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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 플랜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19
스콧 스미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비채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현금 천만원이 들어있는 가방을 주워 경찰서에 가져다 주었다는 이야기를 뉴스에서 본 적이 있다. 과연 주인 없는 돈 천만원을 발견했을 때
나느 망설이지 않고 바로 경찰서로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인가... 궁금했었다. 사실 1, 2만원 정도를 주웠을 때는 주인을 찾아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었다. 사실 그 돈이 있던 없던 큰 차이도 없고, 최근 물가를 고려해 봤을 때 그 돈으로 마음 뿌듯할 만한 쇼핑이나 식사비용을 치를 수
없다는 것도 안다. 다만 이전에 내가 잃어버렸고 찾지 못 했던 돈들에 대한 보상심리라고나 할까... 그 돈들이 어딘가 돌고 돌아 내게 일부라도
돌아왔다는 느낌이 강해서였을 뿐, 어떤 도덕적 의식이나 양심의 가책과는 별개의 일처럼 느껴졌었다.
다만 그 금액이 커질 경우 상황은 바뀐다. 로또가 당첨된 것과는 조금 또 다르다. 일단 돈의 소재를 주위에 어디까지 알릴 것인지... 또
어찌 써야하는지... 요새처럼 무시무시한 첨단 범죄와 치안이 불안한 세상에서 안전하게 그 돈을 가져가고 보관하고 사용할 수 있을런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돈이 범죄 조직의 돈이라서 나중에 해꼬지를 당하게 되지는 않으려는지... 일련 번호가 다 기재되어 있는 은행이나 기업의
공금이라던지... 어쩌면 애초에 일어나지 않는 것이 더 나았을 수도 있는 문제가 되어 버린다. 아마 천만원을 경찰서로 가져단 준 사람도 그런
마음이 어느 정도는 있지 않았을까?
행크는 자신의 삶이 보다 더 윤택해지고 꿈꾸던 삶이 완성되고 늘 포기하고 단념하는 것에 익숙해진 와이프의 소망들을 이루어 줄 핑크빛 꿈에
빠져버렸다. 초기에 잠깐 사로잡혔던 도덕적이고 양심적인 시민의식 따위는 어쩌면 함께 돈을 발견한 이가 늘 무시하고 패배자라고 경멸했던 형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 하찮은 존재인 형보다 자신은 현명하고 의식있는 자라고 확신하고 살아왔었기 때문에 형과 형의 친구의 어설프고 무모한
욕망에 휩싸임으로써 같은 수준으로 떨어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나의 거짓말은 더 크고 많은 거짓말을 하게 만든다. 처음엔 단지 임기응변식으로 내뱉은 거짓말이었더라도 후에 그 근거를 대고 자신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다양한 거짓말을 추가적으로 꾸며내게 마련이다. 거짓말들에 둘러 싸여 지쳐갈 때면 스스로를 속이며 이것이 최선이었노라고
자기 세뇌를 시작한다. 이 작품에서는 그것이 거짓말의 범주를 벗어나 살인에까지 이르렀고, 살인은 살인을 불러들였다.
이 작품에서는 범죄가 일어나고 사건을 조사하고 진실이 밝혀지는 그런 루트를 따르지 않는다. 여기엔 단지 사건과 그 사건이 일어나게 된
정황, 그리고 범인, 즉 가해자만이 존재한다. 일이 복잡해 질수록 행크는 다양한 변모를 하게 되지만 소설은 그의 심리 묘사에만 초점을 맞추지는
않는다. 최대한 사건, 사실 위주로 묘사를 하고 이야기를 진행시키며 스스로 놓은 덫에 말려가는 인물의 상황을 그려낼 뿐이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작가는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책이 후반부로 넘어갈 수록 행크가 지닌 마음의 짐이, 그 무게가 나를 짓누르고
불안하게 만들어 책을 읽는다는 행위 자체를 불편하게 만들어 빨리 해방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래서인가... 이 작품에 대한
칭찬을 참 많이 들었었고 본인도 좋은 작품이라 생각하지만 선뜻 권하지는 못 하겠다.
["돈 때문에 죽인 게 아니에요. 잡히지 않으려고 죽였어요."
여자는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하는 말을 못 알아듣고 있었다.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자기 영혼을판 사람 같은 겁니다. 나쁜 짓 하나를 했는데, 그것 때문에 더 나쁜 일이 일어나고, 그렇게 계속
불어나고 불어나죠. 그래서 결국 여기까지 왔습니다. 여기가 밑바닥입니다."
나는 마셰트로 계산원을 가리켰다.
"이게 가장 나쁜 일입니다. 더는 나빶ㄹ 수 없어요." - p. 509 ~ 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