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들이 떴다!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30
양호문 지음 / 비룡소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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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언니가 책 표지를 보고는 한 마디 납겼다.
"저거 무한도전이냐?"
나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아닌데."
"왜 저거 딱 무한도전이잖아. 저건 유재석이고 저건 노홍철 아냐?"
나는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는 표정으로 "아니거든" 힘주어 말하고 다시 책 읽기로 돌아왔다.
책은 순식간에 끝을 보여줬다. 읽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듯 한데, 벌써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있었다.
청소년들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하니, 고개가 끄덕여 졌다.
책을 다 읽고 책 표지를 가만히 보았다. 그랬더니, 어이없다고 흘려보냈던 언니의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자세히 보니, 정말 '무한도전'의 주인공들처럼 보였다.
'무한도전'이라. 조금은 부족한 사람들의 무모한 도전, 이었지 아마.
그리고 꼴찌들의 반란이라. 재미있는 조합이라는 생각에 피식웃음이 났다.
작가는 고등학생 아들을 위해서 이 글을 썼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아들이 꼭 알았으면 했을 역사적, 사회적 사건과 그것을 어떻게 풀어냈으면 좋겠는 방향도 기술해 놓았다.
어떻게 보면, 조금은 가볍게 모든 문제를 다루고 있었고, 깊이와 무게를 따진다면, 복잡하지도, 사건의 무게를 깊이 있게 다루지도 않았다.
아이들의 치기와 풋사랑과 어른에대한 동경과 두려움 등을, 첫 실습이자 첫 사회생활이라는, 하지만 그것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어쩌면 어른들의 얄팍한 상술의 한 가운데에 놓여, 아이라는 이름으로 구속하고 통제하려 들고,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책임지우려는,
사회의 이중성에 가벼운 욕지껄이를 흘리며 서술해 낸다.
여기서 잠깐, 우리는 왜 무한도전에 열광했을까?
조금씩 모자른 그들의 '무모한', 한편으로는 우습기까지한 도전을 보면서,
우리 보다 못난 사람을 보며 자기 위안을 했을까?
아니면, 그들의 우스꽝스러운 도전, 전혀 현실성없는 그들의 도전을 보면서,
우리의 그늘에 빛이 남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꼈을까?
쥐구명에도 볕들날이 있다. 나는 무한도전을 보면 자꾸만 저 속담이 떠올랐다.
우리는 모두 일등만을 원한다. 일등이 아니면 우리는 패배자가 된다.
승자 아니면 패자. 흑과 백. 빛과 그림자.
엄친아,라는 우스게 소리를 우리는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엄마친구아들' 일명 뭐하나 부족할 것이 없는 완벽한 족속들.
우리는 '잘난 것'들을 조롱하며, '못난 것'들에서 편안함을 찾고 있는 것만 같다.
어쩌면 날이 선 세상에서 인간미를 찾고자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상위 1%의 잘난 것들에 대한 하위 99%의 못난 것들의 반란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는 지도 모른다.
사회의 편입되어야 꼴찌라도 될 수 있다는 말.
우리는 사실 모두 조금씩 모자르고 부족한 사람들이 아닐까?
그 부족함을 그 모자름을 어떻게 메우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사회 실습이라고 왔지만, 기계과인 그들이 하는 일은, 실상 막노동이였다.
온 몸이 안 아픈 곳이 없다.
대 탈출을 기도했던 그들이지만, 그 안에서 풋사랑과 치기 어리지만 시위와, 그리고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어도 정의를 느끼게 된다.
아니, 무엇보다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을 배운다.
막연한 두렵음. 이렇게 사느니 죽는게 낫다고 말하던 아이들.
무한도전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부족한 무리들의 현실성 없는 도전이, 혹은 절대 이루어 질 것 같지 않은 도전이.
그들이 최선을 다해, 실패하더라도 끝까지 해보는 그들의 도전이.
부족한 우리 꼴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일등이 아니면 꼴찌인 사회. 나는 어디서도 꼴찌가 될 수 있다.
꼴찌이기 때문에, 나는 무엇도 두려울 것이 없다.
비록 꼴찌라는 이유로 믿음도 신뢰도 얻을 수 없지만, 멸시와 비난을 받지만,
한 걸음의 용기와 할 수있다는 땀방울이 있다면, 무엇도 두려울 것이 없는 꼴찌들인 것이다.
꼴찌다. 하지만 커다란 가능성을 품고 있는 꼴찌들이다.
'무한도전'을 '성취'할 수 있는 꼴찌들이다.
99%의 꼴찌들에게. 반란은 시작되었다. 이제 뛰어 오르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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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은이 2009-01-13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책 저도 그저께 읽었어요. 그런데 저는 아주 재미있게 감명 깊게 읽었어요. 소소한 여느 청소년 소설들보다 깊이도 있고 무게도 있고. 스케일 면에서도 모 신문 문학전문기자의 말처럼 학교와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나 참신하고 독특해서 근래 보기 드문 소설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