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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위증 2 - 결의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6월
평점 :
[줄거리-알라딘 책소개 중 발췌
가시와기 다쿠야의 죽음으로부터 반년이 흐른 여름, 일련의 소동은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 의문의 고발장이 불러온 파장, 학교 측의 책임을 추궁하는 매스컴, 그리고 불량학생 오이데 슌지의 수상쩍은 가정환경. 각종 의혹이 꼬리를 무는 가운데 이 사건을 처음부터 지켜봐온 여학생 후지노 료코는 당사자인 자신들의 힘으로 직접 진실을 알아내기로 결심하고, 여름방학중 오이데 슌지를 피고로 세워 전대미문의 교내재판을 열 것을 제안한다. 그런 그녀 앞에 다쿠야의 옛 친구라는 낯선 소년이 재판의 변호를 맡겠다며 나서고, 새로운 증언이 하나둘 등장하면서 베일에 싸여 있던 사건 당일의 광경이 조금씩 드러난다.]
이 책은 읽기에 따라 다소 지루할 수도 있다. 유독 차근차근 천~천히 진행되는 까닭이다. 사람이 갖는 생각과 그것이 형태를 갖추어 입 밖으로 나오고 그 후 행동으로 나타나기까지의 과정들이 정말 세밀하게 묘사되기 때문이다. 어른들도 그러할진데 하물며 아직 자신과 세상에 대해 확고찬 가치관을 갖추지 못한 중학생에겐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머리속을 스쳐갈 것인가. 물론 되는대로 내뱉는 이도 존재할 것이고, 주위의 눈치를 보느라 온갖 생각을 머리속으로 떠올리다 말을 삼키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나하나 생각한 후 신중하게 단어를 고르는 이도 있을 것이고 큰소리로 말 할 자신도 참을 자신도 없어 누군가가 알아채주길 바라며 나즈막히 중얼거리는 이도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단지 나이가 아직 어리고 미숙하며 중학생이라는 신분을 가진 죄로 정확한 사실을 전달받지도 일의 경과를 듣게 되지도 못한다. 그 의도가 보호이든 무시이든 아이들은 이런 상황이 지긋지긋해졌다. 더 이상 어린 나이와 중학생이라는 신분을 핑계로 외면당하기 싫은 아이들은 어른들의 제도인 "재판"이라는 형식을 빌어 스스로 납득할 진실과 사실을 알아내고 받아들이기로 한다. 어른들은 자신들의 입장과 지위, 사회적 시선 등을 이유로 모든 것을 대충대충 덮어버리려 했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언뜻보면 아이들 쪽이 어른들보다 대화를 풀어나갈 자세를 갖춘 듯 하지만 실제적으로 열세이자 약자인 아이들에겐 당연한 그리고 유일한 해법일지도 모른다.
죽은 이도 동급생이고, 고발장을 쓴 이도 동급생이다. 어쩌면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어른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 한 진실에 도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미여사는 다양한 표현을 동원해서 아직은 여리고 약한 그들의 마음과 정신을 대변하고 이는 읽는 이에게 또 다른 쏠쏠한 재미를 주었다.
["진짜와 어떤 차이가 있어야 할까요?"
이 질문에는 게이코도 입을 다물었다.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는 이런 난문에 대한 해답이 나오지 않을 테니까.
"가능한 한 함께 의논하란 거야." 기타노 선생이 말했다. "진짜 재판처럼 검사 측과 변호인으로 갈라져서 자기주장만 하다보면 결론이 안 나. 너희는 아직 중학생이니까."
"서로 협력하라는 뜻이죠?"
"그렇지. 터널 파는 거나 똑같아. 좌우에서 동시에 파기 시작해 한가운데서 만나는 거야."
그 한가운데 진상이 있을 거라고 기타오 선생이 낮게 말했다. ]
[하시다는 뭐랄까-늙었다.
어른스러운 게 아니다. 그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지친 듯한, 권태로운 듯한 이 묵직한 분위기는. 이녀석 허리가 이렇게 굽었던가. 그래도 나보다는 훨씬 키가 크지만.
"교내재판 여는 거 모르니? 편지가 왔을 텐데."
가즈히코가 작은 새처럼 천진난만하게 눈을 깜박이며 물었다.
수도꼭지에서 계속 물방울이 떨어졌다. 조금 전까지는 본 척도 하지 않던 하시다가 갑자기 몸을 돌리더니 긴 팔을 뻗어 싱크대 수도꼭지를 꽉 잠갔다. 수도꼭지가 죄송스럽다는 듯 침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