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자본주의자 - 자본주의의 변두리에서 발견한 단순하고 완전한 삶
박혜윤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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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숲속의 자본주의자

 

박혜윤씨의 숲속의 자본주의자라는 책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머리에 떠오른 단어는 딱 두 글자 월든이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라는 사람이 월든 호수가 숲속에서 혼자 살아가는 이야기와 그에 대한 생각이 담긴 글들이 1854년 초판본으로 나온 지 벌써 170년 가까이 흘렀다. 수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 책에 담긴 생각들은 아직 까지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월든의 초판본의 제목은 월든 혹은 숲속의 삶 Walden: or, Life in the Woods’였는데, 박혜윤씨의 책은 숲속의 자본주의자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제목만 봐도 뭔가 연관이 있음이 보인다. 책을 열어서 책의 프롤로그를 읽는 순간 역시나 월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는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붉은 여왕 이야기를 하면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지만 여전히 제자리인 삶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열심히 사는 것과 의미 있게 사는 것과의 차이를 이야기하고, 바로 그녀가 좋아하는 월든의 한 대목을 꺼내어 소개한다. 다음이 그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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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의 월든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대목이다.

 

나는 삶의 깊은 곳까지 내려가 삶이라는 녀석의 골수를 전부 빨아먹고 싶다. 스파르타인처럼 굳건하게 삶을 살아내어, 삶이 아닌 것들을 전부 깨부수고, 기다란 낫을 넓게 휘둘러 삶이란 것을 바싹 깎아내고, 삶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구석으로 몰아 더 이상 줄어들 수 없을 만큼 작은 핵심만 남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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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기존의 삶에서 벗어나 소로가 월든에서 말했던 것처럼 삶의 깊은 곳까지 내려가 삶의 골수를 전부 빨아먹고, 삶의 그 핵심을 누리기 위해 기존의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다. 이 책은 그 실행이 담긴 책이다. 책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빼면 크게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롤로그 골수를 맛보는 삶

1장 제철에 블랙베리를 따는 삶

2장 어쩔 수 없이 살지 않기 위해 버렸던 것들

3장 돈 벌지 않는 나와 살아가는 법

4장 숲속에서 내 이야기 찾기

5장 투명해질 때만 보이는 것들

에필로그 끝을 보며 지금을 사랑하다

 

소로가 월든 호숫가에서 누리던 삶을 실제로 살아보며 느낀 것에 관한 생각들이 책의 곳곳에 담겨 있다. 그런 삶을 살고자 훌쩍 떠난 저자와 그 생각을 지지해준 가족들이 부럽기도 하고, 실제로 그녀가 포기한 것들과 포기한 것으로 인해 새롭게 누리게 되는 것들, 그리고 새롭게 변한 삶과 더불어 새롭게 바뀌게 된 생각들을 읽어 볼 수 있었다. 또 그녀가 그런 숲속의 삶을 누리기 위해 훌쩍 떠날 수 있는 여유와 떠나서 숲속의 자본주의자의 삶을 살고 있는 곳 자체가 한국이 아닌 미국이라는 것에서 오는 부러움과 약간의 시기, 질투심 같은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아래는 책에서 발견한 마음이 가는 문장들이다.

 

_ 나나 남편에게 그 세 가지는 없으면 죽을 것 같은 것들이었는데, 그 말을 들여다보면 없으면 죽을 것 같은 것이지 죽지는 않을 것들이다. 그래서 끊었다. 하지만 그 의미는 매일 마주한다.

 

_나는 지금 이 순간 나를 믿는 대신, 나를 믿어주는 사람을 믿고, 그들에게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주는 쪽을 선택하기로 했다. 나 자신을 믿는 것은 언제고 허물어질 수 있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방어지만, 나를 칭찬하고 나를 긍정해주는 사람의 말을 믿는 것은 꽤나 든든하다.

 

_내 물건을 버리는 일은 어쨌든 슬픈 일이다. 그건 나의 역사, 나의 일부를 버리는 일이니까. 사는 건 슬픈 일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미니멀리즘을 시도할 순 없다. 물건이 넘쳐나는 시절을 살아온 만큼 나의 역사는 수많은 물건들에 나뉘어 보관되어 있다. 슬퍼지는 걸 즐겨야 버릴 수 있다.

 

책의 에필로그는 저자의 에 관한 생각이 담겨 있다.

 

책을 읽어보면서 나의 삶에 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할 수 있게 되었다. 무심하게 하루를 살아갈 것이 아닌 삶의 골수를 끝까지 파먹을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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