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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특별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 "모모야, 그곳은 내 유태인 피난처야."
"알았어요."
"이해하겠니?
"아뇨. 하지만 상관없어요. 그런일엔 익숙해졌으니까."
"그곳은 내가 무서울 때 숨는 곳이야."
"뭐가 무서운데요?"
"무서워하는 데에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란다."
나는 그 말을 결코 잊은 적이 어뵤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까지 들어본 말 중에 가장 진실된 말이기
때문이다. - p. 69 ]
[ 나는 마약에 대해서는 침을 뱉어주고 싶을 정도로 경멸한다. 마약 주사를 맞은 녀석들은 모두
행복에 익숙해지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끝장이다.
행복이란 것은 그것이 부족할 때 더 간절해지는
법이니까. - p. 99 ]
[ 나는 그 자리를 떠났다. 슬픔을 찾아다닐 필요는 없으니까. - p. 176 ]
[ 한번은 검둥이가 그 길로 지나갔다. 사람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애를 그냥 검둥이라고 불렀는
데, 아마도 그 동에늬 다른 흑인들과 구별하기 위해서
그런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한 사
람이 덮어써야 하는 건 언제나 있는 흔한 일이니까. - p. 229 ]
[ 여러분도 알겠지만,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괴로운 일
이다. 나도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죽을 맛이었다. 이건 아닌데, 생이 이런 건 아닌데, 내
오랜 경험에 비춰보건대 결코 아닌데 하는 생각이 문득 문득 뇌리를 스쳐갔다. - p.
232 ]
[ "모모야, 너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랐어. 넌 어른이 되어서도 딴 사람들과는 다를 거야. 나는 언제
나 그걸 알고 있었다."
"고마워요, 카츠 선생님.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정말이야. 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단다. 너는 언젠가 특별한 사람이 될 거야."
나는 잠시 생각했다.
"그건 어쩌면 내 아버지가 정신병자였기 때문일 거예요."
카츠 선생님은 환자처럼 보일 정도로 안색이 안 좋아졌다.
"그렇지 않아,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다. 넌 너무 어려서 이해를 못 하겠지만......."
"선생님, 내 오랜 경험에 비춰보건대 사람이 무얼 하기에 너무 어린 경우는 절대 없어요."
- p. 2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