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메리의 아기 밀리언셀러 클럽 57
아이라 레빈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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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최고의 공포소설을 읽어버렸다. 침대맡에 올려둔 지 꽤 되었는데 어쩐지 자꾸 미루게 되더라. 읽으면서 참 좋았지만 다 읽고 나니 아쉽다. 마지막 페이지가 궁금하면서도 남은 페이지 분량이 줄어드니 그렇게 안타까울 수가 없더라. 아... 참 재미있었다.


악마숭배, 사탄의 자식, 마법의 주술 등 오컬트적인 요소들이 가득하며 1967년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촌스럽거나 오래된 느낌이 들지 않는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책의 모든 장면들과 대사들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로즈메리의 외모나 가이의 가식적인 연기, 악마 의식, 아기의 모습 등이 머리 속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더라. 뭐 비스무레한 내용의 영화들을 본 탓도 있겠지만 작가의 생동감있는 문체와 훌륭한 번역 덕이 아닐런지.


다 읽고 난 후에야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악마의 씨'가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란 것을 알았다. 만삭이던 감독의 아내가 이 책의 숭배자들로부터 살해되었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맹목적인 믿음과 종교적 광기, 집단의 잔혹함 등이 책과는 또다른, 새로운 공포로 다가왔다. 일부 종교들의 결코 일반적이지 않은 행위들로 인한 사회적 파장이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문제시 된 적이 여러번 있었던지라 책 속의 이야기일 뿐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되려 그런 부분에서 더욱 소름이 돋더라. 유독 무더웠던 오늘, 에어컨 바람이 새삼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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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봤어? - 내일을 바꾸기 위해 오늘 꼭 알아야 할 우리 시대의 지식
노회찬.유시민.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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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팍팍하고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며 한탄은 할지언정 정치/사회 분야의 이슈에 귀 기울이는 일은 쉽지 않다. 뭔가 잘못된 것이라는 건 알 것 같은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고, 조금 관심이 생겨도 어디서부터 알아봐야 회식 자리 부장님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내 목소리 보탤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놈의 나라는 틀렸어, 하는 사람치고 문제점들만 지적하지 뭘 어찌 바꿔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국민들이 뭘 해야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다. 여기저기 둘러봐도 불평불만 뿐이다.


정치적 성향이나 특정 인물에 대한 호불호는 둘째치고 일단 좀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세 분이 팟캐스트에서 나눈 이야기를 그대로 책으로 옮긴 것이라 가독성도 높고 이해도 역시 높다. 주제별로 나뉘어져 있고 분량도 많지 않아 한 챕터씩 읽기에도 좋다. 정확히 알지 못했던 사회 전반의 이슈들에 대한 설명이 있고, 주고 받는 의견들도 나온다. 이 책의 강점은 그 분들의 생각을 전달하는 데에서 끝나지 않고 독자로 하여금 나는 그동안 어찌 받아들이고 어떤 생각을 해왔는지 떠올려보게 한다.


뭐가 나쁜지도 모르고 욕하지 말고, 잘 한 게 뭔지도 모르고 편들지 말아야 한다. 잘못한 것은 확실하고 철저하게 사과를 하고 반성해야 하며 어찌해야 반복되지 않을지 곰곰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변해도 돌아오는 혜택은 적고, 혹 있다 하더라도 후대나 누릴까 싶어 시도조차 않하는 것인가. 알다시피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사람이 바뀌면 결과도 금방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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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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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여사의 에도 시리즈 중 한권이다. 아마 이 시리즈 중 제일 얇은 책이 아닐까. 최근 이래저래 신경쓰이는 일들이 많아 독서에 집중을 못 하고 있는데, 오며가며 가볍게 읽기 좋았다.


혼조 후카가와에 전해지는 일곱가지 불가사의를 에피소드별로 나눠 이야기하고 있는데, 간담 서늘해지는 무서움이나 피칠갑의 섬뜩함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것이다. 이 책은 미미여사의 다른 책들이 그러하듯 특유의 따뜻하고 토닥토닥 두들겨 주는 듯한 재미가 여전하다. 특히 '배웅하는 등롱'과 '두고 가 해자'가 기억에 남는다. 전자의 경우 전해지지 않은 사모의 마음이 애틋하게 느껴져 그랬고, 후자의 에피소드에서는 종일 낚아올린 생선을 망에 가득 넣어 돌아가는 어부의 등 뒤에 두고가~ 라고 한다는 괴이한 존재가 너무 귀엽고 웃겨서 그렇다.


분명 여기에도 복잡다난한 인간사가 등장하고 죽는 사람이 생기며 마음 아픈 이가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내내 희한하게 위로받는 느낌이 든다. 대게 명상음악이나 매운 음식, 자기계발서 혹은 시원한 맥주 한잔에서 정신적 힐링을 찾게 마련인데 나는 미스터리 소설을 읽으며 위안을 받고 있다. 그럼 나는 비정상인가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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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찍을 쥔 오른손 동서 미스터리 북스 151
딕 프랜시스 지음, 허문순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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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배경의 하드보일드이다.  하드보일드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배경이 영국이다보니 절제미가 살아있어 볼 만 했다. 일반적으로 책을 학습의 도구라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은 장르소설을 무시하는 경향이 강한데 얼마나 많은 실제적인 지식과 정보, 지혜, 다양한 인간상에 대해 배울 수 있는지 안다면 놀랄 것이다.


