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
마쓰오카 세이고 지음, 김경균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읽는 법에 관한 책은 참 많다.
워낙 쏟아지는 정보의 양이 많아지다보니, 속독이나 다독이 크게 유행했고
그에 따라 관련된 책을 역시 많이 등장했었다.
읽고 싶은 책은 나날이 늘어가서 읽어야 할 책 리스트는 점점 길어져만 가는데,
책을 읽는 속도는 썩 빠른 편이 아니라 마냥 답답하기 일쑤였다.
그때 접했던 많은 속독법책들은 내게 별 효과를 느끼지 못 하게 했고
단지 빠르게 읽어 책을 하나씩 클리어(?)해 나간다는 것이 내 스타일이 아니구나...하고 생각했었다.

그런 점에 있어서 마쓰오카 세이고는 내게 적절한 가이드를 해 주었고
실제로 내가 사용하는 방법들을 체계적으로 되죞어주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나처럼 읽는 사람이 있다는 반가움에 내내 기분이 좋았다.
물론, 그의 독서량이나 지식을 따라갈 수는 없겟지만서도... ^^;;
 
한가지 책에서 다음에 읽을 책들에 관한 정보를 얻어가는 "키북"에 관한 이야기나,
독서력이 떨어지면 다른 장르의 책을 접해서 회복시킨다고 하는 것,
또 한번에 3가지 정도의 책을 묶어서 보는 법 등은 실제로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이다.
내가 그런 것을 어떤 단어로 정의 내려 말로 옮겨야 할지 애매하다 여겼었는데
그런 문제점들까지도 속 시원히 진단해주고 적절한 말로 옮겨 주어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심정이었다.
 
그가 어머니로부터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책이 기나긴 책사랑의 시발점이 된 것처럼,
책과 관련된 내 기억 중 젤 앞부분엔 어머니가 있다.
집이 어려워 밤중에 리어카 하나에 모든 살림살이를 실어 야반도주 하듯
1년에 예닐곱번씩 집을 옮겨 다니면서도, 그 짐 제일 위엔 언제나 책이 가득 들은 가방이 있었다.
밥으로 끼니를 잇기가 어려워 라면을 불려 식구들이 나눠 먹던 시절엔
학교 도서관을 찾아가 책을 읽었고, 도서관이 공사를 하는 방학 중에는
교무실에서 당당히 한자리 차고 앉아 책을 읽기도 했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당당하게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어머니의 영향이리라...
내게 책을 알게 해 준 어머니가 있고
책을 사랑하는 주변사람들이 있고
이렇듯 방향을 제시해주는 스승까지 접할 수 있으니
책과 관련된 나의 모든 기억들은 마냥 흐뭇하기만 하다.
 
[문자의 양이 많다는 것은 다양한 '언어'와 '의미'가 수없이 교류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만약 인간을 동물과 구분하는 결정적인 근거가 언어와 의미라면, 인간적인 것의 원천은 
 그 대부분이 책 안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사실은 머릿속 '말풍선'에 들어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언제나 적절한 단어로 표현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거기에 어울리는 단어가 튀어나오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말할 수 있다'라는 것돠 '쓸 수 있다'라는 것은 분명 다른 능력에 속합니다.]

[책을 읽다가 점점 독서력이 떨어진다고 느껴지면 다른 책을 읽어 독서력을 회복합니다.
 독서 이외의 다른 일로 기분을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독서 모드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어려운 과학책에 질릴 때 시지을 꺼내 읽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건전지가 다시 충전됩니다.
 이런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어떤 책을 읽어야 본궤도로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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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즌 트릭
엔도 다케후미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일단 너무 과장된 홍보문구는 믿지 말자!
제목에서 연상되는 "프리즌 브레이크"를 떠올리며 대단한 트릭을 기대하지도 말자!
그리고 이 책을 쓴 사람은 신인작가다!
이 세가지만 명심하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교도소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용의자는 도주한다.
그런데 밀실살인이다. 용의자가 살인을 위해 어디로 침입했는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살인자와 용의자가 뒤바뀌었다???
이게 대강의 줄거리다.
 
