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 87분서 시리즈
에드 맥베인 지음, 홍지로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87분서 시리즈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사건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희대의 악인이 등장한다거나 깜짝 놀랄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닌데 자꾸 땡기고 즐겁게 읽힌다. 게다가 말미에 위치한 작가의 말이 기대되는 책이기도 하다. 얇고 가볍고 부담없이 잘 읽히고 재미나서 다음에 또 찾게 된다. 흠... 맛난 컵라면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작가의 잘못된(?) 판단으로 죽을 뻔하다가 살아난 카렐라 형사가 강에서 발견된 여자 변사체의 살인범을 조사하는 역할로 등장하지만 이번 권은 그의 아내인 테리가 주인공 격이다. 말하지도 듣지도 못하는 테리가 카렐라 형사가 조사 중인 사건에 한발 들이게 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분명 형사물인데, 테리가 범인을 추격하고 카렐라 형사에게 연락해 달라는 메세지가 적힌 쪽지를 사람들에게 뿌려 전달되기까지의 과정이 안타까우면서도 따뜻하다. 또한 중국인 문신사 챈과의 대화 역시 사람의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하는 구석이 있다.


시리즈 자체가 무겁고 음울한 분위기가 아니어서 습도 높고 볕 뜨거운 여름에도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다. 책 디자인도 귀엽고 말이지. 이런 시리즈들이 좀 더 다양하게 나와주면 좋겠다. 흠... 버트가 애인이랑 안 싸우고 여름휴가를 잘 다녀와야 할 텐데... ㅋㅋ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맏물 이야기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미여사님의 에도시리즈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표지 디자인이 한 몫 한다. 책장에 시리즈를 쫘악~ 꽂아놓으면 그리 뿌듯할 수가 없다. ㅋㅋㅋ


자고로 제철 음식이 맛도 좋고 영양도 좋아 몸에도 좋다 하지 않나. 이번 이야기는 그런 맏물, 그 해에 맨 처음 나는 식재료들을 소재로 삼은 단편 연작집이다.


그런데 나는 줄거리 자체보다 밤 늦게까지 영업을 하는 유부초밥 노점의 이야기가 좋더라. 원래도 포장마차나 선술집스런 분위기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사연이 있는 듯한 주인장과 그때 그때 제철 재료로 만들어내는 갖가지 음식과 술, 분위기가 참 마음에 들었다. 편안히 들러 맛난 음식과 향기로운 술 한잔을 기울이게 되면 마음의 응어리도 풀어지고 복잡한 고민도 잊게 되는 마력이 펼쳐진다. 모시치로서는 사건 해결의 실마리까지 얻어가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지.


노점 주인 특유의 분위기가 낯설지 않다 했더니 내게는 가나리야 시리즈의 구도와 비슷하게 다가온다. 주인장 특선(?) 요리를 내는 점은 같지만 가격대는 유부초밥 노점쪽이 훨신 저렴할 것 같다. ㅋㅋㅋ 책에 등장하는 음식들은 실제로 해 먹을 수 있는 요리들이라 하는데, 내게는 기본 메뉴이자 시그니처 메뉴인 유부초밥이 제일 땡기더라. 먹을 수도 없는 걸 먹고 싶어해서 어쩌자는 거냐... ㅋㅋ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인 드래곤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4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리 보슈 시리즈의 신작이다. 시리즈가 많다 보니 뭘 읽었었는지도 아리까리하고 분명 재미나게 읽은 작품인데도 이게 뭔 내용이었더라 싶은 게 많다. 그래도 이런 시리즈는 캐릭터가 확실하고 페이지도 잘 넘어가고 재미도 기본빵은 하기에 열심히는 아니어도 챙겨보는 편이다.


