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주시는 삼신할머니 까마득한 이야기 1
편해문 글, 노은정 그림 / 소나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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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주시는 삼신할머니]



우리 조카가 태어 난 지 벌써 한 달하고 십삼일이 지났다. 어찌나 곱고 귀한지, 그 사랑에 몸살이 일 지경이다.

우리 가족들은 아기 사랑에 모두 팔불출이 되었다.

어디서 이 귀한 것이 왔을 까, 어디서 이 어여쁜 것이 나왔을 까.

하늘 길 타고 왔나, 별빛 받아 왔나.

꼬물거리는 손, 오물거리는 입, 어디 하나 곱지 않은 곳이 없다.



그 귀한 아기씨가 우리 집에 내려온 날, 그것이 바로 축복이고 기적이다.



그 전까지 아이라 해도 그다지 감명이 없었다. 내 일이 아니었으니.

아 신기하구나, 귀엽구나, 그런 흔한 감상정도였다.

하지만 우리 집에 내려온 아기씨는 귀하디 귀한 세상의 하나밖에 없는 기적이다.



그 아기씨의 삶에 귀함과 희망과 영광이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젠 너무나 당연해 말로도 나오지 않는 일이다.



한 가족에 아이는 그만큼 소중한 존재이다.

가족들은 집에 오기가 무섭게 아이를 찾고, 아이 얼굴을 보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아가’하고 행복을 만끽한다.



이 귀한 아기씨가 어디 있다 이제사 왔을까?



아기는 삼신할미가 점지해 준다고 한다. 우리 옛 이야기 속에 너무나 많이 등장하는 ‘삼신 할미’.

너무 흔하기 때문에, 깊이 알지 못하는 이야기.

서천 너른 벌판에, 곱고 예쁜 꽃씨 심어, 정성으로 기른 꽃에, 축복과 기원을 모두 담아, 열들 열흘을 곱게 기워, 세상에 내보내는 존재.

아이들의 신이자, 산모의 신이다.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삼신할미는 축복의 신이다.



한 가족의 가장 큰 기쁨을 주는 신.



삼신할머니가 어떻게 생겼으며,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아이를 점지해 주는지, 제주도 삼신 이야기를 바탕으로 꾸며진 책을 읽으며 나는 잠시 꿈을 꾸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 아이가 그렇게 태어났다는 생각만 해도 기쁨으로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우리 아이가 서천 너른 꽃밭 중 가장 예쁜 꽃이라고 의심도 들지 않았다.



마치 판소리의 한 가락처럼, 할머니가 머리통을 어루만지며 풀어내는 애정 어린 소리처럼, 멀고 아름다운 동화 나라의 기적을 책 속에 뿌려 놓은 듯 했다.



생명의 기원을 담은 신화 중에, 이만큼 어여쁘고, 귀한 이야기가 또 있을까.



우리 나라 사람들이 아이를 얼만큼 귀히 여겼는지, 이 이야기에 모두 담겨 있는 듯했다.



아이를 낳은 우리 언니에게 나는 이 책을 선물할 것이다.

나중에 우리 아이가 커서, ‘이모, 나 어디서 왔어?’라고 묻는 다면,

서천 너른 벌판에서 삼신 할미가 정성들여 키운 귀하디 귀한 꽃 중에, 가장 어여쁜 꽃, 열달 열흘 엄마 사랑 듬뿍 담아 왔지. 라고 웃으며 대답해 줘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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