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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 서른 살 빈털터리 대학원생을 메이지대 교수로 만든 공부법 25
사이토 다카시 지음, 김효진 옮김 / 걷는나무 / 2015년 6월
평점 :
책 읽으면 좋다는 말이야 어릴 적부터 대다수의 사람들이 들어왔을 터이지만, 그게 왜 좋냐, 어떻게 좋냐고 물어보면... 그게 참 좋은데,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네,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말문이 막힐 때 이 책의 내용을 기억했다가 얘기해주면 가뜩이나 빈곤한 독서인구를 늘리는데 쪼끔이나마 보탬이 될 듯 하다.
전에 다니던 회사 대표님은 매일 아침 회원사들에게 메일을 발송했다. 예전에 유행했던 고도원의 아침편지 같은 스타일로, 좋은 영상에, 감미로운 BGM을 깔고 그럴듯한 이야기를 담은 메일을 회원사 관리 차원에서 매일매일 발송하는데, 그걸 제작하는 대리가 죽을만치 힘들어했다. 말인즉슨 평생을 공순이 마인드로 살아와서 이런 쪽에 취미도 없고 아이디어도 없고 재능도 없단다. 몇몇 카페 등에 올라와 있는 좋은 글들을 복사해서 영상 메일을 발송하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매일 새로운 글을 써낸다는 것이 그녀에겐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그녀는 대표님께 매일 혼나고 야근을 했다. 보다못해 몇번 도움을 주기도 했었는데, 한번은 그녀가 내게 어찌하면 글을 잘 쓰느냐고 묻더라. 난 책을 많이 읽으라 했고 그녀는 웃었다. 그녀는 내가 너무 기본적이고 형식적인 대답을 했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내가 물론 책을 엄청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어린 시절부터 책을 손에서 놓은 적은 없었다. 한글을 깨친 후부터 지금까지 그 대상이 만화이든, 소설이든, 경영서든 뭔가를 항상 읽고 있었다. 행사에 초청되는 VIP들 원고들, 회사 리플렛에 들어가는 회장님, 고문님들 인사말, 회원사 대표 대신 쓰는 글들을 큰 무리없이, 겹치지 않게 써내려가는 나를 보며 그녀는 너무너무 신기해 했다. 그러면서 또 묻는다. 어찌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는지. 책을 읽으라는 내 말이 그녀에겐 정답이 아닌가보다. 물론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세상 어떤 일이 하루아침에 답이 나오지? 토익을 보더라도 최소 몇개월에서 몇년까지 공부를 해야하고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긴 시간동안 식이조절과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글 쓰는 기능 업로드 하는 인체공학기술이라도 바라는 건가?
이 책은 독서를 멀리하고 귀찮아하고 어려워하는 이들을 상대로 설득력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최근 오래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옮겨야하는 상황이 된 지인에게 출근 후 두어장씩만 읽으라고 건네줬더니 의외로 쭉쭉 읽어나가고 있다. 물어보니 자신의 상황에 맞는 이야기가 많다며 좋은 책이라 하더라. 아, 짜릿한 쾌감이 몰려왔다. 그 어떤 위로나 충고도 소용없던 이에게 이런 반응을 끌어낼 수 있다니. 이 책을 다 읽고 난 다음 그 사람이 어떤 책을 집어들지 궁금해 죽겠다.
내 경우엔 흥미가 가는 책부터 읽고 남들이 좋다고 하는 책도 내겐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가 특히 맘에 들었다. 노벨상이니 퓰리처상이니 받음 뭐하냐, 내 취향이 아닌데. 무수히 쏟아지는 책들, 평생을 투자해도 다 못 보고 죽을텐데 당당하게 보고 싶은 책 봐야겠다.
생각해 보라. 처음에 어떤 일을 시작할 때는 작은 일에도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 어떤 수순으로 일을 해결해야 할지 아는 게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수를 연발하면서도 2~3년을 버티다 보면 경험이 쌓이면서 적응법을 찾게 되고 심지어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긴다. 자연히 더 어려운 일도 수월하게 넘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슬프게도 세상은 갈수록 각박해지고 다양한 경험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는 자꾸만 줄어들고 있다. 실패하든 성공하든 이런저런 경험을 해 봐야 나름대로 인생을 살아갈 내공과 지혜가 쌓이는 데 말이다. 앞으로 살아갈 인생이 많이 남은 젊은 사람일수록 더 많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상은 점점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고, 그만큼 후회하지 않을 결정을 내리는 것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경험과 지혜가 부족하다면 평소에 지혜로운 사람들이 걸어온 길을 따라 걷는 독서를 부지런히 해 두어야 한다. 그렇게 독서가 쌓일수록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제대로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은 차차 사라지고 후외 없는 인생을 살 확률은 높아질 것이다. - p. 59~60
인간의 '생각'은 머릿속에서 언어로 치환된다. 언어로 표현되지 못하는 생각은 아무 의미가 없다.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즉 개개인의 생각의 깊이를 결정하는 것은 그 사람의 어휘와 문장 구성 능력에 달렸다. 어휘가 부족하면 생각을 풍부하게 할 수 없고, 앞뒤 논리가 맞게 구성할 수 없으면 맥락을 잃고 깊게 생각할 수 없다.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구체적이고 정확한 언어로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은 거꾸로 말하면 그 일에 대해 아는 것이 많고 깊이 생각했다는 뜻이다. 그러니 무슨 일을 해도 좋은 결과를 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보고서를 쓸 때마다 상사의 지적을 많이 받는 사람, 아이디어는 많은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인 사람일수록 의식적으로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떤 논지로 글을 써야 할지 어렴풋이 알겠는데 입에서 단어가 뱅뱅 맴돌고 형편없는 문장이 나오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면 특히 그렇다. 책을 읽어야 내가 습과적으로 사용하는 어휘를 확장시킬 수 있고 저자들이 추상적인 생각을 구체적이되 간결하게 표현한 방식을 보며 익힐 수 있다. - p. 96~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