인류를 만들어낸 리처드 매드슨의 상상력은
자연의 법칙을 그대로 따른 개연성 있는 전개라 생각된다.
그래서 더욱 이 소설이 허무맹랑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영화로 3번씩이나 제작되는 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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