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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 그래닛 ㅣ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8
스튜어트 맥브라이드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줄거리-알라딘 책소개 중 발췌
스코틀랜드의 화강암(그래닛) 도시 애버진에서 발생한 유아 실종과 살해 사건에 투입된 로건 맥레이 경사. 삶에 대한 불굴의 의지와 경찰로서의 사명감을 지닌 로건 맥레이는 1년 전 열다섯 명의 여성을 강간, 살해한 앵거스 로버트슨을 잡는 과정에서 그에게 난도질을 당해 생사까지 위태로운 상태였지만 가까스로 살아난 후, 부활한 성경 속 인물 ‘라자루스’라는 별명이 붙는다. 몸과 마음이 아직 완벽하게 치료되지 못한 상태에서 현장에 복귀한 맥레이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오랫동안 실종된 후 강물에서 목 졸려 죽은 시체로 발견된 세 살짜리 어린아이의 사건이다. 이즈음 범인이 이미 붙잡힌 다른 유아 성범죄 재판이 애버딘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맥레이가 맡은 사건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급증하고 또 다른 아이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
유명한 경찰 소설들을 보면 대개의 주인공들은 고독하고 아픔이 있고 입이 무겁고 늘 뭔가에
심적으로 괴로워하며 밥도 잘 안 먹고 커피나 술만 마셔댄다. 매력적인 여자친구가 있거나 혹은
있었고 그가 맡고 있는 사건들의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관계에 문제가 있다. 혐오하는 상사가
하나씩 꼭 있고 존경하거나 좋아하는 상사나 동료도 꼭 등장한다. 판단도 정확하고 감도 빠르며
대체로 몸도 좋은 편이고 진지하고 신중한 사고방식을 지녔다. 이상적인 남자상이라 해야하나 아님
전형적인 남자스타일이라고 해야하나... 사실 그래서 작품의 재미는 좋아서 즐겨 찾아 읽게 되더라도
주인공에게 몰두하기는 결코 쉽지 않았었는데, 이런 캐릭터 참 괜찮네...싶은 경찰이 등장했다.
로건 맥레이는 일단 몸이 만신창이다. 이전 사건에서 범인에게 칼로 난도질을 당한 상처들이
미처 낫지 않아 아직 몸이 부실해서 몸싸움은 커녕 동료가 반가워 꼭 부둥켜안는 포옹에도
움찔거리며 물러날 정도로 약해진 상태다. 잘나고 멋진 옛여자친구 앞에서 과거의 애정과 상처가
가득한 추억에 속 쓰려하기 보다는 말한마디 제대로 못 해서 버벅거리는 자신을 잘 알고 있다. 지금
까지 읽은 모든 미스터리 작품을 통들어 두어번밖에 범인을 맞힌 기억이 없는 착한(?) 독자인 나도
눈치챌만한 범인을(작품의 메인 사건의 범인 말고 ^^;;) 맥레이 형사는 늦게 발견한다. 짜증나는
신문 기자인 콜린 밀러에게 시원하게 한방 먹이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휘둘리는데다가 주위의
독특하고 강한 캐릭터를 지닌 상사와 동료들에 대한 감정도 이랬다저랬다 한다. 파트너로 다니게
된 왓슨 형사에게 호감을 가졌지만 역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찌질이처럼 군다. 그렇다고 맥레이
형사가 한심한 캐릭터는 아니다. 이전에 등장했던 형사 소설들의 인물과 다른 냄새가 난다는 것일 뿐. 그렇다고 너무 인간미 넘치는 것도 아니고 너무 마초스러운 것도 아닌 중간 어디쯤의 성격과 취향을 가진 인물이다. 다만 이것이 작가 스튜어트 맥브라이드의 첫 시리즈물인 덕에 캐릭터 설정이 완벽하지 못한 거라면 문제가 달라지겠지만 이대로 충분히 매력적이고 호감 만땅이니 앞으로도 계속 궁금해 질 예정이다.
숨막히는 긴장감이나 박진감 넘치는 전개같은 건 없지만 책장 넘어가는 게 결코 느려지는 편은 아니다. 춥고 비 내리고 애버딘에 대한 묘사와 사건의 분위기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고 사건을 전개하고
실마리를 풀어내는 방식을 새롭게 만들어보려는 노력도 엿보여서 좋다. 로건 맥레이에게 "라자루스"란 별명을 붙이려고 한 시도는 좀 어설펐고, 이 책에서 맥레이 형사가 풀어가는 사건보다 그에게 큰 상처를 입힌 이전의 사건 일명 "앵거스 로버트슨" 건이 훨씬 더 흥비진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좀 들었다. 언젠가 작가가 써주려나? 그 사건이 하도 자주 언급되는 바람에 이 책이 맥레이 시리즈의 1편이 맞는지 몇번이고 확인을 해야할 정도였으니 안 쓰고는 못 배길 것이다. ㅎㅎㅎ 이 작품이 총 3권 시리즈로 선계약되었다가 이 작품의 선전으로 다시 6권 시리즈로 늘어났다 하니 앞으로 기다려 봐야겠다.
책 안에서 1년 내내 춥고 비 내리는 애버딘의 날씨가 형사들의 입에서 욕설과 농담거리로 등장한다. 정말 지독한 곳인가 싶은 생각이 들 만도 한데, 책 말미에 작가의 한마디가 웃음을 자아냈다.
"애버딘은 여기 나온 것처럼 정말 그렇게 나쁜 곳은 아님니다. 제 말을 믿으세요"
귀여운 작가다. 겉책장 안쪽 작가 소개에 사진도 좀 실어줄 것이지... 궁금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