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위증 3 - 법정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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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럽지만 안쓰럽다. 뿌듯하지만 씁쓸하다.

 

[재판이 어차피 시작된 이상 학교라는 '체제'가 매스컴 배제에 착수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증인이로 나서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체제'에도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이리라. 어느 틈에 이시카와 학부모회 회장에게 잽싸게 들러붙은 모기 에쓰오도 그렇고, '어른'들은 무슨 행동을 할지 도무지 방심할 수가 없다. ]

 

이 책엔 쓸모있는 어른이 그다지 나오지 않는다. 아이들이 의지하고 믿을만한 어른이 없다. 학교만 보더라도 '교육자'와 '월급쟁이' 사이의 어디쯤 존재하는 선생님들만 가득하다. 쓰자키 교장이 '지각창'의 존재가 학교를 감옥이 아니라 학문을 배우는 곳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한 것처럼 아이들에게 이번 재판은 음흉하고 꿍꿍이로 가득찬 어른들을 배제하고 자신의 눈과 귀로 직접 사건을 대면하는 계기이자 장치가 되어준다. 많은 소문이 있었고 미디어의 보도도 있었다. 선생님들의 설명도 있었고 경찰과 주변 어른들로부터 들은 단편적 정보도 있었다. 그러나 역시 직접 마주하는 진실은 다르다.

 

[ "그러니까 이제 와서 미야케가 무슨 말을 하든 놀랄 것 없었어. 그런데 역시 소문으로만 들을 때랑은 전혀 다르단 걸 깨달았어. 정말, 진짜로 본인의 입으로 들으니까 전혀 달랐어." ]

 

정직한 열정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지금까지 검사측, 변호사측 및 재판 관계자들이 노력하고 애쓴 시간에 대한 결과물이 법정에서 하나둘 드러난다. 앞서 두터운 2권의 책에서 묘사된 이야기들이 증언으로 다시 한번 반복되고 반전의 내용도 이미 짐작되었던 그대로 흘러가지만, 진실을 알고자 하고 누군가를 믿고자 하는 마음에 따라 무엇이 드러나는지 알게 된다면 페이지를 허투루 넘기게 되진 않을 것이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소설이나 영화와 다르다. 뛰어난 형사나 탐정이 등장하는 경우도 드물고 신이 보내준 듯한 증인이나 목격자가 나타나 예정된 결과를 뒤집는 일이 일어날 확률도 희박하다. 그건 단지 지저분한 싸움이고 관계자 모드를 상처 입히고 끝이 나더라도 승리의 영광이나 잔실의 빛 따윈 남지 않는다. 미스터리계의 대모인 미미여사는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이 작품에서 극적으로 표현해 낸 것 같다. 진실을 밝힐 유일한 방법인 재판은 아이들의 힘과 손에서이루어졌으며 그 어떤 결론이 나온다 하더라도 처벌이나 제재를 가할 수가 없다. 그냥 아이들은 진실을 직시하고 납득할 뿐이다. 간바라 가즈히코의 말처럼 득 될 게 없다. 다만, 사죄해야 할 사람에게 사죄 할 기회를 주고 용서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용서할 기회도 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너무 일찍 최악의 방법으로 추접스런 어른들의 모습과 지저분한 사회의 속성을 맞닥뜨렸다. 이제 그들은 더이상 아이가 아니다. 그러나 어른도 못 되었다. 자신의 나이보다 조금 더 늙어버린 얼굴을 갖게 된 아이들에게 학교도, 사회도, 어른도 그렇게까지 최악은 아니라고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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