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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장 ㅣ 미쓰다 신조 작가 시리즈 3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믿고 보는 미쓰다 신조의 작품이다. 역시 이번에도 외딴 시골 마을, 오래된 유력 가문의 기묘한 관습과 인물들, 집안과 마을 전체에 퍼져있는 비밀스러운 분위기, 타지에서 온 이방인이며 관계자인 주인공이 등장한다. 비슷한 스타일의 작품을 계속 펴내면서도 늘 새로운 재미를 주는 것은 미쓰다 신조의 장점이다. 사실 이런 류의 작품을 보다보면 일본의 명절이나 풍습을 비롯한 의상, 가옥, 심지어 방을 장식하는 물건이나 가재도구 등의 이름에까지 흥미를 느끼게 되고 기억하게 된다. 굳이 암기하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견문을 넓히는 데에 도움이 되고 사실 그 덕에 일본 역사와 문화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관련 정보들을 찾아보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사관장"은 독자에게 확실한 정보나 명확한 팁을 주지 않는, 불친절하다고 할 수 있는 책이다. 햐쿠미 가에 씌인 업이 무엇인지, 잃어버린 '나'의 기억은 어떤 것인지, 그토록 두려운 존재인 '그것'의 정체가 당췌 뭔지 알려주지 않는다. 어린 '나'의 시선으로 본 소소한 일들과 주워들은 이야기, 일부의 목격담, 그 때 당시 가졌던 감정들에 대한 설명만으로 책은 채워져 있다. 그런데도 답답하다거나 지루하지 않으니 참 대단하다. 물론 이 책 자체가 "백사당"과 함께 쓰여진 메타 구조인지라 결정적인 정보들은 전부 배제되었겠지만, 책의 전반부에 등장하는 '나'의 나이가 어린 것도 이런 불친절함에 대해 납득할 만한 이유가 되더라. 사실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존재에 대해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그것이 일으키는 현상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하며 그것이 끌어들이는 다양한 감정들을 객관적으로 풀어낸다는 것은 사실 어불성설이다. 설명할 수 없고 이해가 되지 않기에 더 두렵고 피하고 싶지만 따를 수 밖에 없는 것, 모든 괴담이 갖는 공통된 바탕일 것이다.
내 기억에 어린 시절 보았던 전설의 고향이나 우리나라의 전래동화에서는 권선징악이 대부분의 주제였다. 즉, 누군가로 하여금 원한을 품게 하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귀신이나 도깨비, 이상 현상 등은 한이 많은 고인이나 짐승 등이 저 세상으로 가지 못하고 억울한 과거에 대해 복수를 하거나 미처 마치지 못한 일에 대한 마무리를 원해서 등장하게 된다. 그들은 혹은 그것들은 누군가 선하고 용기 있는 이의 도움으로 원한을 갚거나 오해를 풀고 이승에서 사라진다. 그런데 그간 접해온 일본의 괴담들은 한국의 것과는 조금 다른 모양새를 갖고 있는 것 같다.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소설, 영화, 만화 등을 본 것은 아니다만 과거로부터 오래도록 전승되어 온 악습의 결과가 마침내 드러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국토나 종교의 특성상 다양한 민간 설화나 세습된 풍속 등이 존재하기도 하고 타인에게 폐를 끼칠까 두려워 말을 아끼고 속내를 감추는 민족적 성향도 한 몫 했다고 본다.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 시대, 그 문화 속에서 살아오지 않은 외부인의 시각으로 결코 공평하게 판단할 수는 없을테니까. 그덕에 오늘날 재미난 이야기들을 듬뿍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리뷰를 쓰다보면 그 책의 줄거리나 캐릭터, 문장 등에 대해서만 쓰는 게 맞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이미 많이 써내려간 글을 지워야하나 망설일 때가 있다. 그렇지만 해당 책을 읽으면서 내가 떠올렸던 것들에 대해서도 기록하여 남겨두는 게 나한테는 더 맞는 일인 거 같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작가의 기막힌 문장과 참신한 아이디어, 매력적인 주인공과 맞닥뜨리는 것이 전부만은 아니라고 본다. 그 책의 페이지를 넘기면서 맡은 종이냄새에서부터 읽는 와중에 문득 떠오른 다양한 감정들, 심지어 냄비받침이 보이지 않아 순간적으로 프라이팬 바닥에 깔려 눌어붙은 표지에 이르기까지(실제로 이런 적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 책은 소중하니까요~) 모두 그 책이 내게 준 경험의 총체라고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는 리뷰를 적을 때 좀 더 당당히 써야겠다. 자, 이제 내게 "백사당"을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