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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 - 다르거나, 튀거나, 어쨌거나
김홍민 지음 / 어크로스 / 2015년 6월
평점 :
나와 내 지인에게는 북스피어에 대한 설명할 수 없는 애정이 있다. 마포 김사장님과 치킨에 맥주 마시는 사이도 아니고, 같이 뭔가 일로 엮여본 기억도 없고, 밥벌이가 바쁘다보니 독자이벤트에 참여해 본 추억도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북스피어 블로그에 출근 도장 찍듯 매일 아침저녁으로 새글이 올라왔나 들여다보고 신간 나왔으면 얼른 결제하고 지역도서관에도 한 권 신청한다. 이유가 뭘까... 왜 난 김사장님에게 조련(?) 당하고 있나 ㅋㅋㅋ
책값으로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붓고 집안 곳곳에 책더미를 쌓아올리는 동안의 기억을 돌아보면 뭔가 다른 부분이 확실히 있긴 하다. 내가 책을 산 후엔 보통, 나 ** (책 제목)샀어, 라고 말을 한다. 그런데 북스피어의 책을 산 경우에는 북스피어 신간 샀다고 말을 하더라. 북스피어 책은 거진 다 샀으니 굳이 이름을 말하지 않고 신간 샀다고 하게 되는 것이다. 듣는 지인 역시 마찬가지다. 북스피어 신간 읽었어? 라고 묻는다. 뭐랄까... 어제 저녁에 엄마가 거실 쇼파 바꾼다고 한 거 들었어? 같은 느낌이다. 언제부터 난 북스피어랑 친해진걸까...(것도 나 혼자 친한 척 ^^;)
북스피어의 힘은 독자로 하여금 책을 만드는 과정에 자신이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판권 계약을 하고 번역을 맡기고 교정을 보고 출간 이벤트에 동참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알려주고 껴주기 때문에 독자들은 내가 만든 책이 세상에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마련이다. 김사장님이 블로그에 적는 글들은 파워블로그가 적는 홍보용 글과는 좀 다르다. 인기 연예인의 일상을 보여주는 인스타그램을 들여다 보는 것처럼 북스피어가 돌아가는 상황을 블로그를 통해 들여다 볼 수 있다. 특히 김사장님 특유의 말을 거는 듯한 편한 문체가 친한 친구랑 채팅하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 일으킨다. 모두가 소중한 독자라 하지만 나 하나가 유독 특별한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댓글까지 말이다. 그러다보니 정이 들고 남 같지가 않고, 내 출판사 같아 신경이 쓰인다. 어쩌겠나, 자고로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죄인이라는데 ㅋㅋㅋ
책 이야기로 돌아가서... 마케팅이라고 명시된 부서에 근무하지 않더라도 모든 업종과 업무가 사실 마케팅과 무관하지 않다. 눈에 띄어야 하고, 관심을 받아야 하고, 뭔가 얻어내야 하는 건 공통적이기 때문이다. 참신한 아이디어니 획기적인 기획이니 말은 거창하지만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데 사방에 마케팅 관련 책, 강연, 방법론 등은 아직도 죽어라 쏟아져 나온다. 김사장님도 말씀하셨지만 이 책은 출판 마케팅에 관한 책이 아니다. 좋게 말하면 출판사와 독자간의 소통과 교류의 역사이고, 쉽게 말하면 김사장님과 독자간의 밀당 이야기다. 김사장님은 북스피어를 통해 재미있는 책을 내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나보다. 책 만드는 과정 뿐만 아니라 판매하는 과정까지도 재미지게 하려고 애쓴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했던가. 김사장님이야말로 정말 즐기는 자가 아닌가 싶다. 누가 이기겠나. 무수한 독자들이 다 넘어갔다. 앞으로도 더 넘어가겠지만, 다들 기쁘게 당할 것이다. 김사장님이 벌이는 온갖 이벤트에 독자들이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온라인 상에서만 오고갔던 대화, 댓글로만 전달되던 공감과 소통을 증명할 기회가 생기자 독자들이 죽어라 달려드는 것일게다. 드디어 내 사랑을 보여줄 기회를 잡았다며. 이토록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으니 김사장님께는 애인이 안 생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
음, 시작할 땐 냉정하고 객관적인 자세로 책 리뷰를 쓰려고 했는데... 고백편지가 된 듯 하다 ㅋㅋㅋ
할 수 없지, 여기 죄인 하나 추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