이 책의 경우 경마가 소재로 등장한다. 경마라는 세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과 조직들, 이권을 둘러싼 다툼들을 볼 수 있으며 스포츠 세계에 있을 수 있게 마련인 올곧은 정신과 영국 특유의 매너있고 신사적인 분위기까지 함께한다. 심지어 악당들마저 뒤끝없이 마무리가 깔끔하다. 주인공인 시드 역시 잘나가는 기수였다가 왼손을 잃은 후 탐정 생활을 하면서도 결코 비굴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타인들의 눈 앞에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절대 보이려 하지 않고 어떤 위협이나 두려움에도 꼬리내리고 도망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가 고통에 초연하거나 가시 돋힌 말에 상처받지 않는 게 아니다. 하드보일드계에선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이지만 전직 스포츠맨인데도 융통성 없이 뻣뻣하기 보다는 부드럽고 유연한 멋을 가진 남자다.


시드가 부탁받고 의뢰받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조사를 벌이는 모습은 다소 고전적이다. 아는 인맥을 이용하여 뒷소문을 알아내고 한밤중에 남의 사무실에 잠입하여 서랍을 뒤지기도 한다. 납치와 고문을 당하는 과정 역시 투박하고 거칠며 직선적이지만, 되려 그 덕에 오래 전에 쓰인 책인데도 불구하고 낡은 수법이라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개인적인 취향에 잘 맞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가독성도 높은 편이고 새로운 스타일의 하드보일드를 만나게 되어 괜찮은 수확을 거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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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 - 다르거나, 튀거나, 어쨌거나
김홍민 지음 / 어크로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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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내 지인에게는 북스피어에 대한 설명할 수 없는 애정이 있다. 마포 김사장님과 치킨에 맥주 마시는 사이도 아니고, 같이 뭔가 일로 엮여본 기억도 없고, 밥벌이가 바쁘다보니 독자이벤트에 참여해 본 추억도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북스피어 블로그에 출근 도장 찍듯 매일 아침저녁으로 새글이 올라왔나 들여다보고 신간 나왔으면 얼른 결제하고 지역도서관에도 한 권 신청한다. 이유가 뭘까... 왜 난 김사장님에게 조련(?) 당하고 있나 ㅋㅋㅋ


책값으로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붓고 집안 곳곳에 책더미를 쌓아올리는 동안의 기억을 돌아보면 뭔가 다른 부분이 확실히 있긴 하다. 내가 책을 산 후엔 보통, 나 ** (책 제목)샀어, 라고 말을 한다. 그런데 북스피어의 책을 산 경우에는 북스피어 신간 샀다고 말을 하더라. 북스피어 책은 거진 다 샀으니 굳이 이름을 말하지 않고 신간 샀다고 하게 되는 것이다. 듣는 지인 역시 마찬가지다. 북스피어 신간 읽었어? 라고 묻는다. 뭐랄까... 어제 저녁에 엄마가 거실 쇼파 바꾼다고 한 거 들었어? 같은 느낌이다. 언제부터 난 북스피어랑 친해진걸까...(것도 나 혼자 친한 척 ^^;)


북스피어의 힘은 독자로 하여금 책을 만드는 과정에 자신이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판권 계약을 하고 번역을 맡기고 교정을 보고 출간 이벤트에 동참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알려주고 껴주기 때문에 독자들은 내가 만든 책이 세상에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마련이다. 김사장님이 블로그에 적는 글들은 파워블로그가 적는 홍보용 글과는 좀 다르다. 인기 연예인의 일상을 보여주는 인스타그램을 들여다 보는 것처럼 북스피어가 돌아가는 상황을 블로그를 통해 들여다 볼 수 있다. 특히 김사장님 특유의 말을 거는 듯한 편한 문체가 친한 친구랑 채팅하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 일으킨다. 모두가 소중한 독자라 하지만 나 하나가 유독 특별한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댓글까지 말이다. 그러다보니 정이 들고 남 같지가 않고, 내 출판사 같아 신경이 쓰인다. 어쩌겠나, 자고로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죄인이라는데 ㅋㅋㅋ


책 이야기로 돌아가서... 마케팅이라고 명시된 부서에 근무하지 않더라도 모든 업종과 업무가 사실 마케팅과 무관하지 않다. 눈에 띄어야 하고, 관심을 받아야 하고, 뭔가 얻어내야 하는 건 공통적이기 때문이다. 참신한 아이디어니 획기적인 기획이니 말은 거창하지만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데 사방에 마케팅 관련 책, 강연, 방법론 등은 아직도 죽어라 쏟아져 나온다. 김사장님도 말씀하셨지만 이 책은 출판 마케팅에 관한 책이 아니다. 좋게 말하면 출판사와 독자간의 소통과 교류의 역사이고, 쉽게 말하면 김사장님과 독자간의 밀당 이야기다. 김사장님은 북스피어를 통해 재미있는 책을 내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나보다. 책 만드는 과정 뿐만 아니라 판매하는 과정까지도 재미지게 하려고 애쓴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했던가. 김사장님이야말로 정말 즐기는 자가 아닌가 싶다. 누가 이기겠나. 무수한 독자들이 다 넘어갔다. 앞으로도 더 넘어가겠지만, 다들 기쁘게 당할 것이다. 김사장님이 벌이는 온갖 이벤트에 독자들이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온라인 상에서만 오고갔던 대화, 댓글로만 전달되던 공감과 소통을 증명할 기회가 생기자 독자들이 죽어라 달려드는 것일게다. 드디어 내 사랑을 보여줄 기회를 잡았다며. 이토록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으니 김사장님께는 애인이 안 생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


음, 시작할 땐 냉정하고 객관적인 자세로 책 리뷰를 쓰려고 했는데... 고백편지가 된 듯 하다 ㅋㅋㅋ

할 수 없지, 여기 죄인 하나 추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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