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공부하는 이유 - 일본 메이지대 괴짜 교수의 인생을 바꾸는 평생 공부법
사이토 다카시 지음, 오근영 옮김 / 걷는나무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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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 다카시의 책들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잔소리 같지 않고 강요하는 듯 들리지 않으면서 뭔가를 전달하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 게다가 꾸준히 다방면으로 관심을 두고 공부를 하는 사람인지라 책도 다양하게 쓰는 편이다. 최근 건강이 많이 안 좋아 고생을 하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어 심란했었다. 그러다 이 책을 보게 됐는데 사이토 다카시 역시 나와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는 내용이 있더라. 꼭 건강에 관련된 문제가 아니더라도 계기가 있으면 사람은 조금 변하게 마련이다. 나 역시 내 삶의 근간이 되는 어떤 액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느껴졌다. 올해 들어 인문학이나 역사 분야에 관심이 자꾸 생기고 그 분야의 책이나 강연 등에 대한 정보를 살펴보게 된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던 게 아닐까 싶다. 막연히 '나'자신을 위한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젠 분명해졌다. 내친 김에 같은 작가의 "공부의 힘"까지 읽어보련다.


 안타깝게도 요즘 사람들은 일단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면 도통 공부를 하지 않는 것 같다. 즉각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공부만 하지, 재밌어서 혹은 호기심이 생겨서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지는 않는다. 그런 건 죽기 전에 여행해야 할 100곳처럼 언젠가 시간이 많을 때 해야 할 목록에 담겨 있는 일일 뿐이다.

 그러나 당장 급한 일에 매달릴수록 삶의 호흡은 얕아질 수밖에 없다. 가쁜 호흡이 심장을 자극해 호흡 곤란을 일으키는 것처럼 삶의 호흡이 얕은 사람들은 작은 스트레스에도 인생이 끝난 것처럼 힘들어한다. 그럴 때는 잠시 멈춰 깊은 숨을 들이쉬며 정상적인 호흡을 되찾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뭔가를 즐기며 배우는 것이 바로 그런 '깊은 호흡'이라고 생각한다. 몸이 신선한 산소를 받아들이며 새로운 활력을 심장에 불어넣듯이, '호흡이 깊은 공부'는 새로운 지식으로 마음의 세포를 재생시켜 지친 마음을 치유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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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의 마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1
미쓰다 신조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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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학 탐정 시리즈 2권이다. 1편보다 좋더라. 미쓰다 신조 특유의 괴기스러운 분위기가 현대물에서도 통한다는 걸 확인했다. 역시 믿고 보는 보람이 있는 작가다. 


사건 이야기가 먼저 진행되고 난 후 탐정 쓰루야가 나오는 방식도 좋았다. 심지어 중반이 넘어가도록 쓰루야가 등장하지 않아 그 존재를 잊어버리고 있었다. 사건의 흐름에 맞아 편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존재이긴 하지만 너무 나대지 않고 탐정으로서의 본분을 다 하는 것 같은 느낌도 주는데다 쓰루야 특유의 성격을 말해주는 것 같기도 해서 이래저래 마음에 드는 등장이었다.


2편은 대학 기숙사에서 벌어지는 괴기 동호회 이야기다. 한번쯤은 들어봤을, 사각형의 방에 5명의 사람들이 각 귀퉁이에 서서 차례로 다음 귀퉁이로 이동하며 고리를 만들어 가는 괴기스러운 이벤트를 벌인다. 실제로 이 게임에 필요한 이는 5명인데 4명이서 진행하다가 다 끝나고 나서야 그 모순을 깨닫게 되고 두려움에 휩싸인다는 버전의 이야기를 들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건 그냥 담력테스트 정도의 장난인 줄 알고 있었는데 하나의 의식이 될 수 있는 성질의 것임은 몰랐다. 예상되다시피 이 괴기동호회의 의식 중 한 명이 죽는 사고가 발생하고 이후로도 사망사건이 계속 발생한다. 과연 범인은 귀신일까, 사람일까.


사상학 탐정 시리즈는 분명 묵직하고 복잡한 느낌은 아니다. 분명 살인을 저질렀으니 선한 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작가의 이전 시리즈인 ~하는 것 시리즈의 악인들보다 순해뵈는 듯한 착각(?)도 든다. 하지만 가벼운 듯 보이는 그 이야기 안에서도 이그러진 인간들의 감정선은 확실히 드러나고 있다. 시리즈 1편 때는 반신반의(의심해서 미안해요) 했었는데 이젠 시리즈의 다음 편을 기다리게 되었다. 다만, 표지는 좀 바꿔주면 안되나요... 저런 만화스런 표지는 좀... 작가가 [사우의 마] 한국판 표지가 저런 걸 과연 알고 있으려나? 출판 계약 과정에서 분명 허락을 받아야 할 항목이라고 생각하는데, 혹시 작가님 취향이 독특한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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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힘든 말
마스다 미리 지음, 이영미 옮김 / 애니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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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무책임한 발언에 짜증이 났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나는 어른이 된 지금, 가능하면 그런 말을 하지 않으려고 조심한다. 조심하는 이유는 물론 쓸데없는 미움을 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미래를 짊어질 사람들에게 일찍부터 미움을 받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그게 아니다.

