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드롬 E 샤르코 & 엔벨 시리즈
프랑크 틸리에 지음, 박민정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서 등장하는 사이코패스의 대부분은 어린 시절 불행한 시기를 보낸다.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 하는 건 물론이고 다양한 학대까지 받게 된다. 유년 시절의 공포와 상처, 외로움은 한 인간을 삐뚤어지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다만 그 이유만으로 폭력과 피를 갈망하고 타인의 고통을 즐기며 본인의 충동을 제어하지 못 하는 수준에 이르는 것인지는 사실 알 수 없다. 사람을 그 지경에 이르게 하려면 뭔가 좀 더 강력한 작용이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질문을 많은 이들이 했을 것이다. 그 질문에 프랑크 틸리에는 좀 색다른 답을 내놓았다.


소재들은 익숙하다. 영상 뒤에 숨겨진 이미지들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라든지, 뇌의 한 부분을 자극하여 사람의 감정 변화나 특정 행동을 유발하게 한다든지 하는 것은 딱히 놀랄만한 소재는 아니다. 특정 영상이 사람에게 감정적, 물리적 변화를 유발하게끔 자극을 주는 것은 그 유명한 "링" 이후로 꽤 여러 곳에서 다루어졌고, 뇌에 대한 자극을 다루는 것도, 지금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 밖에는 생각이 안 나지만, 꽤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확히 어떤 책, 어떤 영화인지 잘 기억은 못 하겠지만 프랑크 틸리에는 이 소재들로 새로운 악의 근원과 전파에 대해 이야기 한다.


샤르코의 불안정한 정신 상태나 뤼시의 결핍감 혹은 동반자에 대한 갈망 등이 사람의 행동에 미치는 뇌의 영향과 전파력에 대해 설명하고자 하는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잘 어우러져 들어간다. 그렇지만 로맨스를 굳이 넣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작가가 둘을 맺어주려는 의도는 처음부터 빤히 보인다. 사랑으로 모든 게 치유된다는 풍의 마무리는 시종 진지하게 이끌온 책의 분위기와 다소 상반되고 억지스럽다. 동류는 서로를 알아보는 법이라고, 그 둘이 서로에게 뭔가 끌리는 건 이해한다해도 굳이 이 작품에 로맨스를 집어 넣지는 않았어도 될텐데... 싶다. 근데 사실 이런 경우, 둘이 행복하게 잘 살았어요 식으로 마무리 되는 건 별로 보지 못했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불길한 조짐이 한껏 드러나는데, 일단 2권으로 어찌 이어지려는지 좀 더 기다려 봐야겠다.


미스터리 스릴러 작가들 대부분이 여러 단서와 다양한 방법을 끌어들여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 집중한다면, 프랑스 작가들은 사건 그 자체보다 그것을 지배하는 폭력과 악으로 규정되는 근원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프랑스 작가의 책들을 많이 접해본 것은 아니지만, 지금껏 읽어본 그들의 책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키워드이다. 실로 단순해 보이는 사건 뒤에 숨겨져 있는 큰 음모나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날 때의 쾌감이나 새로운 과학수사기법이나 프로파일링, 심리적 묘사 등을 통해 범인과 밀고 당기기를 하는 박진감 넘치는 전개 등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재미인 건 분명하다. 그렇지만 프랑스 작가들이 그려내는 폭력과 피, 악에 대한 그들의 세계를 들여다볼 때면 나 역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다양한 나라, 문화권 작가들의 책을 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기분좋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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