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학 탐정 1]

13의 저주 ㅣ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8
미쓰다 신조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5년 1월

만약 작가가 미쓰다 신조가 아니었다면 이 책에 대한 평가는 좀 더 후했을 것이다. 미쓰다 신조가 구축해놓은 작품세계가 워낙 견고하다보니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게 아닐까. 주인공인 쓰루야 슌이치로는 죽음의 그림자를 본다. 아니, '죽음' 그 자체를 본다고 말해야 하나. 시리즈로 나올테니 쓰루야 슌이치로의 능력과 과거는 편마다 조금씩 소개될 것이고, 이번 책에서는 탐정으로서 첫 의뢰를 해결한다. 약혼자의 죽음이 석연치 않아 찾아온 여자에게 죽음의 징후를 느끼고 의뢰를 수락하여 문제의 저택으로 간 탐정이, 일련의 사건사고들을 살피다가 단서를 잡고 범인을 알아낸다는 클리셰적인 구조다. 지금껏 보아온 미쓰다 신조의 작품처럼 복잡하고 꼬일대로 꼬이고 책에서 악의 기운이 쏟아져 나올 것 같은 스타일은 아니다. 정말 가볍게 휙휙 읽고 넘어갈 수 있는 이야기다.

미쓰다 신조가 탐정을, 그것도 죽음의 징후를 알아보는 탐정을 그려내는 것은 작품 내에 호러스런 분위기는 유지하면서 시간적인 배경을 현대로,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으로 바꾸기 위한 시도일 거라 짐작된다. 지금껏 작가가 강점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평가도 좋았던 작품들은 대개 외부와 단절된 외진 시골 마을의 대대로 내려오는 마을 유지 가문에 얽힌 비극과 관습 등에서 출발하곤 했다. 그런 작품들이 여럿 나오다보니 아무래도 소재나 묘사, 표현의 한계가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야겠다. 그래서 미쓰다 신조도 작품의 영역을 넓히려고 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 것이다. 인정받는 확고한 분야가 있는데 거기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려는 시도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름이 상당히 알려진 작가로서는 꽤 위험한 시도가 될 터인데. 잘 되어봤자 본전치기이니 말이다. 미쓰다 신조의 작품치곤 다소 가벼운 느낌이 들긴 한다만 다음 편을 봐야 이것이 작가의 의도인지 실수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현대물로 넘어오면서도 미쓰다 신조가 자신의 장점과 주 관심사를 배제하지 않고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은 강하게 든다. 조심스럽게 2권을 기다려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