실은 과거의 나에게 증명해 보이고 싶어서다. 나는 늘 미래의 자신과 여러 가지 약속을 해왔다. 난 어른이 되어도 아이들에게 이런 말은 안 할 거야, 그렇게 스스로에게 약속한 '말'이 많이 있다.


- p. 136 '요즘 애들은 불쌍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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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이성의 세계사 - 우리가 기억해야 할 마녀사냥들
정찬일 지음 / 양철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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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뭉뚱그려놓은 책을 그닥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기껏 시간 들여 읽었지만 뭔가 얻기엔 너무 가벼운 느낌이라고나 할까. 다만 내가 어떤 특정 주제에 관심이 생겨 거기에 관련된 책이나 자료를 찾아보고 싶은 경우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하다면 이런 책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역사나 철학, 인문학 등의 분야에 이런 책들이 많다. 한 권으로 읽는 ~사, ***를 통해 보는 유럽이야기, 영화에 등장한 세계사 명장면(걍 떠오른 대로 쓴 건데 이런 책 있을 듯 하다) 등등


이 책은 마녀사냥이라는 주제 하에 쓰여진 책이다. 소크라테스의 재판/로마대화재와 기독교인 박해/병자호란과 환향녀/중세 마녀지옥/드레퓌스 사건/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매카시즘/홍위병과 문화대혁명/캄보디아 킬링필드/르완다 대학살 순이다.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주제들이고 호기심도 일만한 내용들이다. 실제로 전에 드레퓌스 사건에 대해 서술한 책을 읽어보려 한 적이 있는데 너무 방대한 양과 종류에 식겁하여 관둔 적이 있다. 이 책은 각 사건의 골격과 관련 인물들에 대해 이해하기 쉽도록 차분히 설명해주어 독자로 하여금 더 파고 들어가기 쉽게 만들어 준다. 내 경우 캄보디아와 르완다 부분에서 추가적으로 더 알아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게 만들었으니 입문서로는 아주 괜찮다고 추천하고 싶다.


비이성, 말 그대로 논리적이거나 합리적이지 못한 이유로 벌어진 부끄러운 역사의 기록들이다. 이런 아프고 창피한 역사가 이 책에 열거한 10가지 밖에 없겠냐마는 이거라도 제대로 알고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내가 비록 역사의 흐름을 바꿀 만한 인물은 아니지만 적어도 피해자로 기록되고 싶지는 않다. 그게 마음대로 되겠냐 싶긴 하지만... (이미 피해자로 살고 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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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켄 스토리콜렉터 1
아리카와 히로 지음, 윤성원 옮김 / 북로드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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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오기 전에 살던 지역의 도서관에 신청했었다가 거절당했던, 아픈 추억이 있는 책이다. 도서관 소장 도서에 없길래 희망도서로 신청했었는데 뭐라더라, 만화나 라이트노벨 류의 책은 구매가 안 된다던가... 뭔 말도 안되는 소리인가 했는데 다른 도서관에서 이 책의 표지를 보고 납득했다. 출판사에 근무하시는 분들, 제발 책 표지 이렇게 만들지 마세요. 어렵다는 출판계에 보탬이 되고자 괜찮다 싶은 책은 나도 사고 도서관에 신청도 하는 편인데 이런 식으로 거절당하는 경우가 꽤 되더라... 제발, 표지 좀...

하긴 그 때 그 도서관은 책 제목만 같은 전혀 다른 소설을 이미 보관중인 책이라며 희망도서 신청을 반려하기도 했다. 물론, 난 전화해서 조목조목 따졌다. 사과는 받았지만 책은 사주지 않았다. 그 해 연도 예산을 다 썼다나... 나참, 별일이 다 있었다.


예전에 어떤 학교 선생님께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맨날 사고치고 말썽 부리는 애들은 조마조마하고 지긋지긋한 것이 사실이지만 졸업시키고 나면 걔들이 젤 그립고 생각이 난다고. 말 잘 듣고 공부 잘 하고 시키는 것들을 고분고분 받아들이는 아이들과는 드라마틱한 사건이나 추억할 만한 뭔가를 만들어 내기가 어렵다. 잡으러 다니고 야단치고 벌 주고 뒷처리 하느라 좇아다니질 않으니 함께 할 시간도 적다. 사고뭉치이자 말썽꾼들이 선생님들과 유대가 더 돈독해 지는 건 당연지사다. 친구들, 선후배들에게도 이런 애들은 영웅처럼 기억되는 법이다. 그 애들이랑 같은 때에 학교를 다녔다는 것만으로 자신의 학창시절도 함께 즐겁고 유쾌한 기억으로 가득차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다. 그런 열정과 에너지는 사람들에게 전염이 되나보다. 이 책은 그런 대학생들이 주인공이다.


뭔가 신나고 에너지 가득한 책이 보고 싶어 골랐다. 내 욕구를 충분히 충족시켜주었을 뿐만 아니라 지난 내 학창시절을 다시 한번 떠올려보게 만들었다. 나 역시 꽤나 시끌벅적하고 재미나게 보낸 편이라 남길 후회 같은 건 없다. 사회생활에 찌든 지금은,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워 뭔가 재미난 일 없나하며 종종 투덜대지만 사실 부족한 건 재미난 일 그 자체가 아니라 하루하루, 순간순간을 신나게 보낼 내 의지나 에너지가 바닥난 것인지도 모른다. 아직 그렇게 나이들었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은데... 뭔가 벌여볼까나...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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