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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고개의 목매달아 죽은 이의 집 2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줄거리-알라딘 책소개 중 발췌
사진관을 운영하는 혼조는 미모의 여인에게 기묘한 부탁을 받는다. 한 여자가 목을 매어 자살한 후 폐가가 된 '병원 고개 집'에서 결혼기념사진을 찍어달라는 것. 호기심이 동한 혼조는 긴다이치에게 내막에 관한 조사를 의뢰한다. 마침 '병원 고개 집' 여주인의 부탁으로 납치된 손녀를 찾고 있던 긴다이치는 기막힌 우연에 놀란다. 그러던 중, '병원 고개 집'에서 처참한 형상을 한 남자의 머리가 발견되는데…]
유명한 집안에서는 그 명성과 재산때문에 뒤가 구린 일들이 많이 일어나곤 한다. 사회적 체면과 지위를 생각한다면 이는 필연적일 수 밖에 없고 그 와중에 희생된 사람들과 억눌린 감정들은 늘어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물며 전쟁이 발발하고 시대가 바뀌는 격동기엔 어찌할까... 세상이 뒤집히고 바뀌는 순간에 사람은 그저 속수무책으로 엮여들어갈 뿐, 벗어날 길은 요원하다. 이런 과도기엔 그 틈을 타서 부와 명예를 쥐어보려는 사람들이 반드시 등장하는 법이다. 비극은 항상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명문 호겐 집안의 복잡한 가족관계는 격동하는 시대 속에서 살아온 이들에게 어쩔 수 없는 것일지 모르겠지만 그 주위에서 기회를 엿보고 뭔가 하나 건져보려는 욕망에 눈이 뒤집혀진 이들에겐 좋은 먹이감에 불과하다. 1권 초반 호겐 집안의 가계도가 등장하긴 하지만 워낙 얽히고 섥혀 그 복잡함이 몇번이고 책 앞머리를 들추게 한다. 참극은 약 20여년의 시간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며 1권에서 첫 사건이 2권에서 다음 사건이 등장한다. 그러기에 1권 부분은 약간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이전 다른 책에서 보던 긴다이치 고스케라면 더 조사하고 뭔가 더 알아낼 수 있을 법한 상황에서 사건을 덮어두는지라 뭔가 찜찜한 구석이 가득하다. 2권에 가면 새로운 사건이 벌어지며 사건 해결에 속도가 붙게 되니 조금만 더 참으면 결말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뭐, 어느 정도는 예상되는 시나리오로 흘러가긴 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게 여러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와 관계를 묘사해 간다.
긴다이치 고스케는 이 사건을 마지막으로 홀연히 사라진다. 오랜 시간 끔찍한 사건을 조사하고 밝혀낸(굳이 해결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은 건 그가 등장하는 사건엔 너무 많은 희생자가 나오고 결국 긴다이치 고스케가 구해낸 사람이 없다는 것에 근거를 둔다) 그로서는 더이상 피의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건의 내막을 명확히 밝혀냈음에도 살아남은 사람들에겐 깊은 상처가 남았고 희생자들에게도 오래된 원망과 회한이 가득하기에 진실을 바라본 사람으로서 그 어둡고 암울한 아우라를 고스란히 감당하기가 힘에 부쳤으리라 여겨진다. 특히 야요이 여사의 마지막 모습에서 그는 뭔가 결단을 내린 것이 아닐까... 더이상 젊지 않은 그의 나이도 한몫 했겠지만 말이다.
드라마, 영화 혹은 책의 결말이 안타깝고 가슴 메어지는 슬픈 것일 경우에 초반의 즐겁고 밝은 기운 가득한 부분을 조금 되돌려 보는 경향이 있다. 그로인해 마지막에 느꼈던 어두운 기운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고 조금 나아진 컨디션으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기에 그런 일을 반복하곤 했다. 긴다이치 고스케의 여러 작품을 봐온 나로서는 그의 최후의 사건이라는 표제에, 먼저 읽었어야 할 시리즈의 책 두어권을 빼두고 이 작품을 먼저 읽었다. 긴다이치 고스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해왔었지만 그래도 많은 작품을 보면서 나름 정이 든 캐릭터라 마지막이란 것이 서운하여 그랬다. 그런 취지에서 아직 국내에 미출간 된 그의 시리즈는 계속 되어야 한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