약간 정리안되는 횡설수설함이 보여 몰입에 훼방을 놓는다.
살인의 의도랄까...굳이 교도소를 선택할 이유라든가... 그런 부분이 확실히 설득력이 떨어진다.
굳이 이 많은 사람들을 등장시켜 연관지으려고 한 약간의 억지스러움도 보인다.
이른바 사회파 미스테리에서 자주 등장하는 식의 진행을 따르려 한 것 같은데
아직은 조금 작가에겐 벅차 보인다.
살인에 이르는 과정 역시 말이 안된다.
다만 작가가 추리 소설의 공식은 착실히 따르려 한다는 것은 알겠다.
어떤 스타일을 동경하는지도 알겠고.
 
짐작이 가는 범인에, 빤한 동기에, 예측 가능한 반전까지...
각 요소요소마다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
이렇게 쓰고 보니 영 읽을만한 책이 못 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딱히 그렇진 않다.
제일 중요한, 작품의 재미를 살리는 법을 안다고나 할까...
큰기대 하지 않고 가볍게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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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3
우타노 쇼고 지음, 현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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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정말 너무너무 재미있는 책이다.
긴장감과 스릴감이 넘치고 대단한 트릭이 있다는 식의, 이른바 잘 쓰여진 책이라는 이야기가 아닌
그야말로 추리소설을 사랑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아주 재미있게 책장을 넘길 수 있는 그런 책이다.
단어 그 자체의 의미로서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책이란 말이다.

책은 3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는 탐정과 그의 조수가 등장한다.
탐정은 경시청의 조사컨설턴트로 용돈 수준의 돈을 벌며 살아가는 데에 신물이 나 있는 상태이다.
긴다이치 고스케나 셜록 홈즈같은 명성을 누리지도 못 하고
기껏 해결한 사건을 책으로 출파했다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나 당하는 처지이다.
이른바 세상사람들이 알고 있는 돈에 무감각하고 사건 해결 자체에 매력을 느끼는 그런 정통파가 아닌
세속에 찌든, 물욕과 허영심, 유명세에 굶주린 그런 탐정이다.
추리 소설의 정석을 벗어나는 탐정이라... 그 끝이 어찌 될까나... ㅋㅋㅋ

[생존자, 1명]은 종말론을 주장하는 과격 종교단체의 행동파 몇명의 이야기이다.
세상을 정화하려는 목표로 전철 폭파 테러를 일으킨 4명의 신도가 교황과, 사교의 뜻에 따라
한 무인도로 피신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단편 역시 단순하다면 단순할 수 있는 반전의 묘미가 있다.

[관이라는 이름의 낙원에서]는 어릴 적 꿈을 이루려는 한 남자의 소망이 담겨 있다.
탐정소설 연구회의회원들이 50대가 다 되어서 한자리에 다시 모인다.
그야말로 추리소설, 밀실살인의 메카인 대저택에 모여 추리게임을 시작한다.
그 안에 숨겨진 진짜 트릭이 무엇인지는 마지막에 밝혀진다.
 
3편의 이야기 모두 추리 소설의 기본인, 밀실 살인을 다루고 있다.
기본 공식에 충실한 이야기들이지만, 그 묘미를 100% 잘 살려냈다고 할 수 있겠다.
다양한 소재와 인물들을 등장시켜 정석 코스인 밀실 살인에 관한 이야기를 끌어가는 작가의 재치도 맛깔스럽게 느껴지지만, 마지막 작품인 [관이라는 이름의 낙원에서]는 작가의 추리 소설에 대한 애정을 담뿍 느낄 수 있다.
추리 소설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무척 기쁘게 한장한장 읽어나간 책이다.
그의 다음 작품이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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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제임스 설터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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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꽤나 화제가 되었던(내 기억이 맞다면...) 제임스 설터의 단편집이다.
이 작가의 발견이 대단한 일인냥 사방에서 극찬을 했었던 것 같은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내 취향엔 영~ 불편한 작품이었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놓쳐버린, 잃어버린 무언가를 갈구하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다.
이른바 상실의 아픔이랄까...
애정, 사랑, 섹스, 불륜, 추억......
모든 것이 비뚤어져 있다.
갖지 못한 것에 관한 갈증으로 궤도에서 이탈해 버린 사람들...
그래서인지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고 외면해버리고 싶은 이야기들로 가득찬 이 책이
괜시리 못마땅하고 멀찍이 던져두고 싶게 만들었다.

우울증은 전염성이 강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 책 역시 강력한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책을 보는 내내 잔뜩 찌뿌린 하늘과 세찬 빗줄기가 함께해서였을까...
찐득하고 답답한 늪에 잠겨가는 기분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그것이 이 작가의 탁월함이라 말한다면 굳이 부정할 수는 없다 하겠다.

