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 Free 러브 앤 프리 (New York Edition) - 개정판
다카하시 아유무 지음, 양윤옥 옮김 / 에이지21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Love & Free]




길 위에 한 사람이 서있다.

길이 물었다. 어디를 가는 거지?

길가의 들풀이 물었다. 왜 가는 거지?

길바닥의 흙모래를 흔들며 바람이 물었다. 어떻게 갈 거지?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길 위에 있어야만 어디를 가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가방을 매고 기차를 타고 낯선 곳으로 발길을 굴려야만 여행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우리는 미래란 낯선 곳을 찾아 오늘을 걷는 여행자인 것을.




나는 바람을 좋아한다. 언제부턴지는 모르겠지만, 내게서 바람 냄새가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나는 그래서 바람 냄새를 찾아 떠돌았을지 모른다.

나는 바다를 좋아한다. 마음에 바다 수위를 맞춰 주지 않으면, 바싹 말라 쩍쩍 갈라져 버린다. 그래서 바다를 찾아 그렇게 떠다녔다. 




실로 말하자면 흔히들 말하는 방랑벽이나 역마살 같은 것은 내게 없는 것 같다.

아무리 길을 떠나도 그 끝에는 그저 길이 있었다. 그래서 돌아오면 습관처럼 지치고 피로한 마음을 이불 속에 감출 뿐이었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동반자로 사랑할 수 없는 무엇?




나는 분명 길 위에 열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 왔다. 여행자의 수기를 읽으면, 모두들 큰  마음과 넓은 이해를 품고 사는 것 같았다. 때때로 나는 꿈을 꾼다. 여행가가 되서 세계를 돌아다니는 나를. 그리고 언젠가 ‘심봤다’라고 외치며 ‘열쇠’를 찾는 꿈을.




책에 쓰여 진 글귀를 한자 한자 읽으며, 나는 세삼 여행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봤다.

어떤 이는 이 책을 읽으며 길을 떠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삶이란 여행을 생각했다. 누구나 각자에게 ‘여행’이란 의미가 다를 수도 있구나.




길 위를 여행하는 사람도 있고, 하늘 위를 여행하는 사람도 있고, 숫자 속에서, 가상현실 속에서, 혹은 책 안에서 여행하는 사람도 있구나.




작가에게는 분명 바람 냄새가 날 것 같았다. 넓은 마음은 이미 눈이 세계를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곳이 분명 작가가 찾고 있는 열쇠이자 인생이자 그만의 길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멋지고, 부럽고, 다른 사람의 길을 이끌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길을 걷고 있는 작가의 여행록에서 나는 나의 길을 살짝 훔쳐보았다. 단순한 여행록이 아니라, 어쩐지 작가의 인생 조각을 보고 있는 듯 했다.

어디에 갔는데, 어떻게 좋았고, 어떤 게 있었고, 그런 것이 아니라, 길 위에 인생에 대해 별 같은 바람 같은 언어로 수를 놓았다.




사랑, 사람, 행복, 소중함.




거창하지 않다. 과장되어 있지도 않다.

작고 소중한 것들이 오로라처럼, 책 속에 펼쳐져 있었다.




‘목표를 향해 가는 게 아니라 즐긴다.’

‘가지려 하는 게 아니라 늘 사랑한다.’

하와이에서는 그런 삶이 나를 유혹한다.




Try it, and you'll see.

해보면, 알아.




책을 보며 정말 재미있었던 것은 책에 페이지 표시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긴 인생에 페이지 따위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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