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폐수사 미도리의 책장 8
곤노 빈 지음, 이기웅 옮김 / 시작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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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모래시계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요새 애들은 모르려나... 박상원이 분한 강우석 검사가 검찰청 발령 초반에 큰 죄를 짓지 않은 이를 방면시키고, 형량이 무거운 이의 죄를 감하여 주는 등의 일을 해 나가자 부장검사 역을 맡았던 조경환씨가 말했다. 그건 변호사의 일이라고, 강우석씨는 검사라고... 뭔가 착각하는 것이 아니냐고... 그 말에 강우석 검사는 이렇게 답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저는 배운 대로 하고 있는 것 뿐입니다."

검사는 흔히 피고인의 잘못을 들춰내고 무거운 형벌을 구형하는 이로 묘사되곤 한다. 그러나 헌법에 검사는 그런 일을 해야 한다고 적혀 있지는 않을 것이다. 법조인의 규정에도 검사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인처럼 굴라고 되어 있지도 않을 것이다. 아무리 지위와 돈만 밝히는 의사라도 초기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외웠을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다만 상황이, 세월이, 성격이, 주위 사람들이... 이렇게 저렇게 변하고 변화시켰을 것이다.

 

류자키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최선의 선택을 한다. 자신의 위치에서 해야할 일, 지켜야 할 것을 철저히 인지하고 실천한다. 자신의 의지가, 잣대가 분명한 만큼 그렇지 않은 다른 이들에 대해 의아해하고 이해하지 못 한다. 류자키의 아내, 자식들, 주위 동료들은 그를 꽉 막히고 답답하며 이상주의자에 철 없는 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삶의 중심이 분명한 인물인지라 위기 상황에서도 그다지 흔들림이 없다.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확실히 알기 때문이다. 류자키같은 인물을 청렴결백이라고 하기엔 뭔가 맞지 않는다. 주위의 평가처럼 그는 꽉 막혀 있다고 하는 편이 더 맞다. 아들이 친 사건을 처리할 때에도 가장 위험이 적고 피해를 최소화 할 방법을 찾았고, 자신의 의무와 권리에 맞는 선택을 하는 것 뿐이다. 어떤 면이든지 한결같다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하다. 류자키의 그런 면이 아들의 실수가 가족의 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은 것이 분명하다.

 

일반적인 범죄소설, 경찰소설과는 조금 다르다. 특집 미니시리즈라기 보다는 일일드라마 같다. 어두운 표지와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와는 조금 다르게 나름 긍정적이고 따뜻한 이야기이다. 류자키와 소꿉친구 이타미의 다른 이야기도 궁금하고 작은 변화를 겪은 류자키 가족의 뒷이야기도 궁금하다. 괜찮은 후배 다니히코와의 재회가 이뤄질까 궁금하기도 하다. 장르소설류 중에서도 경찰이 주인공인 작품들과는 영 궁합이 좋지 않았었는데 2권을 꼭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안타까워도 참아야 하는 때가 있다. 그게 인생이다. - p.2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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