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 IN ㅣ 레드 문 클럽 Red Moon Club
기리노 나쓰오 지음, 권일영 옮김 / 살림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줄거리-알라딘 책소개 중 발췌
스즈키 다마키는 '연애의 말살'을 주제로 소설 '인'을 쓰려 한다. 주인공은 미도리카와 미키오의 <무쿠비토>에 등장하는 내연녀 O코. <무쿠비토>는 1970년대에 발표된 소설로, 불륜으로 인해 한 가정이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작가 본인은 물론 아내와 아이들까지 모두 실명으로 등장해서 마치 남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다마키는, 남자의 아이를 두 번이나 낙태했지만 가정을 파괴한 장본인으로만 그려지는 비운의 여인 O코를 통해 자신의 소설을 완성해 나간다. 유부남과의 격정적 사랑과 아이의 낙태라는 점에서 다마키는 O코와 자신의 운명이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왠지 모를 연민을 느낀다. 그렇게 O코의 정체를 밝혀가는 과정에서 다마키는 허구와 현실이 뒤섞이는 혼란을 경험하게 되고…]
남녀가 사랑에 빠져 이른바 콩깍지가 씌이면 곰보자국도 보조개로 보인다고 했던가...
빛나는 매력으로만 보이던 상대방의 장점들이 훗날엔 헤어지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하는 단점으로 돌변하게 된다고도 했었다.
국내외를 통들어 수많았던 동화의 결말은 "그래서 둘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천편일률적으로 간단명료하게 마무리 되었고 이야기를 읽고 듣던 많은 아이들은 안심하고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그러나 나이를 먹을만큼 먹어버린 지금은 러브스토리란 그렇게 끝나는 것이 아니란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알고봤더니 불륜이라던지 시부모가 격렬하게 반대를 한다던지 혹은 어릴 적 헤어졌던 오누이였다던지 하는 식의 막장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사랑 뒤의 권태와 허무에 관해서는 모두들 도가 트지 않았을까...
불륜이라는 장애가 있었기에, 작가와 편집자라는 연결고리가 있었기에 더더욱 극적으로 사랑에 빠지고 "선"을 넘고 "끝"까지 가보자는 마음으로 연애를 했다 하더라도 헤어짐 뒤에 남은 그 씁쓸함은 자칫 더운 날 바깥에 오래 두어 방치된 상한 고기마냥 악취가 난다. 다마키가 말살하고자 하는 연애란 어떤 시점이나 특정 사건 혹은 매개체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문득 바라본 그 사람의 어깨가 초라해 보인다던지, 전엔 몰랐던 상대방의 체취가 살짝 거슬린다던지, 영화를 보며 양쪽 팔걸이를 다 사용하고 있는 태도에 슬쩍 짜증이 난다면 이미 연애는 소멸의 단계에 들어간 것이다.
다마키는 <무쿠비토>란 소설에서 불륜으로 파괴되어 가는 남녀의 관계와 가정의 모습이 너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불편한 감정까지 느끼게 되는데, 이것은 기리노 나쓰오가 쓴 [IN]이라는 소설을 읽는 독자들의 모습을 비추어 보여준다. 기리노 나쓰오 특유의 적나라하고 여과없는 인간의 내면 묘사들은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 싶지만 확인하지 않을 수 없는 매력이 있다. 공포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늘 혼자서 불안에 떨며 가지 말아야 할 곳에 들어간다. 무섭고 위험하지만 가볼 수 밖에 없는 그런 끌림이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엔 가득하다. 가슴 묵직하게 다가오는 개운하지 못한 감정에 휘둘리기 싫다면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은 멀리 하는 것이 좋다.
[나는 깜짝 놀랐죠. 미도리카와 선생님과 내 연애에는 그 부인처럼 우중충한 존재는 전혀 등장한 적이 없었으니까요. 관념과 관념이 얽히는 아름답고 섬세한 꿈깥은 연애였으니까요. 그런데 미도리카와 선생님에게 이렇게 나이든 부인이 있고, 누런 콧물을 흘리는 아이들이 있고, 어두침침한 부엌과 미끈거리는 욕실이 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