간만에 만나는 해리 보슈에다 미키 할러의 깜짝 출연도 있다. 이번 [나인 드래곤]은 홍콩이 배경이다. 스케일 큰 거 좋아하는 마이클 코넬리가 삼합회를 들먹이는 건 당연지사였다. 예상도 충분히 가능했고. 그런데 애아부지가 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갑자기 익숙치 않은 동양권으로 배경을 옮겨서인지 모르겠는데 내가 알던 그 해리 보슈가 아니다. 이 책에서의 해리는 뭔가 어설프고 덜 전문적이며 독기가 빠졌다. 끼니도 잘 챙겨먹고 술도 덜 마신다. 고독한 한마리의 외로운 늑대 같던 모습이 사람 냄새 나는 이웃집 아저씨가 되어버렸다. 내용 전개 면에서도 시종 힘 빠지고 긴장감이 떨어지며 사건 자체도 영 흥미진진하게 그려지질 않는다. 딸내미 구하러 다니는 해리 보슈는 영화 '테이큰'에서의 리암 니슨보다 능력치가 떨어진다. 사실 삼합회란 단어가 등장했을 뿐 내용전개도 '테이큰'과 비슷하게 흘러간다. 재미는 반토막이지만. 중학교 때 여름방학 과제로 소설 한 편식 써오라는 국어 선생님의 엄포에 어거지로 원고지 채워 제출한 딱,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두껍지 않은 분량임에도 김새고 지루했다. 주인공 이름은 해리 보슈인데 다르다. 과거의 해리 보슈를 다시 보고 싶다. 스케일 큰 사건과 집요하고 강한 형사 해리를 보고 싶었는데... 실망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즈메리의 아기 밀리언셀러 클럽 57
아이라 레빈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올여름 최고의 공포소설을 읽어버렸다. 침대맡에 올려둔 지 꽤 되었는데 어쩐지 자꾸 미루게 되더라. 읽으면서 참 좋았지만 다 읽고 나니 아쉽다. 마지막 페이지가 궁금하면서도 남은 페이지 분량이 줄어드니 그렇게 안타까울 수가 없더라. 아... 참 재미있었다.


악마숭배, 사탄의 자식, 마법의 주술 등 오컬트적인 요소들이 가득하며 1967년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촌스럽거나 오래된 느낌이 들지 않는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책의 모든 장면들과 대사들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로즈메리의 외모나 가이의 가식적인 연기, 악마 의식, 아기의 모습 등이 머리 속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더라. 뭐 비스무레한 내용의 영화들을 본 탓도 있겠지만 작가의 생동감있는 문체와 훌륭한 번역 덕이 아닐런지.


다 읽고 난 후에야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악마의 씨'가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란 것을 알았다. 만삭이던 감독의 아내가 이 책의 숭배자들로부터 살해되었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맹목적인 믿음과 종교적 광기, 집단의 잔혹함 등이 책과는 또다른, 새로운 공포로 다가왔다. 일부 종교들의 결코 일반적이지 않은 행위들로 인한 사회적 파장이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문제시 된 적이 여러번 있었던지라 책 속의 이야기일 뿐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되려 그런 부분에서 더욱 소름이 돋더라. 유독 무더웠던 오늘, 에어컨 바람이 새삼 서늘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생각해봤어? - 내일을 바꾸기 위해 오늘 꼭 알아야 할 우리 시대의 지식
노회찬.유시민.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는 게 팍팍하고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며 한탄은 할지언정 정치/사회 분야의 이슈에 귀 기울이는 일은 쉽지 않다. 뭔가 잘못된 것이라는 건 알 것 같은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고, 조금 관심이 생겨도 어디서부터 알아봐야 회식 자리 부장님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내 목소리 보탤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놈의 나라는 틀렸어, 하는 사람치고 문제점들만 지적하지 뭘 어찌 바꿔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국민들이 뭘 해야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다. 여기저기 둘러봐도 불평불만 뿐이다.


정치적 성향이나 특정 인물에 대한 호불호는 둘째치고 일단 좀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세 분이 팟캐스트에서 나눈 이야기를 그대로 책으로 옮긴 것이라 가독성도 높고 이해도 역시 높다. 주제별로 나뉘어져 있고 분량도 많지 않아 한 챕터씩 읽기에도 좋다. 정확히 알지 못했던 사회 전반의 이슈들에 대한 설명이 있고, 주고 받는 의견들도 나온다. 이 책의 강점은 그 분들의 생각을 전달하는 데에서 끝나지 않고 독자로 하여금 나는 그동안 어찌 받아들이고 어떤 생각을 해왔는지 떠올려보게 한다.


뭐가 나쁜지도 모르고 욕하지 말고, 잘 한 게 뭔지도 모르고 편들지 말아야 한다. 잘못한 것은 확실하고 철저하게 사과를 하고 반성해야 하며 어찌해야 반복되지 않을지 곰곰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변해도 돌아오는 혜택은 적고, 혹 있다 하더라도 후대나 누릴까 싶어 시도조차 않하는 것인가. 알다시피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사람이 바뀌면 결과도 금방 달라질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