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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포수 이야기 ㅣ 낭만픽션 2
구마가이 다쓰야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북스피어 낭만픽션 두번째 이야기이다. [천지명찰]보다 훨씬 재미나게 읽었다. 책 두께 덕에 들고다니며 보는 동안 어깨며, 손목이며 고생 좀 시켰지만 다 읽고 나서는 뿌듯하다.
[어느 포수 이야기]는 '마타기'라 칭해지는 사냥꾼 이야기다. 수렵과 채취의 시대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때의 그 '수렵'이다. 사냥을 해서 짐승을 잡고, 그 고기와 모피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생활비를 구하고 가족을 부양하는 땀냄새나는 남자들의 이야기가 찐하게 그려진다.
그 시대와 세상이 돌아가는 모양새와는 별도로, 피가 끓어 그 일을 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의 열기와 에너지는 대단하다. 단지 종이 위에 적힌 텍스트를 눈으로 읽을 뿐인데도 살아숨쉬는 듯한, 펄떡이는 생명력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출판사의 소개 문구엔 남자가 어떤 동물인지 알 수 있을 거라고 하는데, 그건 잘 모르겠다. 다만 인간의 법도 그 위에 자리한 자연의 법도를 따르고, 온 몸을 던져야만 할 수 있는 일에 매진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어떠한지는 알 수 있다. 혹은 험난한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강한 생명력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주인공인 도미지를 비롯해서 후메이, 이쿠, 다른 마타기들, 약장수 등등 모두들 고개를 들고 허리를 쭉 펴고 어깨를 반듯이 하고 자신의 앞을 똑바로 바라보며 살아가는, 강인한 정신의 소유자들이다. 때문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도, 배경이 바뀌고 세월이 흘러도 이야기의 흐름은 결코 늘어지지 않는다. 줄다리기에서 상대편과 이쪽의 힘이 균일하게 당겨져서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대치된 그런 분위기가 읽는 내내 느껴진다. 기분 좋은 긴장감과 흥분이 가득한 세상, 다 읽고 난 뒤에는 개운한 청량감 마저 느낄 수 있다. 아, 잘~ 읽었다.
아니, 애초에 엄동설한에 갓산을 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철마다 수행을 위해 산을 오르는 슈겐도 수행자들도 이 계절에는 등반을 포기한다.
감히 그 산에 오르는 것은 이 세 사람이 아니에서 온 원정 마타기라는 것 말고는 아무 이유가 없었다.
이토록 엄혹한 겨울산은 오로지 마타기의 몫이다.
산에서 살아남는 능력이 월등한 짐승도 이 계절만큼은 인간의 의지를 이기지 못한다. 모피도 없고 태어난 모습 그대로는 단 하루도 살아남지 못하는 인간이기에 도리어 해낼 수 있는 것이다. 같은 동물로서 자신의 약점을 너무나 잘 아는 마타기들이 유일하게 동물의 왕좌가 될 수 있는 철이기도 하다. - p. 60~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