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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캘린더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박사가 사랑한 수식"의 작가인 오가와 요코의 단편집이다.
위 책이 너무 마음에 들었던 지라 구입한 책인데 이래저래 읽기를 미루고 있었다.
지난달인가, 아니 지지난달이던가...
어느 신문사에서 다가올 여름을 맞이하여 읽을만한 미스테리 추리 소설을 선정해 놓았는데
몇개 되지 않는 선정작(내 기억으로 5개였다) 중에 이 책이 있었더랬다.
내가 이 책을 구입했을 적엔 그런 장르소설이라 생각지 않고 구입했던 것이기에 적잖이 놀랐다.
그래서일까...미루고 있던 책을 펼치게 된 것은...
언니네 부부와 함께 사는 동생이 친언니의 출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지켜보며
복잡미묘한 심경을 적은 이야기가 "임신캘린더"이다.
이 외에 "기숙사", "해질녘의 급식실과 비 내리는 수영장" 이 실려있다.
나름의 다가올 어떤 시점의 결말을 기다리는 3가지 이야기는
지루하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평소에 느낄 수 있는 나른한 지루함, 탈출하고픈 일탈감, 묘한 짜증 및 새로운 일에 대한 불안감 등을 공감할 수 있도록 씌여져 있다.
내가 일본소설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이런 거다.
자극적이지 않고 담담하게 담아내는 일상의 냄새와 묘미들,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의식하지 못하고 쉬어지는 숨처럼 살며시 잡아내는 것...
우리네 정서는 꼭 끝을 봐야 한다.
교훈조이든 신파조이든 간에 결론을 내야만 한다.
삶의 한 부분을 버여낸 듯한 이야기... 그게 일본 소설이 가진 재미가 이닐까 싶다.
오가와 요코는 그런 재미를 한껏 살릴 줄 아는 작가다.
의식하지 못하는 일상의 이야기들을
무릎치며 동조하게 하는 것이 아닌,
아~ 그렇지... 하는 나즈막한 탄식의 동조를 끌어내고
남들에게 드러내지 못한 나의 한자락 감정선을 지그시 눌러주는 듯한 감동이라고나 할까...
어떤 따스한 위로나 현명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님에도
그저 알아준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그런 온기를 전해줄 줄 아는 이야기꾼의 말솜씨가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