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동물원 1 - 불사조교파
조대연 지음 / 녹색문고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상상 동물원]

 

인간은 동물인가? 그렇다면 참으로 복잡하면서도 단순한 동물이다.

인간이 동물인가? 그렇다면 인간은 우리 안에 있는 것인가, 무리 안에 있는 것인가.

 

이 책. 마치 롤러코스트를 타는 듯했다.

이 책. 마치 꽉 막힌 도로 위의 줄지어 늘어선 차들을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인간은 상상하는 동물이기에, 그들이 만들어 낸 상상 속에 갇혀있다.

 

책을 읽으면서, 이걸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계속 생각했다.

야유를 퍼부어야 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구경’을 해야 하는지.

인간이 갇혀 있는 동물원을 구경하는 기분이란, 저것은 껍데기만 인간이야, 라는 부정.

그리고 거북한 속이 뒤집어 지는 야유.

 

인간은 살아가면서 평균치의 룰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것들은 어느새 속설이란 이름으로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그런데 그것을 평균치라고 부를 만한 근거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그것은 다수의 수긍 때문이었다.

그런데 다수의 수긍이라 부를 만한 근거는 또 어디에서 나왔을까?

 

“쉽게 비슷비슷 해 지는 거다. 한 사람 속은 귀신도 모른다. 하지만 열 명, 백 명으로 모인 속은 알 수 있다. ……” p10-11

 

저자는 용감했다. 거짓 없이 꾸며진 책. 혹은 거짓처럼 꾸며진 책. 나는 이 책을 이렇게 평가해 봤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너무 비슷하지만, 또 너무 다른 세상.

 

말 속에 글이 있고, 글 속에 말이 있다. 소설은 허구이다. 하지만 진실이다. 진실이되 현실은 아니다. 책은 현실이되 허구였다.

 

그는 진실의 반대말이 비밀이라고 주장하곤 엉뚱하게도 거짓의 반대말도 비밀이라고 주장했다. p266

 

“뭘 믿는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누가 믿느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믿느냐, 하는 겁니다. 다수의 믿음은 옮은 겁니다. 그래야 세상은 평온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비밀이 있는 한, 진실은 없어요. 옮고 그름이 있을 뿐이지요.” p246

 

비밀의 반대말은 비밀이다. 누구도 그 비밀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누구도 그것이 비밀인지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다수는 어느새 파워이고 권력이 되었다.

다수의 힘에 의해 돌아가는 세상. 하지만 다수가 비밀의 베일을 들추지 못하는 세상.

 

불사조교파는 비밀의 베일이다. 그들이 옳다 그르다는 중요치 않다. 그들이 껴안고 있는 비밀이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도 밝혀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늘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정해진 일을 하죠. 노동자도 공무원도 학생도 주부도 다 그리하지요. 자기 자리를 떠난 사람은 곧 잊혀요. 누군가 그 자리를 대신 채우겠죠.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습니까?” p253

 

일상은 반복된다. 반복되는 일상을 살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 나와 네가 복제되어 우리가 되고, 무리가 되고, 세상이 되고 사회가 된다. 태초의 ‘나’는 비밀을 알고 있었다. 내가 너가 되고 우리가 되는 사이에 나의 ‘비밀’은 태초의 부끄러움으로 은폐되었다. 아니, 일상 속에 묻어 버렸다. 아무도 그것이 일상과 다름을 눈치 첼 수 없게.

그래서 반복도 비밀처럼, 일상이 일상인 것처럼 숨겨져 왔다.

인간은 일상이란 우리 안에 무리 지어 살고 있는 것이다.

 

불사조교파가 그러 했듯이, 우리는, 비밀은 모른 채, 다수의 외침에 그저 끌려 다니고 있는 지도 모른다. 네가 너가 그들이 옳다고 했으니, 옳다고 믿고 따르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것이 누군가 꾸며낸 거짓 선동인 줄도 모르고, 진실의 은폐를 위해 모여진 하나의 점인 줄도 모르고.

조금만 주위를 돌아보면 일상처럼 그 곳에 은폐된 진실이 숨겨져 있는 지도 모르고.

 

“……어쩌면 가면은 이미 우리 본성이 된 건지도 모르겠네.” p62

 

인간의 본성 위에는 가면이 있다. 옳다 그르다의 가치관이 아닌, 부끄럽다,의 의식 속에 숨겨진 가면이. 부끄러움을 감추려 옷을 입듯이 당연히 감춰지는 부끄러운 진실들이 세상을 이루는 비밀의 근원일 지도 모른다.

 

영원이다 우주도, 그 심원의 진실은 사실, 태양이 지구를 돌 듯, 우주의 태동이 사실은 먼지일 뿐이라는, 누군가에게 끌려 다닐 뿐, 반복되는 일상 속에 있다는 듯, 나의 근원이 사실은 그렇게 하찮게 여기는 무엇이었다는, 끄집어내고 싶지 않은 부끄러움 위에 세워진 사소함일지도 모른다.

인간의 모든 근원은 사실, 상상에 의해 건축된 ‘상상 동물원’일 뿐일지도 모른다. 상상하는 인간들이 우글우글 모여 사는.

 

[상상 동물원] 제 1권 불사조교파,의 내용이 비밀이었다면, 이제 그 비밀의 베일을 들춰낼 모험이 시작되어져야 할 것인가. 세상의 모든 비밀이 그렇듯, 책장을 들춰야 할까, 말까, 책장을 쥔 손의 작은 경련을 느끼며, 2권을 기다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