[ 그는 그의 인생 한가운데 거대한 방을 가득 채웠던 사랑을 생각했고,  다시는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왜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길 위에서 그는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 플라자 호텔 中 ]
 

[ - 선택을 할 수 있다면, 그녀가 말했다. 삶과 그리고......
  - 뭐?
  - 삶과 사는 척 하는 것 중에 말이야. 모르는 척 하지마. 당신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어. / 방콕 中 ]
 

[ 이 모든 일이 있고 난 다음 날인 내일을, 그녀가 보지 못할 내일을 상상하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세상이 그대로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 어젯밤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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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번은 순례여행을 떠나라 - 회복과 치유의 길, 시코쿠 88寺 순례기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
경민선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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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2권째이지만, "일생에 한번은"시리즈가 내게 참 잘 맞는다.
관광지에 관한 정보의 나열에서 벗어나
작가가 여행하면서 경험하고 느끼는 것들이 고스란히 녹아난다고 해야할까.
여행에 관한 책은 그러한 중도를 담기가 참 어렵다.
작가 자신이 철저히 중심이 되어 적어나가는 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끔 이렇게 보석같은 책을 만나면 그들의 기억과 추억과 살며시 내게 전해져 온다.
오늘밤 꿈에라도 그들이 밟은 길이, 그들이 봤던 광경이 살짝쿵 등장할 것만 같다.
이 책은 일본 시코쿠 섬 내의 88개 불교 사원을 도보로 순례한 여행기이다.
그녀의 글이, 그녀의 경험이 내게 새로운 도전과 유혹으로 성큼 다가와버렸다.
 
극작가이기도 한 그녀의 글솜씨는 책장을 넘기는 나를 여러번 멈칫거리게 했다.
나름 많은 여행을 다녔다고 자부하는 나이지만, 각 여행마다 다가오던 묘한 감정의 소용돌이들을 어찌 해석할 지 알 수가 없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것들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녀가 그 해답을 얻고 마침내 나에게까지 전달되게 한 힘이
단지 그녀의 글빨이었는지 아님, 순례여행의 길에서 얻은 것인지 궁금하다.
그 답을 구하고자 한다면, 그녀가 걸었던 그 길위에 올라서보는 수 밖에 없으리라.
 
[ 이 길을 걷는 순례자들을 '오헨로상'이라고 부르는데
전통적으로 삿갓을 쓰고, 흰 옷을 입고, 나무 지팡이를 짚고 걷는다.
 순례 도중 길에서 죽더라도 누군가가 장사 지내 줄 수 있도록
소복을 상징하는 흰옷을 입고, 관 뚜껑을 대신할 삿갓에, 묘비로 쓸 지팡이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라고 했다.]
 
[시작과 끝이 모호한 길. 이 길이 '인생'과 닮지 않았으냐는 말을 감히 해본다.]

[무엇보다 타인이 베푸는 뜻밖의 배려가 가장 귀중하다. 
 이토록 넘치는 흐뭇함을 몸속 어딘가에 숨겨 놨다가 지긋지긋한 불운이 다시 덮칠 때면 살포시 꺼내 봐야지.]
 
[걷는 내내 당연하다고 여겼던 소소한 것들에 감탄사를 연발하는 그를 보며
 내 여행이 그동안 침체됐던 건 느낌표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뭘 봐도 시들하고 뭘 들어도 대수롭지 않았다. 호기심은 시큰둥한 마음을 따라 멀리 떠나 버린 지 오래다. 어떻게 하면 느낌표가 솟아나는 상태로 여행을, 삶을 유지할 수 있나?]

[길이 끝났다고 정해 놓은 그곳에서 나는 침묵과 더불어 길을 잃었다. 그토록 찾던 보물상자를 얻었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맵고 휑한 먼지만 날리는 듯, 산 깊은 사찰은 고요에 싸여 어떤 대답이나 위로도 하지 않는다. 무언가 해답이라고 할 만한 벅찬 상징, 의미, 감격스러움을 바랐지만 호젓하게 다가온 적막함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언젠가 철학자 선생님이 가르쳐 준 '상태'라는 단어가 주머니 속에 가만히 만져진다. 내가 어떤 행위의 결과라고만 믿고 갈구했던 생생함의 회복은 사실, 가꾸고 관리해야 할 어떤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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